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연대 경영진 장악 후 2년만에 정상화
흑자전환·감사의견 '적정' 받아내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감사의견 거절로 지난 2019년 3월 거래정지가 됐던 크로바하이텍이 약 3년2개월만에 거래가 재개됐다. 크로바하이텍의 거래재개를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주주연대였다. 대표이사가 된 안호철 주주연대 대표가 회사를 정상화에 앞장섰다. 3년간의 경영정상화 과정 끝에 크로바하이텍은 감사의견 적정을 받아냈고,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안 대표는 목표였던 거래재개를 달성하자 주주연대를 해산하고 경영진에서 물러났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0분 현재 크로바하이텍은 시초가 대비 11.74% 하락한 28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거래재개 이후 일부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전날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크로바하이텍에 대해 상장유지를 결정했다. 크로바하이텍의 시초가는 거래정지(2485원) 당시 보다 높은 3195원으로 결정됐다.
크로바하이텍은 지난 2019년 3월15일 거래가 정지됐다. 감사의견 비적정설로 한국거래소가 거래를 정지시킨 것이다. 이에 거래소는 크로바하이텍에게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크로바하이텍은 반도체설계사업과 반도체후공정사업, 전자부품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2019년 거래 정지의 배경은 새롭게 최대주주가 됐던 파워리퍼블릭얼라이언스의 영향이다. 과도한 차입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계약 일정 변경, 반대매매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 감사의견 거절로 이어졌다.
당시 외부감사인이었던 회계법인평진은 "회사가 제시한 특수관계자 및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내역에 대해 특수관계자 범위와 거래내역에 대한 완전성과 정확성을 판단할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관계기업투자에 대한 회수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거래 정지 후에는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가 드러나면서 회사 존폐의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2019년에만 총 8건의 횡령·배임혐의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시가 이뤄졌고, 그 규모는 약 231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상황에 치닫자 소액주주들이 행동에 나섰다. 안호철 소액주주연대 대표 지휘 아래 소액주주들이 모였고, 의결권 행사를 통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경영에 나선 것이다. 경영진 장악 후 소액주주 연대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고, 결국 지난 2020년 7월 감사의견 적정을 받아냈다. 또 구조조정 등을 진행해 영업이익률을 개선시켜 지난해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경영정상화 작업을 주도한 안 대표는 현대자동차 전자연구소 출신으로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인물이다. 안 대표의 전장 분야 전문성을 기반으로 크로바하이텍의 회생 로드맵을 진행한 것이다.
감사의견 적정과 흑자전환까지 성공시킨 소액주주 연대는 거래재개가 기정사실화 되자 회사를 이끌 최대주주까지 유치하고 물러났다. 지난해말 웰킵스에 대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이들의 지분율은 1분기말 기준 27.6%이다. 안 대표는 지난 3월31일에 대표이사에서 퇴임했다.
안 대표는 "3년여간 유지된 주주연대는 거래재개 목적이 완수가 됐기에 공식적으로 해산한다"면서 "처음 시작할 때 모두가 상장폐지를 기정사실로 알았고 회사의 청산을 걱정했을 정도 였으나 거래재개를 위한 열정을 모으고 힘을 모으니 역사를 만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크로바하이텍 주주연대의 이번 경영정상화는 더 많은 주주연대의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이퓨쳐, 삼천당제약, 우리로, 에코마이스터 등 다양한 주주연대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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