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동성 군인 간 합의 성행위 처벌 불가'…민변 "환영"(종합)

기사등록 2022/04/21 20:24:47

대법 "동성 간 성관계가 곧 추행은 아냐"

대법, 일부 유죄 판단한 원심 파기환송

민변, 대법 결정 환영…"위헌 조항 인정"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제71회 국군의 날을 맞아 지난 2019년 10월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열린 '차별국군 선포 국제 행동의 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관계자들이 침묵 속에 복무 중인 군인들을 상징하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제앰네스티는 군형법 제92조의6이 성소수자 군인을 처벌의 위협으로 내몰고 있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2019.10.01.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제71회 국군의 날을 맞아 지난 2019년 10월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열린 '차별국군 선포 국제 행동의 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관계자들이 침묵 속에 복무 중인 군인들을 상징하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제앰네스티는 군형법 제92조의6이 성소수자 군인을 처벌의 위협으로 내몰고 있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2019.10.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류인선 하지현 기자 = 남성 간 성행위가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는 군형법상 추행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나왔다. 남성 간 성관계만으로도 추행의 구성요건이 충족된다는 기존 판례가 변경된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이를 두고 "성소수자 군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의 위헌성을 시사한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21일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2명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남성 군인 A씨 등 2명은 2016년 9월과 12월 영외의 B씨 독신자 숙소에서 성관계를 맺어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또 다른 남성 군인과 6회에 걸쳐 성관계한 혐의도 받는다.

현재 군형법은 군인 등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징역 2년 이하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검찰도 이 조항에 따라 A씨 등 2명을 기소했다.

1심은 "현행 규정은 영외에서 자발적 합의로 이뤄진 행위에도 적용된다"며 일부 유죄 판단했다. 2심도 쌍방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동성인 군인들이 영외의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로 항문성교를 비롯한 성행위를 한 경우에도 현행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전합은 "동성인 군인 사이의 성관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군형법상 주행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률의 문언만으로는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이고 남성 간의 행위에 한정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현행 규정의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당연히 도출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추행)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지난 2013년 개정 이전까지 규정들에 관해 강제성 여부나 시간, 장소 등에 관한 제한요건 없이 동성애 성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취지로 판시해 왔다.

하지만 전합은 동성 간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인 ’항문성교 그 밖의 추행‘이 된다고 본 종래의 해석은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성관계만으로 군형법상 추행의 구성요건이 성립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행위에 관해 그 자체로 처벌 가치가 있는 행위라는 평가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음을 선언한 것"이라며 "실질적인 법익 침해가 있는 경우에만 현행 규정을 적용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별개 의견을 낸 대법관들을 포함해 다수의 대법관이 오늘날 국내외에서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아울러 전합 다수의견은 "합의에 의한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은밀히 이뤄진 경우 이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사생활의 영역에 있는 행위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이고, 이러한 수사는 군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허용되기 어렵다"라고도 지적했다.

민변도 이날 논평을 내고 "국제인권법적으로나 헌법적으로나 그 위헌성이 명백한 군형법 92조의6을 제한적으로 해석해, 이른바 ‘육군 성소수자 색출 수사’로 기소된 피해자들을 구제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대법 판결과 관련해 "지금까지 법원에서의 군형법 적용이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기반하였음을 명확하게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난 2017년 육군본부 중앙수사단의 ‘육군 성소수자 색출수사’가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위헌, 위법한 수사임을 명백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소수자 군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기본권 침해의 위험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군형법 92조의6을 전면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헌법재판소가 조속한 단순위헌결정을 선고해 성소수자 군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군형법 92조의6이 전면적으로 폐지될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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