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이언트 스텝에...한은 '빅스텝' 가능성 커졌다(종합)

기사등록 2022/06/16 14:48:27

최종수정 2022/06/16 14:52:07

이창용 "시장 반응 통해 결정하겠다"

채권 시장, 6개월 내 금리 1.25%p 인상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 2.75~3.0%로 높아져

[서울=뉴시스] 류난영 남정현 기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도 다음달 사상 첫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 연준은 14~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연 0.75~1.00에서 연 1.50~1.7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상단 기준으로 기존 0.75%포인트 차이에서 같은 수준으로 좁혀졌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것은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 시절인 1994년 이후 28년 만이다. 올해 말 금리 점도표 중간값도 3월 1.9%에서 6월 3.4%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금리인상 폭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음 회의에서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이 다음 달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한은의 금리인상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시장의 올해 연말 기준금리 기대치도 2.75~3.0%까지 높아졌다. 불과 한 주 전만해도 2.5~2.75% 정도로 내다봤었다.

이에 따라 한은 내부에서도 '빅스텝'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다음달 물가가 6%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데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고, 원·달러 환율도 1300원을 돌파하는 등 원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한은이 최근 공개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같은 입장이었지만 속도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한 금통위원은 "당분간 5%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내년에도 물가안정목표를 크게 상회하는 물가경로가 전망되는 데다 미국과 주요국들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근접해 가도록 추가적 조정을 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도 "물가상승세가 확대될수록 향후 보다 긴축적인 정책대응이 불가피하며 이는 결국 향후 더 큰 성장 손실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기준금리를 빠르게 중립수준으로 높여나가는 것이 중장기 시계에서 거시경제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이 '빅스텝'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선제적 대응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빅스텝'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0일 창립 72주년 행사에서 "더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 정도를 조절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칫 (금리인상)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빅스텝을 시사한 것이란 평가도 내놨다. 한은이 빅스텝 가능성을 부인해 온 이유가 '선제적 금리 인상' 이었는데 더 이상 선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면 향후 빅스텝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또 16일에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까지는 3~4주 남아 있어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때까지 시장 반응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캐나다와 호주 중앙은행도 0.5%포인트 인상에 나서는 등 글로벌 빅스텝 행보가 확산되고 있어 국내에서도 '빅스텝'을  단행할 당위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채권 시장은 이미 향후 6개월 내 1.25%포인트, 1년 내 1.75%포인트 추가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가 7월, 8월, 10월, 11월 네 차례 남아있는 만큼 최소 한 차례는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물가도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는 전년동월 대비 5.4%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물가가 당분간 5%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인 지난달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3.3%로 전달(3.1%) 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이달 말 발표되는 6월 기대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경우 고강도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다음달 13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 상승세가 기대 이상으로 이어지고 있고, 미국 통화정책 변화까지 고려하면 한은의 빅스텝 인상은 꽤나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기대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한은의 의지를 감안하면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도 "한은이 7월에 빅스텝에 나서고 8월, 10월, 11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올해 연말 기준금리 최종 레벨이 3.0%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미 국내 채권 금리가 3% 이상의 기준금리 수준을 전망하고 있으며, 한은도 현재 연속 0.25%포인트 인상 만으로는 기대 인플레를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해 7월 0.5%포인트, 8월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 속도 등을 고려해 4분기 국내 금리 추가 인상은 신중해 질 것으로 보여 연말 국내 최종 기준금리는 2.50%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웅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나 경기 둔화 우려 때문에 빅스텝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물가를 잡기 위해 빅스텝을 해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며 "0.25%포인트 올려서는 환율이 더 급등하고,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말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900조원에 이르고 이 중 80% 정도가 변동금리 대출이라는 점에서 '빅스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대출금리가 올라 가계의 빚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도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통위원은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채무상환부담 상승은 실물경기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며 "특히 기업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의 연동성이 강하므로 기준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신용위험 증가와 투자위축을 유발할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겠지만, 글로벌 총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만큼 향후 기준금리의 인상 속도를 신중하게 조절하면서 성장 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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