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없이 금리 올린 이유는…물가·美 빅스텝 우려

기사등록 2022/04/14 14:20:26

최종수정 2022/04/14 16:23:41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주상영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4.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주상영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4.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인 총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전격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당초 총재 공석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총재 공석에도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그만큼 국내물가 상황이 심각하고 미국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한은 금통위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에서 연 1.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날 금통위는 사상 처음으로 총재 공석 속에서 열린 가운데, 주상영 위원이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기준금리 인상 결정도 금통위원 6명 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금통위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인 연 1.25%로 올린 바 있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로 연 1.25%로 동결한 바 있다. 2017년 금통위 횟수가 연 12회에서 8회로 축소된 이후 처음으로 직전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 없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가 총재 공석인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더 많았다. 이후 국내 물가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는 전망이 더 많아졌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올해 소비자물가가 4%에 근접할 것으로 보이는 등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을 더이상 미루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제성장률도 2% 중후반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성장보다는 물가를 더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가가 더 뛰어 오를 경우 대응이 늦어 실기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2개월 째 지속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으로 소비자물가는 10년여 만에 4%를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돌파한 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31.2%나 상승한 영향이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광범위한 물가상승압력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2009년 6월(3.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2.9%를 기록했다. 한은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까지 치솟으면서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인 3%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상영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은 금리인상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 "지난 2월 말 금통위 이후에 우크라 사태 등 대내외 경제금융 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는데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한은 총재 공석임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 역시 연간 물가가 4%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어두운 상황이다. 주 직무대행은 물가에 대해 "당초 2분기가 지나면 소비자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로는 언제가 정점이 될지 확실히 예단하기 힘들다'"며 "대략 연간으로 4%나 그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소비자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국제유가인데 국제유가가 높지만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인다면 그에 맞춰 물가도 조정할 수 있다"며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연말께 조금 낮아질 수도 있다. 다만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곡물가격 이런 것들이 어떻게 전개 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 연준은 이미 한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따라 다음달 3~4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사실상 확정적 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까지는 한은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월을 포함헤 네 차례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벌려 놓은 상황이다.현재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0.25~0.5%, 한국은 1.5%로 미 기준금리와 상단이 1.0%포인트 차이가 난다. 미 연준이 한 차례 이상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연내 내외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 

한·미간 기준금리가 축소되거나 역전될 경우 외국인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고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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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 없이 금리 올린 이유는…물가·美 빅스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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