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임명 대응 놓고 '강경론' vs '현실론'
"의원들 분위기 격양 돼…부적격 의견 높아"
강경론 높지만 '발목 야당' 선거 악재 의식
'지선 총괄' 이재명 "기회 열어주는 거 고려"
참패 땐 李 정치생명 치명상…출구전략 모색
"자유 투표할 수도"…정치적 부담 덜고 인준
일각 "악수후 뺨 맞은 격…국회가 견제해야"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19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를 하루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절대 불가를 외치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선 한덕수 후보자를 낙마시켜야 한다는 '강경론'이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6·1 지방선거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인준 쪽 손을 들어주며 '현실론'에도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한 후보자 인준 가결돠 부결 사이에서 고심하는 모양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현장 선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자 인준 여부에 대해 "20일 의원총회에서 최종적 입장을 듣고 공식 입장을 정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분위기로서는 부적격 의견이 현저히 높은 것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한동훈 장관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내부 기류도 한덕수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쪽에 기울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박 원내대표는 "어제 이후로 우리 당 의원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격양돼있다"고 했다.
윤호중 상임선대위원장도 선대위 회의에서 "한동훈 장관 임명은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여야 협치도 윤 대통령의 한동훈 임명으로 파기되고 말았다. 앞으로 벌어질 국정운영 혼란에 대한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민주당은 한 후보자 인준 부결에 쏠린 모습이나 속내는 복잡하다. 윤석열 정권 출범 후 한달도 안 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발목잡는 야당' 프레임에 걸릴 경우 가뜩이나 불리한 판세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여론도 한덕수 후보자 인준에 기운 모습이다. 18일 나온 쿠키뉴스 의뢰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해 '찬성' 48.4% '반대' 38.9%로 나타났다.(14~16일 실시, 전국 성인 1011명, 유무선 병행, 응답률 5.5%,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한 후보자 인준에 긍정적으로 변한 여론을 의식하면 정부여당 입장에선 야당이 한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게 선거전략상 손해는 아닌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원내대표는 "이쯤이면 총리 인준은 당초 안중에 없었던 것 같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벌써 '소통령'으로 불리는 한 장관 임명을 위해 버리는 카드였다는 소문이 무성하더니, 결국 사실로 입증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위원장이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안 맞고 부족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정부 출범 초기이니 (정부 입장을) 존중하고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인준 쪽에 힘을 실은 것도 심상치 않은 민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위원장은 대선 패배 후 불과 두달만에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정치 일선에 복귀한 상황이다.
'사법 리스크'까지 걸려있는 가운데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는 명분으로 조기 등판에 대한 우려를 내리누른 상황에서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계양을 선거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때문에 선거 변수가 될 수 있는 한 후보자 인준에도 전향적 입장을 취하는 셈이다.
실제 이재명계 인사들도 미묘한 기류 변화를 드러내왔다. 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 조응천 비상대책위원 등이 일찌감치 인준론을 편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이재명계 김남국 의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좀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몇몇 의원님들께서는 그래도 정부가 출범하기 때문에 인준 표결에 참여해서 동의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 인준해 줘야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주장하시는 분들이 몇몇 있다"고 전했다.
박주민 의원 역시 KBS 라디오에 나와 "굉장히 부적격한 인사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려할 필요 없이 원칙대로 판단하면 된다는 흐름하고 반대로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추이를 보다 더 살펴야 한다는 흐름이 있다"며 "의총 결과에 따라서 입장이 정해질 수도 있고 아니면 입장을 정하지 않고 자유 의사에 맡겨서 표결을 하게 할 수도 있고 여러 갈래가 남아 있다"고 했다.
인준 찬반 당론을 정하는 것 외에 자유투표에 맡기는 '제3안'을 언급한 것이다. 자유투표안은 정성호 의원이 제안한 것으로 가부 당론을 정하는 대신 개별 의원의 판단에 맡김으로써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 사실상 인준쪽에 무게를 둔 방안이다.
이에 맞춰 인준 표결 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거취가 정리된다면 자유투표를 통해 한덕수 후보자 인준 수순을 밟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그러나 정국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원칙대로 한 후보자 인준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여소야대' 다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의 힘을 드러내고 새 총리 후보자 인선 부담을 정부여당에 안기는 노림수다.
국회의장 선거에 출마한 소신파 이상민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주요 사안을 국회와 의논한다고 해놓고 한동훈 장관을 임명한 것은 악수하고 뒤돌아서 뺨을 친 격이다. 윤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 배운 것 같다"며 "지금은 국회의 견제 장치가 작동해야 할 시점"이라며 부결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오는 20일 본회의 전인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열고 한덕수 후보자 인준에 대해 최종 논의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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