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변신④]비좁은 면적·취약계층 인식에 '엘사' 등 조롱…소형 공실↑

기사등록 2022/04/25 13:30:00

최종수정 2022/05/02 09:18:14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좁은 집 인기 없네

3~4인 가구 살도록 중형 평형 공급 많아야

민간주택처럼 고품질이어야 차별적 시선 희석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16일 오전 서울 강동구청 앞에서 열린 '성내동 청년 임대주택 35층 건립계획 반대 집회'에 참가한 성내동 청년 민간임대주택 반대 위원회 회원들이 청년 임대주택 건설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4.16.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16일 오전 서울 강동구청 앞에서 열린 '성내동 청년 임대주택 35층 건립계획 반대 집회'에 참가한 성내동 청년 민간임대주택 반대 위원회 회원들이 청년 임대주택 건설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4.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 중 상당수가 빈집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를 외면한 비좁은 면적, 임대주택에 살면 취약계층으로 손가락질 당하는 현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LH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4만1811가구의 임대주택이 비어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102만5316채의 약 4%에 해당한다. 이 중 6개월 이상 장기미임대 주택은 2만4820채로 2.4% 수준이다.

집이 비어있는 이유를 보면 영구임대의 경우 주택 노후화와 주거급여 수급에 따른 소형평형 선호도 하락 등이, 행복주택은 입주초기 단지 미성숙과 소형평형 위주 공급 등이 주요 이유다. 공급에 있어 양적 측면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정처가 미임대기간이 긴 행복주택 단지를 살펴봤더니 주로 소형 평수의 미임대율이 높았다. 2019년 3월 준공된 1200가구의 김해율하2단지는 2020년 12월말 기준 미임대호수가 387가구로 미임대비율이 32.3%에 달한다. 이 단지의 공급면적은 16~36㎡다.

반면 2009년 준공된 김해 율현마을 주공 2·12·13단지는 공가가 없거나 1가구에 그친다. 이 단지들의 공급면적은 50㎡ 내외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난해 9월 모집공고를 낸 서울리츠 행복주택도 114가구 가운데 47가구만 입주자를 찾아 계약률이 41.2%에 불과했다. 같은 해 6월 1차 모집공고에서도 188가구 중 95가구만 계약이 이뤄졌다. 비싼 보증금도 미계약에 한 몫 하지만 주거면적이 좁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신혼부부형은 전용면적  36~40㎡, 청년형은 26㎡으로 공급된다. 이 같은 소형주택 위주의 공급은 3~4인 가구의 거주용으로는 부적합해 결혼이나 출산 계획이 있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예정처 관계자는 "주로 소형 평수 물량의 미임대율이 높은 것은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건설형 공적임대주택의 공급체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공임대주택이 마치 혐오시설처럼 여겨지는 차별적 분위기도 문제다. 공공임대주택은 국민의 주거안전망을 위해 공급된다는 순기능이 크지만, 그 동안 대체로 저소득 취약계층 위주로 입주자가 구성되면서 임대주택 공급 계획에 해당 지역민들이 거세게 반대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휴거(휴먼시아 거지)', '엘사(LH 임대주택에 사는 사람)' 등의 용어가 공공연하게 불리는 실정이다.

질적 수준 향상도 급선무다. 일반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은 민간 분양주택과 비교해 자재 품질과 단지 조경 수준이 낮은 편이라는 인식이 있다. 중산층도 만족할 정도로 질적 수준을 끌어올려야 자연스럽게 소셜믹스가 이뤄지고 공공임대에 대한 차별적 시선도 거둬질 수 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고품질 임대주택 실현을 위한 3대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살고싶은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 차별과 소외를 원천 차단하는 '완전한 소셜믹스'를 목표로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으로 5년 신규 공공주택 물량 12만 가구 중 30%를 선호도가 높은 전용 60㎡ 이상 중형 평형으로 공급할 것"이라며 "민간 아파트처럼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인테리어가 적용되고, 내장재도 고품질 제품이 사용된다. 기존 임대주택에선 볼 수 없었던 커뮤니티 시설도 도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정처는 "공적임대주택의 공급계획 수립에 앞서 면밀한 수요조사 등을 통해 면적별 수요 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공급목표 또한 양적 계획보다는 질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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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변신④]비좁은 면적·취약계층 인식에 '엘사' 등 조롱…소형 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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