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패배 장본인 이재명 대표 부적절"
김종민 "전대 내년 연기하고 혁신 비대위로"
조응천 "이재명 나와도 집단지도체제 해야"
이재명은 "전대까지 시간 많아 생각 안 해"
'침묵' 이낙연 미국행 "저주·공격 이겨내길"
[서울=뉴시스]정진형 여동준 홍연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의원의 차기 당대표 출마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이재명 의원이 출마할 경우 당권 장악이 불보듯 뻔한 가운데, 이 의원이 출마해선 안 된다는 강경론부터 전당대회를 연기하자는 의견에 지도체제를 바꿔 당대표의 힘을 분산시키자는 주장까지 분출하는 백가쟁명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 참패 책임론과 당권을 놓고 당 내분을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소신파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7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상황을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친문 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물론 그런 사실이 불편하고 마치 아닌 것처럼 호도할 수도 있지만 실제 장막 뒤에 있는 부분은 그런 부분도 사실 혼재돼 있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지방선거 패배 원인에 대해선 "이재명, 송영길의 대의 명분 없는 출마 그리고 여러 당내의 성 비위 사건 또 공천의 잡음 등등 아니겠느냐"면서 이른바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했다.
나아가 "이재명 의원이 대선 패배를 한 장본인이고 또 본인이 둘러싸고 있는 여러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의혹 해소를 위한 2선 후퇴를 주문한 뒤 "그런 견지에서 전당대회의 당대표 출마는 적절치 않다"고도 했다.
친문 김종민 의원은 BBS 라디오에 출연해 "전당대회를 내년 2월 정도로 연기해서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재구성하자"며 "한 6개월 정도 민주당의 혁신과 통합의 노선을 만들어 나가는 평가와 반성을 하고 혁신과 통합에 대한 고민들을 충분히 하는 그 위에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고민도 한번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 책임론이 의원들 사이에서 거세게 이는 상황에서 의원들의 주도로 구성하는 비대위를 연장하고 전당대회를 늦추자는 주장이나, 당원 세력에서 우세한 이재명계가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김 의원은 또 "지방선거를 졌는데도 또 아무런 반성이 없이 또 뭔가가 했던 사람들이, 그 대표적인 분들이 또 이끌어가겠다고 그러면 그게 성사되느냐를 떠나서 국민들이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성을 하고 문제가 뭔지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론이 제기되는 이 의원 측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 당권 출마에 급제동을 건 셈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의원과 가까운 소장파 조응천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양쪽 다 남 탓할 게 아니고 그저 내 탓이라고 자책하고 반성할 때"라며 이재명계와 친문(비이재명계)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선 "계양으로 간 것 자체가 그걸 전제하고 나선 것"이라며 기정사실로 전망했다. 나아가 "지금 타이타닉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데 거기에서 선장 누구로 선출하느냐, 선장 뽑는 게 뭐가 중요하냐는 게 내 생각"이라며 "빨리 구멍 난 데를 찾아야지"라고 탄식했다.
조 의원은 아울러 " 이재명 의원이 대표로 나선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원트랙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야 반대쪽에서도 극렬한 저항 같은 걸 덜할 거니까"라며 전당대회 선출 방식을 '집단지도체제'로 바꾸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해 당대표에게 힘을 몰아주는 방식이나,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에는 계파 안배 차원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함께 치러 최다득표자가 대표최고위원, 차득표자가 최고위원이 되도록 한 바 있다.
총선 공천권을 쥔 당대표 자리를 놓고 계파간 극한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당대표의 힘을 분산시키는 쪽으로 절충안을 제시한 셈이다.
한편 이재명 의원과 이낙연 전 대표는 각각 첫 출근길과 미국 출국길에 올랐지만 민주당 내홍에 대해선 일제히 입을 닫았다.
이 의원은 의원회관 사무실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이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묻자 "아직까지 전당대회 부분에 대해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자신을 향한 책임론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들과 또 우리 당원 여러분, 지지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열심히 듣고 있는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여기에 이날 예정된 비대위 구성을 논의하는 의원총회에도 불참하기로 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미국 유학길에 오르는 이 전 대표는 인천국제공항 출국 전 "국내의 여러 문제들은 책임있는 분들이 잘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지지자들을 향해선 "어떤 사람은 저주하고 공격한다. 이것을 여러분이 정의와 선함으로 이겨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측 모두 민주당 내분과 거리를 벌렸지만 친명계와 비명계 양대 주주로서 세과시도 표출됐다.
이날 의원회관과 민주당사 앞에는 이재명 의원 당선을 축하하는 지지자들의 화환이 줄을 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 환송 자리에도 3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고, 설훈·윤영찬·이개호·양기대·전혜숙·박영순 의원 등 이낙연계 인사들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