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사에 자금 수혈하며 증시 입성 도와 자금 조달 물꼬
가맹점 200개, 2위 서클K까지 인수하며 몽골 편의점 점유율 70%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편의점 업체 CU가 국내를 넘어 몽골에서 빠르게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몽골 진출 4년 만에 200호점을 개장한 데 이어 현지 2위 편의점인 '써클K'까지 인수하며 몽골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높였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U는 2018년 몽골 진출 당시 현지 기업 센트럴 익스프레스가 편의점 투자와 운영을 도맡고, CU는 브랜드와 시스템 노하우만 제공하며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계약했다.
일종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CU의 부담을 최소화하며 해외 사업에 진출한 셈이다. 당시 CU 측은 "(몽골에서) 투자는 하지 않고 로열티만 받는 계약이기 때문에 투자 리스크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센트럴 익스프레스의 사업 부진이 이어지며 CU는 이 같은 원칙을 바꿔야 했다. 급기야 2019년 센트럴 익스프레스 지분 10%를 사들이며 7억5700만원을 출자했다. 2020년엔 또 다시 50억원을 빌려줬다.
CU가 이처럼 방침을 바꾼 이유는 그만큼 파트너사의 편의점 사업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몽골 편의점 사업은 포화 상태에 이른 한국과 달리 아직 초기 단계로, 시장을 선점하는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CU는 센트럴 익스프레스가 현지에서 먼저 자리 잡은 서클K에 맞서 공격적으로 가맹점을 늘리는 모습에 성장성을 확신하고 자금 투자에 나섰다. 현지에서 발을 빼는 것보다 센트럴 익스프레스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CU의 투자 행보는 쉽지 않았다. CU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센트럴 익스프레스의 당기순손실은 2018년 59억2600만원, 2019년 151억3800만원, 2020년 157억2800만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금 조달이 시급한 센트럴 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몽골 증시 상장을 서둘렀다. 상장에 앞서 한 차례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CU는 이 과정에서 대여금 50억원 중 20억원을 신주로 교환했다. 센트럴 익스프레스의 현금이 바닥난 상황이어서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받은 것이다.
이후 센트럴 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1월 현지 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하며 자금 조달에 물꼬가 트였다. 당시 센트럴 익스프레스는 몽골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공모 금액(401억 투그릭)과 청약 인원(1만 여명) 기록을 세웠다.
센트럴 익스프레스가 상장한 후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몽골 2위 편의점 업체인 '서클K'도 인수했다. 여기에는 '규모의 경제' 를 실현하려는 포석도 있다.
현재 몽골에서 CU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CU는 센트럴 익스프레스 보유 지분 10%의 가치가 오르며 지난해 말 기준 33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CU가 몽골 시장에 점유율을 70%까지 올린 것은 CU 입장에선 의미가 남다르다. CU는 그동안 뛰어들었던 해외 사업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진출했던 이란에서도 실패했다. 2017년 이란 엔텍합 투자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편의점 사업을 시작했지만 진출 6개월 만에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가 불거지며 사업이 흔들렸다. 결국 파트너사로부터 가맹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45억원의 손실을 안고 사업을 철수했다.
이후 베트남에 눈을 돌렸지만 코로나19 여파로 1호점 개점조차 못한 채 진출을 백지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어떤 파트너사와 계약을 맺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CU는 이란에서의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몽골 파트너사와 끝까지 협력해 현지 시장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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