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출시, 이후 나흘 만 가입자 정보 노출사고
직관적인 UX가 강점…차별화된 서비스는 아직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등 삼성금융 4사가 공동 BI인 '삼성금융네트웍스'라는 이름을 12일 내놓고 이틀 뒤인 14일 첫 서비스로 통합앤인 '모니모'를 선보였다.
삼성금융네트웍스는 모니모에 대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차별화된 고객 편의성 제고를 위해 지난해부터 준비한 서비스라고 야심차게 밝혔다.
하지만 초반 성적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와 함께, 출시 나흘 만인 18일 삼성증권 고객 344명의 투자 정보가 타인에게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금융네트웍스는 현재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만 서비스한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PLAY스토어' 기준 500만명 이상 1000만명 미만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각 4사는 통합 전 앱사용자 3200만명(중복가입자 포함)을 보유했다. 그만큼 금융지주사들의 마이데이터 통합앱을 넘어 빅테크인 카카오페이(2044만명), 네이버페이(1600만명), 카카오뱅크(1470만명), 토스(1200만명)에 대적하는 상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저조한 성적이다.
모니모의 최대 강점은 타 금융권의 마이데이터앱보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사용자경험(UX)을 꼽을 수 있다. 마이데이터서비스 허가를 받지 못한 만큼 까다로운 가입과 인증 절차가 필요없어 가입도 쉽고 간편하다.
다만 그만큼 오픈뱅킹 서비스에 준하는 정보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입자를 유인할 만한 서비스에 한계가 있는 상태다. 메뉴가 타 마이데이터서비스앱에 비해 단순하다는 것은 그만큼 제공서비스가 한정됐다는 반증일 수 있다.
현재로선 삼성금융사의 서비스를 한 데 모은 것 외에 큰 매력이 없다. 그마저 증권 섹션은 별도로 삼성증권 앱을 설치해야 한다. 연금저축에 가입하려면 삼정증권의 앱 '엠팝'으로 이동해야 하는 식이다.
그나마 '젤리'는 모니모에서 제공하는 전용 리워드인데 일부 가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KB국민카드가 앱 '리브메이트'에서 출석체크 기능 등을 통해 충성고객을 확보했던 사례를 상기시킨다.
젤리는 시즌별로 진행되는 미션을 수행하거나 출석체크, 걷기 챌린지, 송금, 젤리 챌린지 등을 통해 매일 받을 수 있다. 이후 '모니머니'로 교환이 가능하다. '모니머니'는 보험가입, 송금, 펀드투자 등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모니모가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지점은 '모니모'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나 혜택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일일 것이다. 이미 삼성카드는 모니모에서만 가입이 가능한 '모니모 카드'를 출시했다. MZ세대를 대상으로 가성비 높은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생면은 모니모 전용 미니보험을 2종 출시했다.
추후 삼성페이가 모니모와 통합되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2018년 기준 삼성페이는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했다. 하지만 'pay-through'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미 타 카드사앱도 결제기능을 제공하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결제기능만 사용하고 다른 기능은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은 모니모앱의 흥행은 그 자체의 실속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앱이 정식 시행된 지 5개월 가까이 돼 시장에 출시된 서비스만 45앱에 달한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의 흩어진 금융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분석해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금융권·빅테크 모두 차별화되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실패한 듯 보인다. 고객들은 모니모의 '내자산' 탭에서 볼 수 있는 자산 통합조회 등 이미 오픈뱅킹 시대가 열린 후 접해 온 서비스 외에 크게 다른 무엇인가를 체감하지 못했다. 마이데이터 시대가 됐지만 승자는 없고, 최대 수혜자가 가입 상품인 '스타벅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마이데이터 인가 없이도 삼성만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있다면 모니모의 미래는 밝을 수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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