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서 6월1일 개막... 60여 명, 80여 점 전시
벽사·길상·교훈 등 근대 이전 전통 채색화 역할 조명
‘디지털트윈 미술관’ 구축...PC·모바일로 관람 가능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몰라봤다. 우리 미술. 화려해서 촌스러운, 그래서 점점 소외했던 '전통 채색화'의 부활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미술관 최초로 한국의 채색화 '생의 찬미'를 6월 1일 과천에서 개막한다. 한국적인 벽사 이미지인 '처용의 춤'(영상)으로 시작해 이우환 '관계항'까지 80여 점을 엄선했다.
한국의 채색화는 민화와 궁중회화, 종교화, 기록화 등을 아우른다.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벽사) 복을 불러들이며(길상) 교훈을 전하고(문자도) 중요한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자 하는(기록화) 등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전통 회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조선 시대 이후 문인들의 수묵 감상화 위주 미술사가 주류를 이루면서 한국 미술사에서 소외됐다. 이번 전시는 기울어진 한국 미술사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미술관의 기획 의도다.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시...중봉 성파 대종사 등 60명 80점 전시
제15대 조계종 중봉 성파 대종사를 비롯한 강요배, 박대성, 박생광, 신상호, 안상수, 오윤, 이종상, 한애규, 황창배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60여 명이 참여했다. 송규태, 오순경, 문선영, 이영실 등 현대 창작 민화 작가 10여 명도 참여하는데 그중 3인 작가의 커미션 신작을 포함하여 13점이 첫 공개된다.
전시는 전통회화의 역할을 ‘벽사’와 ‘길상’, ‘교훈’과 ‘감상’등 네 가지 주제, 6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첫 번째 ‘마중’에서는 가장 한국적인 벽사 이미지인 처용을 주제로 한 스톤 존스턴 감독의 영상 '승화'로 전시를 마중한다.
두 번째 ‘문 앞에서: 벽사’에서도 길상의 첫 역할인 벽사의 의미를 담은 도상들로 시작된다. 신상호 작가의 '토템상'을 시작으로 '욕불구룡도'와 '오방신도', '호작도', 조계종 중봉 성파 대종사의 '수기맹호도'와 같은 전통적인 도상들이 한애규의 '기둥들', 오윤의 '칼노래' 등과 함께 펼쳐진다.
세 번째 ‘정원에서: 십장생과 화조화’에서는 전통적인 길상화인 십장생도와 모란도 등을 보여준다. 19세기 말 작품부터 길상 도상의 의미와 표현의 확장을 모색해 온 최근의 회화와 영상까지 ‘길상’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십장생도' 병풍과 함께 김혜경의 영상 작품 '길상', 전혁림의 '백낙병', 김종학의 '현대모란도', 손유영의 '모란숲', 홍지윤의 '접시꽃 들판에 서서' 등의 작품이 어우러진다.
네 번째 ‘오방색’에서는 높은 층고의 열린 공간 중앙홀에 2개의 작품이 설치됐다. 모두 오방색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김신일의 설치작품 '오색사이'와 이정교의 거대한 네 마리 호랑이 작품 '사·방·호'가 선보인다.
다섯 번째 ‘서가에서: 문자도와 책가도, 기록화’에서는 정원을 지나 들어간 어느 서가에서 만난 책과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공간에서는 8명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문자도와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매화 책거리도'(8폭 병풍)를 포함한 다양한 책가도,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상 격변의 시기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기록화들을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 ‘담 너머, 저 산: 산수화’에서는 서가를 나와 다시 정원에 들어서며 보이는 담 너머 펼쳐진 산수화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채색화 분야와는 다르게 감상화로 분류되어 중앙화단에서도 크게 유행했던 산수화의 다양한 변주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디지털트윈 미술관’, 누구나 PCˑ모바일로 관람 가능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전통 채색화가 국내 현대미술계에서 자리하고 있는 위치와 근대 이전 전통 채색화의 역할을 조명해보고자 마련된 특별전시”라며, “이를 통해 향후 한국 채색화가 다시 도약하고 한국 회화사의 균형을 찾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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