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래·김용균·변희수…'D.P.' 조현철 수상소감, 주목받는 이유

기사등록 2022/05/09 00:30:00

[서울=뉴시스] 조현철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수상소감. 2022.05.06. (사진 = 피네이션, 물고기뮤직, 쏘스뮤직, 똘배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현철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수상소감. 2022.05.06. (사진 = 피네이션, 물고기뮤직, 쏘스뮤직, 똘배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배우 겸 감독 조현철(36)이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남긴 수상 소감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크게 회자되고 있다.

조현철은 지난 6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투병 중인 자신의 부친인 조중래 명지대 교통공학과 명예 교수를 언급하면서 사회적인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기억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디피(D.P).'(2021)에서 연기한 '조석봉' 역으로 이날 TV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은 그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조금 용기를 드리고자 잠시 시간을 할애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눈을 조금만 돌리면 마당 창밖으로 빨간 꽃이 보이잖아. 그거 할머니야. 할머니가 거기 있으니까, 아빠가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죽음이라는 게 단순히 존재양식의 변화인 거잖아"라고 운을 뗐다.

작년 한 해 동안 자신이 감독한 첫 장편영화 '너와 나'를 촬영하면서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에 대해 생각했다는 그는 "그 영화를 준비하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에게 아주 중요했던 이름들, 박길래 선생님, 김용균 군, 변희수 하사, 이경택군, 외할아버지, 할머니, 외삼촌…. 나는 이들이 분명히 죽은 뒤에도 여기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니까 아빠, 무서워하지 말고 마지막 시간 아름답게 잘 보냈으면 좋겠어. 소란스러운 일들 잘 정리하고 저도 금방 가겠다. 평안하게 잘 자고 있으세요.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조현철이 제일 먼저 언급한 박길래(2000년 사망) 씨는 우리나라 첫 공해병 환자다. 집 주변 연탄공장에서 날아온 분진으로 진폐증에 걸렸던 그는 환경운동가로서 긴 싸움을 했다.

김용균(2018년 사망) 씨는 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비정규직 노동자로 혼자서 야간 근무를 하던 중 사망했고, 변희수(2021년 사망) 하사는 국내 첫 '트랜스젠더 여군'으로 군으로부터 강제 전역을 당했다. 이경택(2005년 사망) 군은 학교폭력 피해자로, 조현철의 학교 후배다. 조현철이 군의 부조리한 구조를 다룬 '디피'에서 연기한 조석봉은 군 폭력 피해자였다.

이날 수상 소감으로 남다른 조현철의 가족사도 조명됐다. 투병 중인 부친 조중래 교수는 '공해연구회'를 만드는 등 국내 환경운동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을 듣는다. 큰 아버지인 고(故) 조영래 변혹사는 박길래 씨를 도운 것뿐만 아니라 '전태일 평전'을 쓰고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평생 공익변론에 힘썼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배우 조현철이 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2.05.06. (사진=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배우 조현철이 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22.05.06. (사진=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조현철의 어머니인 안일순 씨는 소설가로 여성운동에 몸 담았다. 형은 평소 사회적 발언에 거리낌이 없었던 래퍼 매드클라운(Mad Clown·37·조동림)이다.

조현철의 수상 소감 직후 온라인에서는 그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plXXXXXXXXXXXX는 "내가 본 가장 사적이고 가장 공적인, 가장 미시적이고 가장 거시적인,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 가장 품위 있는 수상 소감. 잘 모르는 배우였는데 수상 소감 보고 팬이 됐다"고 썼다.

트위터 아이디 paXXXXXXXX는 "조현철 배우의 수상 소감을 들으면서 후보 기준이 마음에 안 들었던 백상을 조금 용서하기로 했다. 조현철 배우가 상을 받고 백상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큰 위로가 됐을 테니까"라고 적었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인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며칠 전 조현철 배우가 백상 남우조연상 수상소감에서 변희수 하사를 불러 눈물이 왈칵 했었다"고 썼다.

조현철이 시상식에 입고 나온 셔츠도 뒤늦게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한국 첫 여성 영화감독 박남옥씨가 프린트된 셔츠를 입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출신인 조현철은 단편 '척추측만'(2010)을 연출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두근두근 영춘권'(2011), '영아'(2012) 등 독립영화에 출연하다가 '건축학개론'(2012)에서 승민(이제훈)의 친구 동구 역을 맡아 본격적인 상업영화 활동을 시작했다.     

영화 '차이나타운'(2014), 영화 '터널'(2016), 영화 '마스터'(2017), 드라마 '호텔 델루나'(2019),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 등으로 주목 받았고, 작년 '디피'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년 감독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영향을 받은 첫 장편 연출작 '너와 나'를 찍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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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래·김용균·변희수…'D.P.' 조현철 수상소감, 주목받는 이유

기사등록 2022/05/09 00:3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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