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후퇴, 부패 악화, 푸틴과 밀접한
터키가 핀란드·스웨덴 가입 방해 나서
NATO 원칙·자격 부정…헌장 바꿔 축출해야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위협을 느낀 스웨덴과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신청한 것은 러시아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두 나라의 가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실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와 관련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통치하는 터키, 나토 회원국 맞나"라고 비판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자는 미 상원의원 출신으로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조 리버맨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유엔 주재 운영 및 개혁 담당 특사였던 마크 월러스 두 사람이다.
한 나라를 제외한 나토의 모든 회원국들 모두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 신청을 반긴다. 터키가 18일 두 나라의 조속한 가입 논의를 가로막았다. 레세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정치적이고 편협하며 불합리한 이유를 들면서 두 나라의 가입 전망을 무산시키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에르도안이 통치하는 터키가 동맹국 자격이 있는 지 의문이다.
터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처하는 나토 회원국들의 노력에도 동참하지 않고 있다. 전쟁 발발 전 우크라이나가 터키의 민간 업체 바이카르 마키나와 맺은 계약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공격형 드론을 판매하는 것을 제외하면 터키 정부는 외교적 소음을 내는 것말고 한 일이 없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중개자로 자처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당시에도 협상을 중개하겠다고 나섰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평화촉진자연 하는 자세는 러시아와 협력해온 사실을 덮기 위한 것이다. 터키는 2017년 러시아제 S-400 대공미사일 시스템을 구입했지만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길 거부했으며 나토의 대러 제재에도 동참하길 거부했고 러시아 부호들과 그들의 금융계좌 및 투자의 도피처가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경제를 망쳐놓는 바람에 러시아의 지원이 필요하다.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지만 에르도안은 측근들과 막대한 규모의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대부분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과 공허한 프로젝트들이다. 러시아의 지원이 에르도안 집권을 지탱하면서 일종의 반민주주의적 동맹을 맺고 있다.
에르도안의 터키는 자유와 투명성이 크게 위축돼 있다. 지난해 부패인지도에서 터키는 전세계 국가들 가운데 96위로 추락했다. 2003년에는 77위였다. 지난해 민주화지수는 2006년 88위에서 103위로 떨어졌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지난해 부패인지도에서 각각 1위와 4위, 민주화지수에서 6위와 4위다.
에르도안과 가까운 러시아 부호들이 터키 언론사를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정부는 비판적 언론인들을 대거 투옥하면서 활기 넘치던 터키 언론사들이 선전기구로 전락했다. 외국 언론사들도 국가방송당국의 위협을 받는다. 종교적, 인종적 소수 민족들은 매일 처형되고 있다. 여성들의 권리도 짓밟혔다.
나토는 유로-대서양 지역 안보에 기여할 수 있고 민주주의 기준을 충족하는 모든 유럽국들에 문호가 개방돼 있다. 에르도안을 제외한 모든 회원국들이 핀란드와 스웨덴이 이 기준을 충족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1952년에 나토에 가입한 터키가 이 자격기준을 충족하는가?
나토는 지난 20년 동안 회원국들의 단결 의지를 낮게 평가하면서 푸틴의 흉심을 얕잡아보는 큰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다. 에르도안 때문에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위험이 크다.
터키는 나토 회원국이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위대한 동맹의 근저에 있는 가치를 더이상 존중하지 않는다. 나토 헌장 13조는 회원국 탈퇴를 규정하고 있다. 13조를 개정해 회원국 자격과 원칙을 충족하지 못하는 나라를 축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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