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물가·폭염' 고차 방정식…3분기 전기요금 오를까

기사등록 2022/06/07 11:35:45

정부, 20일께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

국제 연료비 상승폭 고려하면 인상 불가피

5%대 물가·폭염 앞둔 점은 인상 부담 요소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0일 오전 서울시내에서 시민들이 전력량계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2.05.10.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0일 오전 서울시내에서 시민들이 전력량계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2.05.10.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정부와 한국전력이 조만간 발표 예정인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의 인상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전의 재무 상황과 국제 연료비 인상 폭을 고려하면 대대적인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분기별 조정한도가 설정된 데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을 앞두고 있어 대폭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고물가 대응에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이다.

7일 한전에 따르면 오는 16일께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 각각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제출한다. 이후 산업부와 기재부의 협의를 거쳐 20일께 확정된 연료비 조정단가를 통보받게 된다.

한전이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되면 3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확실시된다. 연료비 연동제란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구입에 쓴 비용에 맞춰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내리는 제도다. 연료비 조정단가를 통한 조정 폭은 직전 분기 대비 킬로와트시(kWh)당 최대 ±3원, 연간 기준 최대 ±5원에 그친다.

산업부의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15.7달러로 연초 대비 50.4% 뛰었다. 호주 뉴캐슬 전력용 연료탄 현물 가격은 지난 3일 기준 톤(t)당 411.6달러로 연초 대비 104.2% 급증했다. LNG 수입 가격은 지난 4월 t당 694.5달러로 연초와 비교하면 17.7%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80.15% 올랐다.

한전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라 전기요금 인상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전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조3525억원 감소한 7조7869억원 적자였다.

국제 연료비 급등에도 연료 가격이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아 원가 부담이 높아지며 적자 폭이 깊어진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적자는 20조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아울러 현재 한전은 회사채를 발행해 손실을 메우며 버티고 있는데, 연내 사채 발행한도를 초과하면 이런 대응도 어려워진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르면 사채발행액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두 배를 초과할 수 없다. 한전의 누적 차입금은 지난해 말 39조1000억원에 달했는데, 올 들어 누적 차입금 규모는 지난 4월 말 기준 50조원을 넘은 상태다.

정부와 한전이 다양한 조치를 펼치고 있지만, 연료비 부담이 워낙 커, 전기요금 인상 없이 유의미한 적자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세종=뉴시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앞서 한전과 발전 자회사 등 11개 전력그룹사는 지난달 긴축 경영, 해외사업 구조조정, 부동산 매각, 출자지분 매각 등 총 6조원대의 자구책을 제시했다.

정부도 최근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추진하며 한전의 적자 축소에 적극 나섰다. 산업부는 오는 13일까지 '전력시장 긴급정산 상한가격' 제도의 신설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등의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

SMP 상한제란 말 그대로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구입할 때 적용하는 SMP에 상한선을 둬, 한전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조치다. 지난달 산업부 행정예고 자료에 나온 비용편익 분석에 따르면 SMP 상한제를 적용했을 때 한전의 비용 부담은 한 달간 약 1422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관련해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전의 자회사 지분·부동산 매각 등 자금 조달 방안, SMP 상한제 등에 대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국내 물가 상승률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며 유의미한 실적 개선이 가능할 정도의 전기요금 인상은 연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현 정부가 공공요금에 대한 '원가주의 원칙'을 강조해온 점도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5일 공공요금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전력 소비자 입장에서 연이은 전기요금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 있고, 정부가 고물가 관리에 나선 상황에서 대폭적인 연료비 조정단가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전은 지난 4월에 이미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각각 ㎾h당 4.9원, 2원씩 인상했다. 오는 10월에도 기준연료비만 ㎾h당 4.9원 올릴 예정이다.

고물가와 폭염도 전기요금을 인상하는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소비자물가는 전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빠르게 치솟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9월(5.1%) 이후 13년 8개월 만인 지난 5월(5.4%) 물가 상승률은 5%대에 진입했다. 아울러 여름철 전력 소비 성수기를 앞두고 요금을 조정하면 취약계층 등이 체감하는 에너지 요금 부담이 크게 불어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SMP 상한제를 통해 한전의 적자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SMP 상한 가격이 ㎾h당 133원을 적용하면 1분기 기준으로 ㎾h당 30원 이상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이슈로 연료비가 내년까지 강세를 보이면 최대 5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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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적자·물가·폭염' 고차 방정식…3분기 전기요금 오를까

기사등록 2022/06/07 11:35:4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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