지난해 12월30일 스포츠센터 직원과 회식
직원 2명은 귀가, 피해자와 둘이 2차 술자리
피해자에 화내며 폭행과 함께 엽기적 범행
오전 9시께 경찰에 신고…싸늘한 주검 발견
지난 16일, 1심 재판부는 징역 25년 선고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지난해 연말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의 바닥에서 26세 고모씨가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고씨는 스포츠센터 직원으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잔혹하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살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스포츠센터 대표 한모(41)씨는 만취 상태에서 수업에 사용하는 막대기를 피해자 몸에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법원 등에 따르면 악연의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씨는 지난 2019년 1월22일부터 한씨가 운영하는 스포스센터에서 운동 수업을 진행하고 강사를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한씨는 지난해 12월30일 오후 6시45분께 스포츠센터에서 고씨를 포함한 직원들과 함께 송년회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수업이 줄어들며 힘든 한 해를 보낸 직원들과 오랜만에 회포를 풀기 위한 자리였다. 여성 직원 2명과 고씨, 한씨 이렇게 4명이 모였다.
3시간여가 지난 오후 9시24분께 이들은 회식을 마치고 스포츠센터에서 나왔다. 고씨도 집으로 가기 위해 건물 1층으로 내려와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렸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한씨가 "어떤 술을 먹어도 이 XX야 운전석에 타지마. 내가 XXX아 너를 이렇게 가르쳤냐"고 고씨를 향해 다그치고 화를 냈다.
이후 고씨는 대리운전을 취소하고 한씨와 함께 스포츠센터로 올라가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둘은 640㎖ 페트병 소주 6병을 나눠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한씨는 이 자리에서 고씨에게 음주운전을 이유로 화를 냈고 이 과정에서 고씨의 목을 감아 조르고 몸 위에 올라타는 등 폭행을 이어갔다. 다음 날 오전 1시24분께부터는 앉아있는 고씨 목 위에 올라타거나 주먹으로 수회에 걸쳐 폭행하고 바닥에 넘어뜨린 후 목을 조르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고씨가 저항하고 발버등치면 격분해 폭행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한씨의 폭행은 새벽 2시4분까지 이어졌다.
이후 한씨는 고씨에게 엽기적이고 잔혹한 범행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업에 사용하는 막대기를 고씨의 몸 안에 찔러넣어 장기를 파열시켰고, 관통상으로 사망케 했다.
이 과정에서 한씨는 경찰에 총 세 차례 신고하기도 했다. 오전 2시29분께 두 번째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는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 행패를 부려 싸웠는데, 그 사람은 도망가고 피해자는 직원인데 술을 취해 자고 있다"는 취지로 범행을 은폐했다.
한씨는 같은 날 오전 9시께 경찰에 마지막 신고를 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직원이 의식이 없다. 사망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고씨는 숨져 있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려던 고씨는 허무한 죽음을 맞게 됐다.
전날 1심 재판부는 한씨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스포츠센터 대표 한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씨는 경찰에 세 번에 걸쳐 신고를 했고 첫 번째 신고 당시, 피해자 엉덩이를 때리고 변태가 와서 때린다고 말하는 등 이런 사정을 볼 때 폭력행위를 인식하고 있었다"며 "또 경찰이 출동했을 때 모르는 사람이 와서 행패를 부리고 도망갔다는 식으로 범행을 숨기기 위해 돌려보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볼 때 음주상태였던 사실만으로 심신미약 상태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피고인 측의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살인은 사람의 존귀한 생명을 침해한 중대한 범죄"라며 "또 A씨는 매우 엽기적이고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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