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우크라서 정비중…11대도 주말까지 전달
우크라군 익숙…수송 및 근접지원 등 다목적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2010년 미국이 러시아국영 무기 수출회사로부터 러시아제 Mi-17 헬기를 사려고 하자 당시 미 의회가 미국 헬기를 사야한다고 크게 반발했었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러시아제 헬기가 상대적으로 싸고 아프가니스탄 사막의 평원과 높은 고도에서 성능이 우수하며 아프가니스탄 조종사들이 조종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Mi-17 구입을 강했했다.
이 때 사들인 헬기들이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무기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Mi-17 헬기 지원은 발표하지 않았다. 그는 "대포, 탄약, 장갑차 등이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며 "헬기 추가지원도 승인했다"고만 밝혔다.
미국이 직접 지원하는 Mi-17 헬기는 모두 11대다. 병력을 수송하고 대포와 로켓으로 무장하면 근접공중지원 역할도 할 수 있다.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헬기 지원을 요청해 마지막 순간에 새 지원 방안에 포함됐다.
외교정책연구소 러시아군사 전문가 롭 리는 "Mi-17 헬기는 병력수송이나 특수 기습 작전, 부상자 후송, 탄약 등 핵심 보급품 운송이나 러시아군 병력과 시설 공격에 사용할 수 있다"면서 "헬기가 많아지면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지원하는 Mi-17 헬기는 모두 16대다. 모두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하던 것들이라고 국방부 대변인실 마이크 카프카 대위가 밝혔다.
당시 헬기는 아프가니스탄 소유였지만 아프가니스탄 보안군 지원금으로 구입한 것이므로 미 국방부는 이들을 국방부 자산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지난 12월 의회에 통보했었다.
지원 헬기를 어떻게 우크라이나군에 전달하느냐도 관건이다.
흥미롭게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 우크라이나에 정비를 맡긴 헬기가 5대였다. 이 헬기들은 무기수출통제법상 "잉여 방위 물품"으로 규정돼 우크라이나에 넘겨졌다.
나머지 11대의 Mi-17 헬기는 미 애리조나 투산 외곽 데이비스-몬탄 공군기지에 보관돼 있다. 국방부는 이들을 이번 주말까지 우크라이나에 보낼 예정이라고 국방부 당국자가 밝혔다. 그는 날씨 등 많은 요인으로 지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거지원하자 러시아가 "결과를 알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에 경고하기도 했다.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헬기 지원이 미국이 안보 협력국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 국방부가 헬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있는데 헬기들은 아프가니스탄 군대가 주문한 것들이다. 미국이 저버린 나라 말이다. 우크라이나가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운명을 겪을 것인가. 헬기들은 그렇다. 미 정치인들은 이 점에서 약속을 분명 지켰다. 항상 강력한 동맹을 배신해왔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미국의 무기 지원에 감사하면서 보다 첨단 무기들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데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공동체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도록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무기를 러시아군을 상대로 사용하는 아이러니는 전문가들로선 큰 문제가 아니다. Mi-17 헬기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아프간 군대를 훈련한 제이슨 뎀프시 예비역 장교는 "사용할 줄 아는 무기를 넘겨준 것"이라면서 옛 소련 연방국이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미제 치누크 헬기나 블랙 호크 헬기보다 러시아제 헬기를 사용한 경험이 많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소련제 무기에 익숙한 점 때문에 다른 유럽국들도 소련제 무기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제 S-300 대공미사일을 지원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지원받기로 했으며 폴란드와 체코도 러시아제 T-72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다.
제레미 샤피로 유럽위원회 외교연구책임자는 "러시아제 무기가 값싸고 쓸만해서 전세계에 널리 퍼진 결과 전쟁을 벌이는 양측 모두 러시아제 무기로 무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세계 최대 무기 공급국인 미국의 블랙호크 헬기는 러시아제 헬기에 밀려 판매가 힘들었다. 또 미국 무기를 공급받은 나라가 잔혹행위를 하거나 적으로 돌아서는 일도 잦았다.
J.J 거틀러 틸그룹 자문회사 선임 분석가는 "망치를 팔 때 집을 지으려는 건지 아니면 창문을 부스려는 건지 모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