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전쟁③] 양자암호 시장 뛰어든 韓 기업들 어디

기사등록 2022/05/07 07:30:00

최종수정 2022/05/07 07:34:43

SKT·KT·LGU+ 등 양자보안통신 기술 경쟁 '후끈'

국책 연구기관 주도서 민간기업 연구·개발로 확산

삼성·LG 등 주요 기업 IBM 프로젝트와 협업

전문가 "다양한 연구 기술 개발 중…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개발해야"

LG유플러스는 최근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사진=LG유플러스] *재판매 및 DB 금지
LG유플러스는 최근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사진=LG유플러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 "양자컴퓨터가 보급되면 지금의 핵무기처럼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어떤 양자컴퓨터로도 뚫을 수 없도록 양자내성암호를 미리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최초로 양자내성암호(PQC) 전용회선 서비스를 내놓은 LG유플러스의 변이다. 양자내성암호는 현존 슈퍼컴퓨터보다 이론상 1000만배 빠른 양자컴퓨터로도 해독하는데 수조년 소요될 정도로 어려운 수학적 난제를 활용한 차세대 암호체계다.  앞서 영국 국립사이버보안센터(NCSC)는 모든 정부기관과 군사 분야에서 양자컴퓨터 위협에 최적의 대안은 양자내성암호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상용화로 양자내성암호는 아직 시험 단계라는 주변의 우려를 털어냈다. 특히 경쟁사들이 양자암호키분배(QKD)에 주력하는 동안 양자내성암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구성철 LG유플러스 유선사업담당은 “양자암호 회선 상용화로 LG유플러스의 기술 우위를 확인하는 동시에 국가 핵심산업 보호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가 양자내성암호를 선택했다면, SK텔레콤과 KT는 양자암호키분배(QKD) 방식의 양자보안 사업을 추진 중이다. 양자암호키분배는 탈취나 복제가 불가능하게 암호화된 키를 만든다. 이를 송신자와 수신자가 통신에 이용한다. 이때 키는 패턴을 추측할 수 없도록 무작위적으로 생성된다. 또 암호화 된 키를 탈취하거나 복제를 시도하면, 암호 속 정보가 파괴된다. LG유플러스가 양자내성암호 부문에서 성과를 내면서 SK텔레콤과  KT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양자암호 경쟁 뛰어든 통신 3사

통신 3사가 앞다퉈 양자암호 분야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양자컴퓨팅이 발전하면서 이에 맞는 보안이 더 중요해졌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경우 기존 암호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감한 정보가 오가는 통신 회선에서 보안은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가 주요시설이 양자암호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양정숙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2021년 9월말 현재까지 최근 10년간 한국수력원자력에서 탐지된 해킹 시도가 총 1463건으로 집계됐다.

수요가 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양자암호 시장은 2018년 1억달러(1192억원)에서 2023년 5억달러(5958억원)로 연평균 38% 성장한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키분배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IDQ 등으로 SKB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IDQ는 SK텔레콤이 2017년 인수한 양자암호기업이다. 해당 컨소시엄은 양자암호 국책 과제를 대거 수주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평화홀딩스, 한국수력원자력, 대전광역시 등 8개 기관에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했다.

SKB컨소시엄은 수소차 부품 설계 기술을 개발하는 평화홀딩스에도 양자암호통신망을 적용해 수소차 핵심 기술 보호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의료 분야에선 고려대 K-바이오센터에 적용돼 국내 첫 클라우드 기반 의료 시스템에서 양자암호 운용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아울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선 개인정보 데이터 보호에 활용되고 있다. ADT캡스 통합관제센터에 보유 중인 경비영상 데이터 보호에도 적용돼 고객 정보를 철통 방어하게 된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수력원자력고리 구간에는 앞서 언급한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했다.

KT 역시 양자암호키분배 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KT는 올 상반기 양자암호 전용회선 신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약관 신고까지 마친 상태다. 또 양자암호 중계기 기술 상용화에도 나선다. 최대 전송거리 100㎞를 넘어선다는 목표다. 해당 기술은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사례가 없다. 상용화될 경우 세계 최초가 된다. KT는 연내 기술검증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KT는 자사 양자 암호 기술을 전국 곳곳에서 적용 중이다. 최근에는 강원도청과 육군 2군단이 보유한 탐색용 드론에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접목했다. 또 제주도에서 자율주행차량 일부 구간에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적용했다. 해킹이나 외부 침입에 의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KT는 관련 기술로 차량과 관제센터 간 통신을 보호하고 있다.

삼성은 국내 기업 가운데 양자컴퓨팅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재판매 및 DB 금지
삼성은 국내 기업 가운데 양자컴퓨팅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재판매 및 DB 금지


양자컴퓨팅, 연구개발 국책 기관에서 민간 기업으로 R&D 확산

최근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양자내성암호를 공략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고등과학원(KIAS)·서울대·한양대·영국 임페리얼 대학 등 국내·외 연구진이 참여했다. 이들 연구진은 전체 구조를 하부 구조로 작게 나누고 개별 공략하는 '분할-정복(divide-and-conquer)전략’을 세계 최초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비교적 소규모 양자컴퓨터로도 양자내성암호를 공략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창과 방패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국책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주로 이루어지던 양자컴퓨팅 R&D가 최근 민간기업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들은 주로 정부나 주요 글로벌 기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형태로 R&D를 진행한다.

IBM 퀀텀네트워크에는 삼성전자가 2017년에 참여한 데 이어 올 초엔 LG전자가 합류했다. 앞서 IBM은 양자 컴퓨팅 기술 응용 분야를 탐구하고 기술 상용화를 위해 퀀텀 네트워크를 출범했다. 삼성종합기술원, 카이스트(KAIST) 등 국내 연구기관도 멤버로 활동한다.

삼성전자는 양자 컴퓨팅 관련 스타트업 투자도 꾸준히 하고 있다. 최근 투자 전문 자회사 삼성넥스트를 통해 이스라엘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클래시큐에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스라엘 기업 퀀텀머신스 등에 투자했다.

국내 기업들은 정부 주도의 양자기술 협업체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현대차, LG전자, SK하이닉스, 삼성종합기술원, 한국전력, LIG넥스원 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한 미래양자융합포럼에 참여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연구 주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책기관, 민간기업 등이 모두 참여한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는 “현재 국책기관, 기업 등의 다양한 연구 경로만큼 현재 양자 컴퓨팅에 결정적인 기술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양한 연구 기회가 열려있다는 얘기로 모든 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곧 다가올 양자 컴퓨팅 시대를 맞아 기초 과학부터 민간기업 상용화까지 지속적이고 세심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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