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사찰노예' 의혹 승려, 1심 징역 1년…장애인 단체 "재발방지 대책 필요"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한 주지스님이 30여년간 급여를 주지 않고 지적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사건에 대해 장애인 단체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하며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 조계종 유지재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달장애인 대상의 노동력착취 사건의 의미와 특수성을 고려해 검찰이 항소해야 하고 대한불교 조계종은 책임 의식을 갖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사찰 주지승려 최모(71)씨는 2008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지적장애 3급인 A씨에게 마당 쓸기, 텃밭 가꾸기, 공사 등의 노동을 시키고 1억2900여만원 상당의 급여를 지불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8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A씨 명의로 서울 상계동 소재 아파트를 구입하고 은행 출금 전표를 작성하는 등 부동산·금융 거래를 한 혐의(부동산실명법 위반·사문서위조 및 행사)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심 법원은 피고인이 반성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히면서도 "가족들이 피해자를 돌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거할 수 있도록 받아주고 수술비 및 치아 임플란트 비용을 포함한 적잖은 돈을 부담한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연구소는 "최씨가 범행에 대해 '울력(스님들이 일을 나눠하는 관행)'이란 이름으로 합리화하고 개인적 이득을 취했지만 A씨를 자식처럼 생각해 노후 대책을 마련했다고 항변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1년 징역형은 피해자가 학대를 당한 세월의 반의 반, 그 반도 안 되는 세월"이라며 가해자 강력 처벌은 추가 피해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전제인 만큼 검찰이 항소해 법원의 정당한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2019년 7월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 최씨에 대한 내부 징계 및 종단 산하 사찰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해 협조 약속을 받았으나 아직 전수조사가 시행되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자녀를 부모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노동 착취 등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돼선 안 된다"며 "조계종 유지재단은 중증 발달장애인이 가해자의 부를 위한 도구로 이용된 것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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