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폭행' 이용구 3차 공판…피해자 증언
피해 기사 "'블랙박스 영상 삭제' 부탁받아"
가중처벌에 '하차 후 폭행' 허위 진술 요청
"경찰, '블랙박스 영상 못 본 걸로 하자' 해"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술에 취해 운전 중이던 운전자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공판에서 피해자인 택시기사가 "이 전 차관이 (경찰 조사를 받기 전) 해당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가중처벌을 우려한 이 전 차관이 택시에서 하차한 후에 폭행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고도 증언했다. 경찰관의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블랙박스 영상을 못 본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부장판사 조승우·방윤섭·김현순)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 등의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피해자인 택시기사 A씨가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의 증언과 공소사실을 종합하면 이 전 차관은 합의 과정에서 A씨에게 폭행 장면이 포함된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고, 수사 때 '하차 후에 폭행이 이뤄졌다'고 진술해달라고 부탁했다.
검찰은 A씨에게 이 전 차관과의 통화 과정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물었다. A씨는 "(이 전 차관이) '기사님 혹시 영상을 지워주실 수 있냐'고 했다"며 "제가 '왜 지우느냐, 남 안 보여주면 된다'며 지우지 않겠다고 완강히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가는 날 이 전 차관이 전화하지 않았냐"며 "(이 전 차관이) 운전석에 앉은 상태에서 폭행이 이뤄지면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이 될 수 있으니, 내려서 깨우는 과정에서 폭행당했다는 취지로 진술해달라고 했나"고 물었다.
A씨는 "그런 사실이 있다"며 "운전자 폭행 (혐의)에 들어가니까 그렇게 해줬으면 한다고 해서 (이 전 차관이 부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A씨가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것은 지난 2020년 11월6일이다. 합의는 같은 달 8일에 이뤄졌고, A씨는 이 전 차관 요청에 따라 9일 경찰에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거짓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차관 측은 A씨가 해당 영상을 완전히 삭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인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전 차관 측 변호인이 A씨애게 "카카오톡에서 (영상을) 삭제해도 구글포토에는 (여전히) 남는 것을 몰랐냐"고 묻자, A씨는 "알았다"고 대답했다.
이를 두고 이 전 차관 측은 "A씨는 이 전 차관과의 카카오톡 개인 대화방에 있는 동영상 하나만 지웠다. 갤러리 폴더 원본에 있거나 다른 지인에게 보낸 동영상은 지우지 않았다"며 A씨의 행위가 증거인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영상 삭제 이유를 묻는 이 전 차관 측의 질문에 '당시 경찰 조사에서 거짓말을 해 심리적인 압박이 있었고, 경찰이 요구하면 보여줄 수 밖에 없어서 삭제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전 차관의 요청도 영향이 있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구속요건에서 증거은닉과 인멸이 다를것"이라며 "은닉인지 인멸인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담당 경찰 B씨는 같은 달 11일 A씨로부터 일명 '폭행 영상'을 확인한 후 "못 본 것으로 하겠다. 잘못하면 내가 옷을 벗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에 대한 검찰의 신문 사항에 "맞다"고 말했다.
당시 최초로 신고를 접수했던 서울 서초경찰서는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반의사불벌죄인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 이 전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같은 해 12월 언론에 보도되며 '봐주기 의혹'이 일어나 대대적인 재수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기소할 수 있는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해 이 전 차관을 재판에 넘겼다.
한편 검찰은 사건 담당이었던 B씨가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이를 내사 보고서에 담지 않은 채 상부에 단순 폭행으로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B씨의 경우 특수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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