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불필요한 영어 자막 사용 실태 조사' 보고서
지난해 프로그램당 영어 자막 노출 횟수 평균 68.2회
2019년 비해 20건 넘게 증가
![[서울=뉴시스] 엠넷 'Zㅏ때는 말이야'. 2022.03.02.(사진=Mnet 'Zㅏ때는 말이야'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03/02/NISI20220302_0000943117_web.jpg?rnd=2022030211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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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방송언어가 날로 영어에 잠식되고 있다. 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이지(理智)적'이라고 칭찬하자 이를 'easy'로 알아듣고 '내가 쉬워 보이나'라며 불만을 나타냈다는 일화가 우리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방송언어에 대한 영어의 역습이 어느 사이 크게 우려할 만한 일로 다가오고 있다."
방송언어 순화와 개선을 자문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속 방송언어특별위원회는 2019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불필요한 영어 자막 사용 실태 조사 목적을 이같이 밝혔다.
특히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근 3년간 영어 자막 사용이 급증했다. 방심위가 24일 발간한 '2021 방송언어 조사자료집'에 실린 '불필요한 영어 자막 사용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프로그램당 영어 자막 노출 횟수가 평균 68.2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에 비해 20건 넘게 증가한 수치다.
그중 영어 자막 사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상반기 평균 47.9회였던 프로그램당 영어 자막 사용 햇수는 2020년 상반기 57회를 기록했다.
최병찬 방송언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무분별한 외국어 오남용을 비롯해 신조어 사용 남발, 제작진의 의도 표기 오류, 비속어 폭력적 언어 사용을 방송언어의 가장 큰 문제로 꼽으면서 "라디오와 TV에 넘쳐나는 이러한 문제는 제작자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노인 세대의 소외와 함께 세대 간 단절을 가져오고 있고, 청소년 세대에겐 잘못된 언어 습관을 주입하는 역기능을 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SNS와 외국어에 취약한 노인층은 방송 시청에서 주변인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고 방송을 언어사전과 국어 교과서로 알고 있는 청소년층은 이런 언어를 비판 없이 수용하고 그것을 다시 SNS나 실생활에서 재확산 시키고 있다"며 "폭력성이나 선정성 보다 결코 가벼이 봐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나는 SOLO'가 오는 7월 NQQ채널과 SBS PLUS에서 동시 방송될 예정이다. (사진=NQQ채널, SBS PLUS 제공) 2021.06.29.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1/06/29/NISI20210629_0000776764_web.jpg?rnd=20210629131844)
[서울=뉴시스]'나는 SOLO'가 오는 7월 NQQ채널과 SBS PLUS에서 동시 방송될 예정이다. (사진=NQQ채널, SBS PLUS 제공) 2021.06.29. [email protected]
불필요한 영어 자막의 심각성…형태의 다양화와 증가세
2019년 언어특위 보고서 12편 (27개 예능 프로그램 초 34회 방송분), 2020년 언어특위 보고서 13편 (33개 예능 프로그램 총 42회 방송분), 2021년 상반기 언어특위 보고서 9편(18개 예능 프로그램 총 26회 방송분)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영어 자막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발화자의 말보다 자막에서 사례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막에 영어가 쓰인 사례들을 보면 유형도 다양했다. 영어의 로마자 표기, 국어의 로마자 표기, 한글 자모와 로마자 혼용 표기, 한글 음절과 로마자 혼용 표기, 한글과 영어 단어 혼용 표기, 영어의 한글 표기 등이다.
영어의 로마자 표기 경우는 2019년 116건, 2020년 184건, 2021년 상반기 119건으로 총 419건이 조사됐다. 이를 방송 회당 건수로 계산하면 2019년 3.4건, 2020년 4.4건, 2021 상반기 4.6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횟수로는 한 회를 뜻하는 round가 3년 연속 가장 많이 쓰였다. 단계를 뜻하는 step도 3년 동안 꾸준히 쓰였다. 즉, 같은 형태의 단어가 매년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예능 특성상 게임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음에 기인한 결과로 보인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는 2019년 22건, 2020년 50건 2021 상반기 37건으로 총 109건이 조사됐다. 이를 방송 회당 건수로 계산하면 2019년 0.6건, 2020년 1.2건, 2021 상반기 1.4건으로 영어 로마자 표기처럼 꾸준히 늘고 있다.
사례 횟수를 보면 'C'가 포함된 형태는 2019년 3건이었으나 2020년에는 6건, 2021년 상반기에는 무려 11건이 조사돼 쓰임이 급증했다.
특히 이 표기는 대체로 비속어 또는 욕설과 관련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JMT는 정말 맛있음을 속되게 이르는 '존맛탱'의 초성을 로마자로 표기한 말이다. JMTGR 또한 '존맛탱구리'의 초성을 로마자로 표기했다. 특히 'C'의 경우 마음에 차지 않거나 못마땅할 때 내는 소리인 '씨'를 대신해 사용됐다.
한글 자모와 로마자 혼용표기는 2019년 11건, 2020년 11건, 2021년 상반기 5건으로 총 27건이 조사됐다. 이를 방송 회당 건수로 계산하면 2019년 0.3건, 2020년 0.3건, 2021년 상반기 0.2건이다.
다른 항목에 비해 회당 건수는 매우 낮지만 자음과 모음을 모아 한 음절을 만드는 한글의 과학적 원리를 영어에 적용해 억지스러운 표기를 만들어 언어파괴가 심각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th'를 'ㅅ' 또는 'ㅊ'에 사용한 경우다. 이와 함께 나타나는 또 다른 표기법은 음가를 아예 고려하지 않고 모양만을 본 따 표기하는 것으로 'or'이 '아'를, 'ㄴr'가 '나'를, 'zㅏ'는 '라'를 나타낸다.
한글 음절과 로마자 혼용 표기의 경우는 2019년 13건, 2020년 26건, 2021년 상반기 24건으로 총 63건이 조사됐다. 이를 방송 회당 건수로 계산하면 2019년 0.4건, 2020년 0.6년, 2021년 상반기 0.9건으로 쓰임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해당 항목은 특정 몇몇 사례가 고정적으로 사용되는 양상을 보인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s, ○○’의 경우 해를 거듭할수록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관형적 조사 '의'의 영어 형식이 사용된 경우다.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을 나타내는 의존 명사 '중' 대신 영어 'ing'를 사용한 사례도 있다.
국어와 영어 단어 혼용 표기는 2019년 302건, 2020년 361건, 2021년 상반기 270건으로 총 933건이 조사됐다. 이를 방송 회당 건수로 계산하면 2019년 8.9건, 2020년 8.6건. 2021년 상반기 10.4건이다.
이 사례의 문제는 비교적 짦은 영어 단어를 혼용하는 것에서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를 한데 썩어 쓰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This is no 칸쿤', '음향 효과 급박한 소리 222.mp4', '광렬 형님 NEW짤 탄생.avi'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영어를 한글로 표기한 경우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1162건, 2020년 1777건 2021 상반기 1319건으로 총 4258건이 조사됐다. 이를 방송 회당 건수로 계산하면 2019년 34.2건, 2020년 42.3건, 2021년 상반기 50.7건이었다.
대표 사례인 비주얼, 오픈, 타임 등은 횟수만 달라질 뿐 매년 조사되는 단어다.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한글로 표기한 것이더라도 내용을 알기 어려운 경우다. 예를 들어 '유거너 유슈더', '어 웬 유 비꼬즈 어', '핸섬 문브로 더 블로', '요 플렉스 온 마 셜츠 플레스 온 마 커퓌' 등이다.
![[서울=뉴시스] 불필요한 영어 사용 실태 현황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2022.04.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04/29/NISI20220429_0000986550_web.jpg?rnd=20220429163223)
[서울=뉴시스] 불필요한 영어 사용 실태 현황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2022.04.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영어 자막 증가에도 방심위 심의 의결 건수는 감소
이어 "방송언어가 영어 잠식당하고 있는 현실을 심도 있게 살피기 위해서는 보다 깊은 언어 사회학적인 탐구가 필요하다"며 "이는 실제로 영어 사용의 편리함이나 유용성 때문인지, 유행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포함하는 것으로 방송언어가 영어에 잠식당하는 경로나 과정을 보다 상세히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반면 해당 사안에 대한 방심위의 심의 제재가 오히려 줄고 있어 최근 심각해지는 방송언어의 무분별한 영어 사용 문제에 방심위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52조에 따르면, 방송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경우 국어순화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 아무리 짧고 간단한 영어단어라고 하더라도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2019년 방송언어 관련 방심위 심의 의결 수는 총 44건이었다. 이 가운데 불필요한 영어 자막의 사례가 포함된 예능 프로그램 제재 건수는 33건이다.
그러나 2020년 방송언어 관련 의결 수는 총 20건이며 이 중 불필요한 영어 자막 사례가 포함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 건수는 10건에 불과했다.
제재 수위도 높지 않았다. 방송언어 관련 심의 의결 총 64건 중 법정제재인 '주의' 의결은 단 1건에 불과했고 이보다 낮은 행정지도인 '권고'(56건), '의견제시'(6건), '시정권고'(1건)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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