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예정된 세법개정안에 계획 담길 듯
100억 미만 주식 보유자 양도세 폐지 등 검토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장치 법제화 우선 추진
정책 신뢰성 우려…시스템 구축 예산·인력 낭비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와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기도 당분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여야 합의에 따라 결정된 사안들이었는데 정권 교체와 함께 계획이 보류된 것이다.
이와 함께 대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 기준도 단계적으로 완화하고, 증권거래세도 지금보다 인하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정치 논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세법이 돌변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4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현재 기획재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하고,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기도 내년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오는 7월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점쳐진다.
당초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는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이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으로 실현한 모든 소득에 매겨지는 세금이다.
국내 상장주식, 공모주식형 펀드로 5000만원 또는 기타 금융투자소득으로 250만원이 넘는 순소득을 올린 투자자는 해당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면 일정 수준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게 된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현재 대주주 중심의 과세 체계는 폐지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국내 주식의 경우 종목당 10억원 또는 1% 이상(코스닥은 2%)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주식 양도소득세가 부과됐다.
대신 정부는 '이중과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현재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을 거래할 때 부과하는 0.23%(농어촌특별세 0.15% 포함)의 증권거래세를 0.15%까지 낮출 계획이었다. 농어촌특별세를 제외하면 사실상 세율은 0%가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기를 미루겠다는 정부 계획에 따라 이 모든 개편안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부터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새로운 과세 체계를 설계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양도세가 전면 도입되면 외국인 투자자 등 시장을 움직이는 소위 '큰손'의 유입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국내 주식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얼마 전 인사청문회에서 "주식시장에 좀 더 생산적인 자금들이 들어올 필요가 있다"면서 "투자자나 시장 수용성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종목당 1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를 제외하고 주식 양도소득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한 증권거래세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는 얼마 전 유출돼 논란을 일으킨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담긴 내용이다. 최종본은 아니지만 사실상 초고액 주식 보유자가 아니라면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이 이행계획에는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를 투자자 보호장치 법제화 이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초 정부는 2021년 10월부터 가상가산 과세를 시행하려고 했지만, 법안 통과 과정에서 2022년 1월로 3개월 밀린 바 있다. 이후 2023년 1월로 재차 1년을 연기했다.
실제 개인 투자자의 납부 시점은 이보다 1년 더 뒤인 2024년부터다. 2023년 거래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2024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부터 세금을 내게 된다.
구체적으로 가상자산 양도차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연 2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세율 20%를 적용해 분리 과세하는 식이다.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한번 결정한 과세 일정이 번복되는 것은 정책 신뢰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결정한 지난해 말의 경우 대선을 앞두고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여야가 손을 잡은 것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과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도 낭비된 셈이다. 그간 기재부와 국세청 등은 지난해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준비해왔고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시행을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 및 구축에 올해 예산 223억7600만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금을 덜 걷고 복지를 늘리기는 어렵고 결국 원칙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