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컴백한 '모토로라폰 써보니

기사등록 2022/06/05 10:30:00

최종수정 2022/06/05 15:32:46

모토로라 '엣지 20라이트' 체험기…'가성비폰'으로는 충분

화면·카메라 성능 모두 합격점…측면 전원버튼 기능도 편리

단점 無? 장점도 無…삼성·애플 제국 깰 무기가 없다

'알뜰폰 제휴' 저렴한 요금제 좋지만…기기 특장점 만들어야

모토로라의 5G 스마트폰 '엣지 20라이트 5G'. (사진=윤현성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모토로라의 5G 스마트폰 '엣지 20라이트 5G'. (사진=윤현성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한때 '스타택'으로 대표되는 모토로라 휴대전화는 혁신의 상징이자 청년층의 로망으로 여겨졌었다.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 이후 영광을 잃었던 모토로라가 권토중래를 꿈꾸며 한국을 다시 찾았지만, 옛 영광을 향한 아쉬움만 커지는 듯하다.

모토로라가 지난달 국내에 출시한 '엣지 20라이트 5G'는 어디 한 군데 크게 빠지는 곳 없이 '무난한' 스마트폰이다.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모토로라 '단단한' 이미지 재현…가격 대비 성능도 충분해

엣지 20라이트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기존에 시장에 출시됐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큰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은은한 무광의 일렉트릭 그라파이트(흑연색)은 과거 모토로라 휴대전화의 특징이었던 무겁고 단단한 느낌을 줬다. 아이폰에 '사과'가 있듯 제품 후면에 새겨진 모토로라의 로고도 잘 어우러졌다.

스펙 측면에서 보면 엣지 20라이트는 중저가폰 시장을 노리고 출시된 만큼 가격도 39만9000원 수준으로 부담이 없다. 메모리 8GB RAM에 128GB 스토리지로 경쟁모델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 않다. 디스플레이는 웬만한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 수준의 6.67인치 크기에 FHD+가 적용됐고, 카메라의 경우 아예 삼성전자의 최신형 플래그십인 갤럭시 S22 시리즈에 필적하는 1억800만 화소의 트리플 렌즈가 탑재됐다.

실제 사용했을 때도 이같은 스펙에 걸맞는 성능을 보여줬다. 기존에 사용하던 갤럭시노트20 울트라에 필적하는 널찍한 화면은 전혀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선명한 색감과 빠른 터치감도 만족스러웠다.

유튜브 동영상을 최고 밝기로 4~5시간 가량 연속 재생했음에도 배터리가 절반 가까이 유지됐다. 5000mAh의 대용량 배터리의 여유로움을 충분히 느낄 만 하다. 측면에 달린 전원 버튼을 활용한 편의 기능도 꽤 요긴하다. 측면 전원버튼을 통한 지문 인식은 물론, 전원 버튼을 가볍게 2번 터치하면 자주 이용하는 어플리케이션(앱)을 바로 선택해 이용할 수 있었다.
모토로라의 엣지 20라이트로 촬영한 사진(왼쪽)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0 울트라로 촬영한 사진. (사진=윤현성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모토로라의 엣지 20라이트로 촬영한 사진(왼쪽)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0 울트라로 촬영한 사진. (사진=윤현성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카메라 성능은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과 비교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똑같은 1억800만 화소의 카메라가 탑재된 엣지 20라이트와 갤럭시노트20 울트라로 같은 피사체를 촬영했을 때 화질이나 색감에서는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트리플 렌즈(엣지 20라이트)와 쿼드 렌즈(노트20 울트라)의 차이로 화각에서만 다소 차이를 보이는 정도였다.

"딱히 빠지는 부분은 없어…갤럭시·아이폰서 갈아타자니 '글쎄'"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줄 만하다. 하지만 오히려 '뚜렷한 장점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로 '외산폰의 무덤'으로 여겨지는 국내 시장에서 별다른 특장점이 없다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엣지 20라이트의 경우 중저가폰 수준의 가격 대비 타사의 플래그십에 준하는 기능들이 일부 적용됐다는 자체가 장점이 될 수는 있겠다. 올해 출시된 삼성과 애플의 중저가폰인 갤럭시A53과 아이폰SE3의 출고가가 60만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메리트도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는 '생태계'다. 삼성의 갤럭시 생태계와 애플의 iOS 생태계라는 거대한 이점을 포기하고 엣지 20라이트를 선택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별다른 단점이 없지만 엣지 20라이트에 손을 갈만한 뚜렷한 장점 또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태계의 벽을 의식한 듯 그간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린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삼성·애플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특징을 내세우며 틈새시장을 노려왔다. 저렴한 가격은 기본이고 초고용량 배터리와 초고속 충전, 플래그십폰 이상의 카메라 성능 등이 대표적이다.
모토로라가 헬로모바일과 손잡고 지난달 국내 출시한 5G 스마트폰 '엣지 20라이트 5G'(왼쪽)와 '모토 G50 5G'. (사진=모토로라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모토로라가 헬로모바일과 손잡고 지난달 국내 출시한 5G 스마트폰 '엣지 20라이트 5G'(왼쪽)와 '모토 G50 5G'. (사진=모토로라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모토로라가 알뜰폰 1위기업인 헬로모바일과 손잡고 국내에 단독 출시한 것을 '요금제' 측면에서 고유 장점을 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여지도 있다. 엣지20 라이트는 5G 스마트폰임에도 월 2~3만원대의 헬로모바일 LTE 요금제로 저렴하게 이용 가능하다. 헬로모바일의 각종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적용될 수 있다.

'비싼 5G 요금제'가 국내 소비자들의 역린 중 하나인 만큼 이같은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도 있지만, 기기 자체의 특장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모토로라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부활의 가능성을 엿본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만 국내에 출시된 엣지 20라이트와 모토 G50 두 제품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는 출시된 지 1년에 가까워져 가는 모델들이다. 모토로라가 구형 제품으로 한국 소비자 취향을 간 본 뒤 추후 신작 출시를 고려한다는 계획이라면 다소 안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애플이 구축한 소비구조가 상상 이상으로 굳건하다. 진짜 차별화된 특징을 보여줘야만 빈틈을 노릴 수 있지 않을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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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컴백한 '모토로라폰 써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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