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코노미스트 인터뷰…러 침공설에 최악의 안보 불안 시달려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우크라이나의 인접국이자 유럽 최빈국인 몰도바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자국의 최근 상황이 "1991년 소련 독립 이후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몰도바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친러시아 반군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최악의 안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3일(현지시간) 산두 대통령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동부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안보 위기 상황과 관련해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며 "전쟁의 여파가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중립국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100% 보호를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2일 러시아군 중부군관구 부사령관 루스탐 민나카예프 준장이 러시아군의 목표가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남부를 장악함으로써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억압받는 트란스니스트리아로 나아갈 수 있는 출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몰도바가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러시아의 목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몰도바 드니스테르강 동쪽 지역으로, 우크라이나 서부와 남북 방향으로 길게 국경을 맞대고 있다.
주민 50여만 명 중 약 30%가 러시아어를 사용할 정도로 친러 성향을 띠고 있으며, 1991년 소련 붕괴 후 몰도바에서 독립을 선언했으나 국제사회 대부분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과 비슷하다.
몰도바는 법률상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자국의 영토로 취급하고 있고, 러시아는 1992년부터 이곳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수천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산두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기에 러시아 장군의 발언은 매우 우려스러운 내용"이라고 토로했다.
중립국인 몰도바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한 적이 없고, 아직 유럽연합(EU) 회원국도 아니다.
그러나 최근 트란스니스트리아 국가안보부 건물과 라디오 방송탑이 원인 불명의 포탄 공격을 받는 등 안보 불안이 심화되면서 러시아가 전쟁 명분을 만들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국방력이 사실상 전무해 러시아군이 침공하면 순식간에 함락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몰도바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3300달러(약 400만원) 수준에 불과하며, 전투기나 헬리콥터 등 군용기도 보유하지 못했으며, 탱크도 박물관에 전시된 구형 탱크가 전부다.
몰도바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주일 만에 EU 가입을 신청했지만, 실제 가입까지는 아직도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산두 대통령은 "EU가 보낸 질문지의 항목 366개에 즉각 답했지만 2000여개의 질문이 다시 들어왔다"며 "우리의 작은 행정부가 질문지 처리를 그럭저럭 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EU 가입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EU가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에게 안전과 도움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산두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 침공 우려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몰도바의 친러 정치세력이 이미 대규모 시위를 거론하며 정부 총사퇴, 총선 즉각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며 "경제위기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해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세계은행 고문 출신인 산두 대통령은 2020년 친러 성향의 경쟁자 이고르 도돈의 부패를 청산하겠다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도돈 전 대통령은 현재 의회에서 야당을 이끌며 정부에 대한 비판을 주도하며 여전히 친러세력들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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