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칼럼 올려 고발돼
투표권유 혐의로 기소유예…헌재 "금지 행위"
"21대 총선 염두…독자에게 투표권유한 표현"
인쇄물 위법 배부혐의는 기소유예 취소 결정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더불어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라는 칼럼을 게재한 임미리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투표권유 혐의로 기소유예한 검찰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다만 신문에 칼럼을 게재한 것이므로 탈법적으로 인쇄물을 배부했다고 본 검찰의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헌재는 26일 오후 임 교수가 "검찰의 투표참여 권유 혐의에 관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기각)대4(인용)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임 교수는 지난 2020년 1월29일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옛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책임이 적지 않으나, 더 큰 책임이 있는 민주당만 빼고 투표를 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민주당은 임 교수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고발을 취하했지만, 다른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 있어 검찰은 계속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2020년 9월 임 교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칼럼을 게재한 것은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투표권유 행위이자 탈법적인 방법에 의한 인쇄물 배부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임 교수는 "한국사회 전체적으로도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기소유예를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임 교수에 대한 일부 기소유예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임 교수가 칼럼에서 민주당과 문재인정부를 비판적으로 서술한 뒤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라는 표현을 써 사실상 독자들에게 투표를 권유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자"라는 등의 표현도 투표참여를 적극 권유하는 의사가 담긴 것으로 봤다.
당시 칼럼이 게재된 건 21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을 무렵이어서, 독자로선 해당 칼럼이 21대 총선을 염두에 두고 투표를 권유하는 취지로 이해했다는 게 헌재 판단이다.
즉, 이처럼 칼럼을 통해 특정정당에 대한 반대 의사를 담아 투표를 권유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때에 이뤄진 행위'에 해당해 처벌대상이라고 했다.
헌재는 "기소유예 처분 중 투표참여 권유행위에 대한 부분은 정당하다"며 "헌재가 관여할 정도로 자의적 처분이라고 볼 자료도 없다"고 했다.
다만 이종석·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임 교수는 정치학 박사로 경향신문에 총 13편의 칼럼을 기고했는데 집권세력에 책임정치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면서 "이 사건 칼럼은 통상적인 주기에 맞춰 작성된 것이고 21대 총선 자체를 목적으로 해 특별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작성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임 교수가 권유한 건 투표행위 자체가 아닌 집권여당에 대한 지속적 감시와 심판"이라며 "특정정당을 반대하는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내용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헌재는 검찰이 임 교수를 탈법적으로 인쇄물을 배부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한 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공직선거법은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신문 외의 문서로 선거 관련 기사를 배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런데 임 교수의 칼럼은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간행물인 경향신문에 게재됐으므로 탈법적인 방법으로 배부되지 않았다는 게 헌재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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