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기재부, 尹공약 기반 '재정 혁신안' 검토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구속력 부여키로
추경호 "재정준칙 시급…국회와 도입 시기 논의"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과도하게 늘어난 나랏빚을 관리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만들고, 이를 감독할 수 있는 '재정기구'(가칭)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허울뿐인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구속력을 부여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14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와 기획재정부 등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재정 혁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 당선인은 '재정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중장기 재정 지속가능성을 진단해 재정 혁신안을 마련하고 매년 5년 단위로 짜는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연계된 지출 효율화 방안을 제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공약의 핵심은 국가 재정 관리를 위한 재정준칙의 법제화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1년 안에 재정준칙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재정준칙은 나라살림이 일정 수준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국가채무 등의 수량을 법으로 묶어 두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터키를 제외한 34개국에서 운영 중인 보편화된 제도이기도 하다.
이에 현 정부도 '한국형 재정준칙'을 도입하기 위해 2020년 12월 관련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논의 일정은 번번이 미뤄졌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는 유연한 재정 지출이 필요한 데, 재정준칙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 이런 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여당 의원들의 주장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마련한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로, 통합재정수지를 마이너스(-) 3% 이내로 유지하는 게 골자다.
이번에 인수위 내부에서 검토되는 내용은 이를 보완한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재정기구도 따로 두자는 것이다. 이러면 현재 유명무실화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재정준칙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얼마 전 간담회에서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추 후보자는 "행정부의 예산 편성에서 여러 정치적 고려가 강하게 투영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국회와 정부가 함께 지켜나가는 것을 규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정준칙·기구 도입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새 정부 출범 이후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추 후보자는 "재정준칙은 시급히 마련돼야 하며 구체적인 내용과 도입 시기는 국회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차기 정부 입장에서는 최근 들어 급격히 악화된 재무 상황이 부담스럽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075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약 50%까지 상승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과 비교하면 국가채무는 약 415조원(63%)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가채무비율은 14%포인트(p)가량 뛰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확장 재정 기조를 줄곧 유지한 데다가 7차례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된 탓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이 30%대에 진입한 시기가 2011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상승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1년 중기재정전망'에서 2025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60.1%에 달하고, 2030년에는 78.9%까지 오를 것으로 점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 지출 확대가 필요한 부분은 있다"며 "다만 현재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