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인베브, 2014년 이후 배당금 1조8900억 챙겨
AB인베브, 韓 시장에 1조 투자 계획도 '흐지부지'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오비맥주가 한국에서 벌어 들인 수익을 고배당 정책으로 해외 본사에 고스란히 지급해 눈길을 끈다. 오비맥주는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지만 최대 주주인 브라질-벨기에 합작법인 'AB인베브'에 순이익을 훨씬 뛰어넘는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워낙 배당금을 많이 지급하다 보니 2019년 발표한 한국 시장 1조원 투자 계획도 흐지부지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한국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카스를 앞세워 "한국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B인베브, 2014년 이후 배당금으로 1조8900억원 챙겨
오비맥주는 2015년 3700억원, 2018년 3450억원, 2019년 4390억원, 2020년 4000억원, 2021년 3360억원을 각각 배당금으로 AB인베브에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한국에서 연간 벌어들인 당기순이익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오비맥주는 2014년 영업이익 3862억원, 당기순이익 2537억원을 달성했다. 이 실적을 바탕으로 2015년 AB인베브가 가져간 배당금만 3700억원에 달한다.
2018년에도 직전연도 당기순이익(3272억원)을 훨씬 웃도는 3450억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 2015년과 2018년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의 비율)만 각각 145.84%, 105.44%에 달한다.
이후 오비맥주 배당 성향은 수직 상승한다. 2018년 3806억원의 당기순이익에도 불구, 이듬해 4390억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 배당 성향은 115.34%에 달한다.
오비맥주는 2019년 2743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이 급감했지만 배당금은 4000억원을 챙겼다. 배당 성향은 145.82%로 당기순이익의 1.5배에 달하는 배당금을 AB인베브가 가져간 것이다.
지난해에도 전년 당기순이익인 1600억원의 2배에 가까운 3360억원(210%)을 배당금으로 고스란히 빼갔다.
AB인베브에 인수된 초기만 해도 오비맥주는 고배당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2년에 한번 씩 배당을 하기 때문에 많은 금액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최근 3년간 배당금 추이를 보면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AB인베브, 한국 시장 1조 투자 계획도 '흐지부지'
AB인베브는 2016년 세계 2위 맥주기업인 사브밀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20조원의 차입금이 발생했는데 이를 메우기 위해 오비맥주로부터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받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카스를 비롯해 버드와이저, 밀러, 호가든 등 글로벌 인기 맥주를 판매해 올린 수익을 배당금으로 고스란히 빼내 본사 채무를 갚는데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오비맥주는 한국 시장에서 번 돈으로 모회사인 AB인베브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2019년 신제품 개발과 시설 확충,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3년 동안 한국 시장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돌아보면 이 1조원 투자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에만 그쳤다는 평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본사로 향한 배당금이 더 늘면서 1조원이라는 비용 자체를 마련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1조원 투자 계획은 1조원을 더 투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연간 3000억원 투자를 지속한다는 개념"이라며 "신제품 개발과 시설 확충, 마케팅 비용 등 무형의 투자금액은 지금도 연간 3000억원 수준에 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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