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쓸통]우리 사회는 얼마나 안전할까?…통계로 본 한국의 안전

기사등록 2022/06/05 15:00:00

전체 사망자 10명 중 0.87명 꼴로 재해·사고 사망

손상 사망 원인 1위 자살…재해보다 무서운 사회

운수사고 해마다 줄어…산업 재해도 지속 감소해

자연·사회 재난 피해액은 10년 사이 크게 늘어나

국민 안전 인식은 세월호 참사 이후 크게 높아져

건축물 붕괴 등 과거 불안요인 감소…사회 요인↑

[세종=뉴시스] 김성진 기자 = 에쓰오일 울산공장 폭발, 여수산단 사무실 폭발, 울진·밀양 산불 등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각종 재난들로 한국 사회가 연일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에 이어 원숭이 두창까지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으며, 양극화로 인한 계층·세대 간 갈등,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등도 잠재적인 위험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태풍, 가뭄 등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촉발한 세계 정세의 불안까지, 한국 사회를 불안에 떨게 만드는 요인들은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한때 '사고 공화국' 오명을 쓰기도 했던 한국 사회는 여러 사건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왔지만, 안전한 사회의 길은 항상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 안전의 현주소는 어디쯤 있을까요.

통계청이 지난달 발행한 '한국인의 안전보고서 2021'를 보면 한국 사회의 안전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20년 한국의 총 사망자 수는 30만4948명으로 1983년 사망원인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습니다.

이중 질병이 아닌 재난이나 사고로 인한 '손상 사망자'는 2만6442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8.7%를 차지했습니다. 10명 중 0.87명 꼴로 재난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는 의미입니다.

다행히 최근 10년간 손상 사망률은 꾸준히 감소 추세입니다. 2020년 인구 10만 명 당 손상 사망률은 51.5명으로 2019년 53.1명보다 3.1% 감소했으며, 2010년(65.4명) 이후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다만 선진국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기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는 순위가 낮았습니다. 한국의 손상 사망률은 OECD 기준 50.3명(연령 표준화 사망률, 2019년 기준)으로 38개국 중 12번째였으며, OECD 평균 46.5명보다도 높았습니다.

손상 사망률이 가장 낮은 상위 국가는 ▲터키(24.6명) ▲이스라엘(25.9명) ▲스페인(27.4명)이었으며, 하위 국가는 ▲멕시코(74.5명) ▲라투아니아(75.7명) ▲미국(76.2명) 등이었습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9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단 S-OIL(에쓰오일) 공장에서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소방청 제공) 2022.05.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19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단 S-OIL(에쓰오일) 공장에서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소방청 제공) 2022.05.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손상 사망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요. 안타깝게도 2020년 기준 손상 사망률 원인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였습니다. 전체 손상 사망률 51.5명 가운데 25.7명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여전히 극심한 경쟁 사회의 문제와 사회적 안전망 부족 문제 등이 해결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OECD 자살률 순위도 여전히 1위였습니다. 한국의 자살률은 24.6명으로 38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OECD 평균(11.명)의 2배 이상이었습니다. 한국에 이어 리투아니아(21.6명)가 가장 높았으며, 터키는 4.4명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손상 사망의 원인 가운데 고의적 자해를 제외하고는 ▲운수사고 7.7명 ▲낙상(추락) 5.2명 순으로 높았습니다. 운수사고는 교통법규 선진화 등으로 최근 10년 동안 지속 감소했지만, 낙상 사망률·입원률은 점차 올랐습니다. 낙상의 증가는 인구 고령화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밖에 기타 원인 중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산업재해의 경우, 근로자 1만 명 당 사망자 비율이 2010년에는 0.97명이었지만 계속 감소해 2014년부터 0.5명으로 낮아졌고 2019~2020년에는 0.46명 수준이었습니다. 업무상 사고재해율(업무 중 사고로 재해를 입은 근로자 비율) 역시 2010년 0.64%에서 2020년 0.49%로 낮아졌습니다.


자연·사회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어떠했을까요. 2020년 자연재난 피해액은 1조3182억원으로 최근 10년간 조사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평가되는 볼라벤 등 여러 태풍이 발생한 2012년(1조543억원)보다 큰 규모입니다.

2020년 피해만 살펴보면 호우 피해가 1조952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이어 ▲태풍(222억원) ▲풍랑·강풍(3억원) ▲한파(1억원) 순이었습니다. 종목별로 구분하면 ▲공공시설 피해(1조1747억원) ▲농경지(562억원) ▲사유시설(486억원) ▲건물(374억원) 순이었습니다.

산불재난과 다중밀집시설 대형화재, 해양 선박사고, 가출질병, 사업장 대규모 인적사고 등 28종 사고유형을 조사한 사회재난 피해액은 2010년 12억원(3건)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2019년 5303억원(28건), 2020년 3343억원(25건)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2020년의 경우만 놓고 보면 2019년(28건, 5303억원 피해)보다는 감소했지만, 산불 재난(1380억원)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질병(1152억원), 다중밀집시설 대형화재(722억원) 등이 압도적으로 많은 피해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서울=뉴시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지난달 31일 밀양시 부북면 일원에서 방어선을 구축하며 야간 산불을 진화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2022.06.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지난달 31일 밀양시 부북면 일원에서 방어선을 구축하며 야간 산불을 진화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2022.06.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지만 자연·사회 재난 증가와 별개로 한국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중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2010년의 경우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11.3명에 불과했으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에는 9.5%까지 크게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2016년 13.2%, 2018년 20.5%으로 비율이 높아지더니 2020년에는 31.8%까지 늘었습니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전반에서 안전 패러다임이 바뀐 이유로 풀이됩니다. 일상에서 안전에 대한 의식 수준도 높아진 것이 주요 이유로 보입니다.

사회영영별로도 ▲국가안보(안전하다 43.5%, 불안하다 24.5%) ▲태풍지진(안전하다 37.0%, 불안하다 22.9%) ▲건축물 및 시설물(안전하다 36.3%, 불안하다 21.5%) 등 과거 전통적인 불안 요인에 대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범죄위험(안전하다 26.8%, 불안하다 39.9%), 교통사고(안전하다 21.7%, 35.0%) 등 사회적 요인에 대한 불안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신종 질병(안전하다 22.6%, 불안하다 52.9%)에 대한 불안이 크게 높아진 것이 확인됩니다.

안전에 대한 인식을 보면 한국 사회는 적어도 몇몇 비극적인 사건사고를 계기로 외형적으로는 긍정적 발전을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높은 자살률과 사회적 불안감 등을 봤을 때 내부적인 안전에 있어서는 크게 취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어느 때보다 주변 이웃을 먼저 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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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우리 사회는 얼마나 안전할까?…통계로 본 한국의 안전

기사등록 2022/06/05 15: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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