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콜롬비아 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 페르난도 바예호의 소설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다. 바예호의 대표작 '청부 살인자의 성모'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됐다.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태어난 바예호는 영화 감독·소설가·언어학자·인권 운동가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2003년 스페인어권 문학계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로물로 가예고스 상을 수상했다.
'청부 살인자의 성모'는 1990년대 후반, 콜롬비아 최대 마약 조직을 이끌던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군에 의해 살해된 후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청부 살인자들은 저마다의 조직을 결성하고 영역 싸움을 벌이기 시작하고, 시골에서 활동하던 콜롬비아 게릴라들이 도시로 침투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소설 화자인 '나'는 정제되지 않은 거리의 언어로 메데인 현실을 꾸밈없이 보여준다. 언어학자인 화자는 메데인 빈민촌의 청소년이 사용하는 속어인 파를라체(parlache)인 '쿨레브라(해묵은 원한)', '고노레아(가장 심한 욕)', '코무나(콜롬비아 산동네의 빈민촌)' 등의 단어를 습득하며 기억 속 메데인과 너무도 달라진 현재의 메데인을 관찰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한 사람들을 만들고, 가난은 더 심한 가난을 만들어. 그리고 더 심한 가난이 있는 곳에 더 많은 살인자가 있고, 더 많은 살인자가 있는 곳에는 더 많은 사람이 죽어. 이것이 메데인의 법인데, 앞으로 전 지구를 지배하게 될 거야. 그러니 잘 적어놓도록 해."
이 소설은 위대한 정치적 인물이 아니라 '청부 살인자'라는 사회 하층민의 폭력적인 삶을 다룬다. 그들은 바로 사회적 잉여 인간이자 잉여 육체이며, 소비 사회에 내재하는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폭력으로 생겨난 잉여적 존재들이다.
바예호는 '지구상에서 가장 범죄가 많은 나라'가 되어버린 메데인과 희망 없는 청년들, 만연한 폭력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길이 없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고 신랄한 비판을 토해낸다. 화자의 독백 속에는 연민과 슬픔의 감정이 혼재되어 있다. 이 소설은 2000년 바예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다. 6월1일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주빈국 특별 전시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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