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두고 혼란에 빠진 산업계…"노사 갈등 촉발할 것"

기사등록 2022/06/10 05:05:00

최종수정 2022/06/10 07:21:43

삼성·SK하이닉스 등 노조, 임금피크제 폐지 요구

경제단체들, 기업 혼란 최소화·지원책 대비 잇달아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쟁점과 대응방안'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2022.06.08.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쟁점과 대응방안'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2022.06.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기업 노조들의 연이은 임금피크제 폐지 요구에 이어 줄소송 우려까지 나오면서 재계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대법 판결, 임금피크제 효력 부정 아냐…과도한 불안 금물"

대한상공회의소는 대법원 판결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9일 상의회관에서 법무법인 세종과 공동으로 '임금피크제 판결 동향 및 기업 대응방안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김동욱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임금피크제 자체의 효력을 부정한 것이 아닌 만큼 과도한 불안과 공포는 금물"이라며 "기업에서는 대법원의 취지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개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금피크제 소송사태가 전개될 경우 승패와 상관없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워 고용확대나 향후 고용연장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 이후 노동계에서 임금피크제 무효소송과 폐지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종수 변호사는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검토하면서 ▲정년 60세 법개정전 도입 ▲정년연장 없이 임금만 삭감 ▲경영효율화 목적 ▲근로시간·업무조정 등의 무(無)조치 등을 근거로 합리적 이유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정년연장 대응조치로 일반적으로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단 "정년연장을 위해 도입한 임금피크제의 경우라도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 불이익 정도 등 대법원이 제시한 임금피크제 유효성 판단기준에 맞지 않다면 무효화될 우려가 있는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세리 변호사는 임금피크제 대응과 관련해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 ▲현행 임금피크제 점검 및 개선 ▲소송 발생시 대응방안 ▲노조와의 단체교섭전략 등을 꼽았다.

특히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정년제 형태, 임금피크제 목적, 대상근로자 조치 여부 등의 각 사항을 개별적으로 점검해 현재 운영 중인 임금피크제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업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 유효성 점검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8일 대법원 임금피크제 판결과 관련한 기업의 향후 대응 방안과 정책적 개선 과제를 모색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대법원이 연령을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를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제시한 기준은 도입 목적의 정당성,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업무량 조정 등의 대상 조치 여부 등에서 노사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며 "이번 판결은 이미 노사 간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운용 중인 산업현장에 노사 갈등을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쟁점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2.06.08.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쟁점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2.06.08. [email protected]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기업들은 대법원이 밝힌 기준에 따라 직무 대비 임금 삭감 정도의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확보된 재원의 활용방안, 이직·퇴직 대비 교육 등 보장책 등에 관해 노조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노사분쟁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업무량 및 업무강도 조정 등 대상조치 도입, 임금피크제 도입 전후 신규채용 규모 비교 등으로 임금피크제 유효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경영불확실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임금피크제는 임금의 하방 경직성이 높은 현실에서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의 취업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도입된 것인 만큼 임금체계 개편 시 개별 근로계약 또는 직군·직급 단위 근로자대표의 동의만으로 가능하도록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희 한국공학대 교수는 "정부는 직무·임금정보 인프라 확충,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 지원 확대 등으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번 판결로 산업현장이 동요되지 않도록 설명회 지원 등의 노력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임금피크제 대법원 판결 관련 대응방향'을 회원사에 배포했다.

경총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고,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도 기존 규정상의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임금피크제라면 이번 판결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2013년 60세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도입됐다. 2013년 법정 정년 60세를 의무화 입법 시 여당 및 야당과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에 임금피크제가 포함됨을 확인했다.

따라서 2013~2016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뿐 아니라 2016년 이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도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로 봐야 하며 그 유효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경총은 강조했다. 또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경우에도 기존 취업규칙 등의 규정상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면 별도의 추가 조치가 없었더라도 그 자체로 정당하다는 주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중에서도 예외적이고 특수한 사례에 해당한다"며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도 기존 규정상의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임금피크제라면 이번 판결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6.0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6.08. [email protected]

주요 기업 노조 임금피크제 폐지 요구 잇달아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한국노총은 현장지침을 내려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를 독려하고 있고, 은행권 노조는 소송제기를 위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주요 기업 노조도 임금피크제 폐지를 잇따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이달 초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에게 임금피크제에 대한 사측의 입장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

노조는 공문에서 최근 대법원 판결 내용을 지적한 뒤 회사는 근무 형태와 업무의 변경 없이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차별이므로 폐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합리한 임금피크제 운영으로 인한 금전적인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통보했다.

사측은 노조에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으로, 합리적이고 정당한 방식으로 결정된 것인 만큼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초기에는 만 55세를 기준으로 전년 임금 대비 10%씩 줄여나가는 방식이었지만, 이후 임금피크제 적용 시기를 만 57세로 연장했고 임금 감소율도 5%로 낮췄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대법원 판단에 의거해 임금피크제의 운영 여부와 임금 보전 방식에 대한 설명을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사측에 발송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노조도 올해 단체협상 요구안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포함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5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58세부터 연봉피크제를 적용 중이다. 고정임금 급여는 해마다 5%씩 줄어든다. 사측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폐지 외에 임금인상률 등 주요한 사항들도 많다"면서 "노사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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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두고 혼란에 빠진 산업계…"노사 갈등 촉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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