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당국자들, 전쟁 길어져 불가피…"무기만 충분히 달라"
러, 소모전 지속하며 평화협정 통한 우크라 분할 시도 가능성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4개월이 다되어 가는 와중에 서방 언론의 보도가 줄어들면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 사이에 서방의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우려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에서 사상자가 크게 늘고 경제적 부담이 급증하는데도 우크라이나 국민들 대부분이 전쟁으로부터 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야당 진보 홀로스당의 의원 레시아 바실렌코는 "정말 큰 위협에 직면해 있지만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지쳐간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두달새 해외 언론보도가 크게 줄었다며 "더 줄어들면 서방의 지원이 줄어들 위험이 매우 커진다"고 말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의 서방 의존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무기와 인도적 지원은 물론 러시아군이 전쟁 초기에 파괴한 도시를 재건하는데 필요한 자금도 필요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재원은 바닥이 나 있다.
반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격퇴하고 돈바스 지방의 요충 세베로도네츠크를 완전 장악하기 직전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들은 최근 하루 전사자가 150명, 부상자가 8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주 소련 시절 보유한 무기가 고갈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지원이 늦어짐에 따라 필요한 작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익명의 우크라이나군 사령관 2명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군의 공산주의식 관료주의 잔재가 청산되지 못했으며 비화통신 장비 등 핵심 장비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들은 심지어 "수도 키이우가 공격을 당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절박감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5주만에 수도 인근 지역이 미사일 공격을 당했으며 키이우 도심지에서는 수시로 공습 사이렌이 울리지만 주민들은 대부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크게 위험한 일이 거의 없고 미사일 공격을 당해 입는 피해는 어차피 피할 수 없다는 체념도 작용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측근 당국자들은 서방 언론 보도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서방 정치인들이 관심을 잃지만 않는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단결이 계속 강력히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군사보좌관 올렉시 아레스토비치는 전쟁이 길어짐에 따라 언론 보도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좋으니 무기만 충분히 달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한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가 최근 부결된 것을 크게 다행스럽게 여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결 소식을 듣고 "멋진 뉴스"라고 말했다.
바실렌코 의원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존슨 총리가 불신임될 것을 크게 걱정했다. 정부가 바뀌면서 새 정부가 만들어지기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세베로도네츠크 점령을 시도하는 러시아군에 최대의 사상자를 내면서 서방의 지원 무기가 도착해 몰아낼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편 독일 연방하원이 압도적으로 중화기를 지원하기로 표결한 지 6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것과 관련해 독일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독일이 지원하는 곡사포는 이달말에, 게파르트 자주포는 다음달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레스토비치는 "독일이 말해온 무기를 모두 지원받았다면 러시아를 몰아내고 헤르손을 해방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 균형잡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실렌코는 러시아가 소모전을 지속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잃게 만들어 평화협정을 밀어부치는 것"을 우려하면서 그럴 경우 우크라이나의 큰 부분이 떨어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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