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직원과 동생 집도 압수수색 진행
경찰 "횡령 과정과 타직원 가담여부 검토"
[서울=뉴시스] 이준호 위용성 기자 = 은행 직원이 614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2일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오후 2시께부터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대상 부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 A씨가 근무했던 기업개선부다.
아울러 경찰은 횡령 혐의로 구속된 직원 A씨와 친동생의 자택도 압수수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창은 A씨의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파악파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횡령 과정에서 다른 직원이 가담했는지 여부도 함께 살펴볼 방침이라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횡령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절차고,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직원 가담 여부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했던 A씨는 회삿돈 614억원을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빼돌린 돈은 과거 우리은행이 주관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관련 계약금 원금과 이자 등이다. 이란의 가전기업에 돌려줘야 했던 이 자금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송금이 이뤄지지 못해 우리은행이 관리해 왔다.
A씨는 지난 2012년, 2015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횡령을 시도했고, 우리은행은 최근 예치금 반환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횡령 사실을 발견해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이달 두 차례에 걸쳐 호주에 있는 가족들에게 횡령금 일부를 송금했다고 한다. 은행 측이 송금 취소를 요청했지만 이미 송금이 완료돼 막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경찰서에 스스로 찾아왔고, 이후 긴급체포된 바 있다.
아울러 A씨 동생 B씨도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전날 구속됐다. A씨는 횡령액 중 자신이 500억원을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 등에 썼고, B씨가 100억원을 썼다고 진술했다. A씨는 특히 동생이 쓴 100억원 가운데 80억원은 뉴질랜드 소재 골프장 사업에 투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전날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형과 함께 범행했나'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고 부인했다. '자금의 출처를 알았나'는 질문에는 "몰랐다"고 답했고, '사업에 (횡령금을) 쓴 게 맞나'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B씨는 조사 과정에서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A씨 등이 동생이 대표로 있는 법인 계좌를 이용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