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마더스클럽'은 'SKY캐슬'이 될 수 없다

기사등록 2022/04/15 05:00:00

[서울=뉴시스] 'SKY캐슬'·'그린마더스클럽' 포스터. 2022.04.13. (사진 = JTBC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SKY캐슬'·'그린마더스클럽' 포스터. 2022.04.13. (사진 = JTBC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은해 기자 = "초등학교 버전 'SKY캐슬'."

맘카페에서 JTBC 수목극 '그린마더스클럽'을 설명하는 말이다. 마치 대입편, 초등편을 나눈 것처럼 두 드라마는 닮았다. 한 공간(부촌 스카이캐슬과 교육 특구 상위동)에서 교육열 높은 엄마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누군가는 4년 전 드라마를 왜 갓 방영을 시작한 작품과 비교하냐고 물을 수 있겠다. 단지 같은 방송사에 소재가 겹쳐서가 아니다.

'SKY캐슬'은 일종의 사회 현상이었다. 작가는 지나친 입시 경쟁을 비판하기 위해 글을 썼지만 드라마가 흥행하며 입시 코디네이터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극 중 '예서'(김혜윤) 책상으로 불리는 미니 독서실 판매량도 급증했다. 2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현대판 뒤주'라는 오명이 붙고도 불티나게 팔렸다. 일부는 'SKY캐슬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입시 비리 사건마다 '○○판 SKY캐슬'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비록 JTBC 드라마 역대 시청률 1위 기록은 2020년 '부부의 세계'에 내줬지만 화제성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았다. 2010년대 이후 '신드롬'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드라마 중 하나다.

JTBC가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비교 대상이 된 'SKY캐슬'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끌려 나왔다. 곰곰이 따져보면 공통점은 그간 나란히 놓였던 드라마 중 가장 많다. 교육열 높은 동네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키우지만 철저하게 계급을 분리한다. 이때 기준은 '부'와 '성적'이다.

'그린마더스클럽'에서 '박윤주'(주민경)은 "인간계 중 최고는 '변춘희'(추자현)"라고 한다. 변춘희의 남편은 의사고 딸은 영어를 유창하게 잘한다. 그리고 천상계에는 '서진하'(김규리)가 있다. 그는 펜트하우스에 살고 아들은 한국계 프랑스인 아빠 덕분에 원어민 수준 외국어를 구사한다. 'SKY 캐슬'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서울대 의대에 아들을 입학시킨 '이명주'(김정난), 나중에 거짓말로 밝혀졌으나 딸을 하버드에 보낸 쌍둥이 엄마 '노승혜'(윤세아)는 스카이캐슬 내에서도 '하이 클래스'다. 전교 1등 예서의 엄마 '한서진'(염정아) 역시 다른 엄마들이 부러움을 느끼는 존재다. 이에 비해 공부 못하는 아들을 둔 '진진희'(오나라)는 상대적으로 저자세였다.

놀랍도록 사교육에 관심 없는 부모가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SKY캐슬'의 '이수임'(이태임)과 '그린마더스클럽'의 '김영미'(장혜진)는 엄마들 사이에서 별종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교육열이 높지 않다. 물질적 가치나 수치적 성과보다 아이와 깊이 교감하고 스스로 체험하는 교육을 중시한다. 그로 인해 다른 엄마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수임 텃밭에서 직접 가꾼 채소로 상을 차렸고, 김영미는 셔츠를 20년째 입는다. 이수임은 선역이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는 감수성이 부족했다. 김영미는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두 작품 모두 학창시절 친구였던 두 여자가 엄마가 돼 재회한다. 'SKY캐슬' 속 한서진에게 부산물 가게를 하던 폭력적인 아버지는 부끄러운 과거였다. 그래서 신분을 세탁했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왔다. 이수임이 "선지를 팔던 네가 어떻게 그러냐"며 과거를 발설하는 순간 한서진의 삶은 무너지고 개명 전 '곽미향'만 남았다. '그린마더스클럽'에서는 대학 동기이자 유학 시절 친구였던 서진하가 '이은표'(이요원)에게 "아버지 아직 페인트 가게 하시냐?"고 묻는다. 이은표는 페인트가 튀어 더러워진 옷소매와 서진하의 교수 아버지를 떠올리며 열등감에 휩싸였다.

'SKY캐슬'이 입시 경쟁 현실만 그리는 사회고발물이었다면 이 정도로 흥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촘촘하게 깔아놓은 복선과 매회 예상할 수 없는 반전, 통속적인 전개와 적절히 어우러진 미스터리가 시청자를 이끌었다. '그린마더스클럽' 또한 엄마들의 높은 교육열과 인간관계에 더불어 조금씩 미스터리 단서를 공개하고 있다. 'SKY캐슬'에서는 극 후반부 '혜나'(김보라)의 추락사하고 '그린마더스클럽'에서는 극 초반 누군가 아파트 고층에서 유리컵을 떨어뜨린다. 혜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범인을 추적하듯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린 범인을 찾는다.

공통점이 이렇게 많은데 왜 '그린마더스클럽'은 'SKY캐슬'이 될 수 없나.

'SKY캐슬'은 1회 1.7%(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시청률로 시작해 23.8%로 종영했다. 거의 매회 자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실로 아름다운 상승 곡선이었다. '스카이캐슬' 초반 화제성에 가장 큰 역할로 꼽히는 것은 1회 엔딩이었다. 흥미진진하게 시청하던 사람들은 충격적인 전개에 그대로 발이 묶였다. 엽총을 든 이명주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SKY캐슬'에 숨을 불어넣었다. 2회에서 바로 4.4%로 올랐고, 그 다음 주에는 7.5%까지 찍었다. 그 뒤는 탄탄대로였다.

그렇다면 '그린마더스클럽'은? 첫 회 2.5%로 시작해 2회는 3.0%로 소폭 상승했다. 1회 엔딩에서 이은표가 친구 남편이 된 과거 연인 루이(로이)를 만나고 2회에서는 서진하 뺨을 때렸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3회는 다시 2.5%로 떨어졌다. 한창 탄력받아야 할 방송 첫 주에 일베 논란까지 터졌다.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이미지 실루엣을 사용했다. JTBC는 "제작 과정에서 해당 이미지의 유사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정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시청자들 반응은 싸늘했다. JTBC의 일베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0년 JTBC 웹예능 '워크맨'에서 "18개 노무(勞務) 시작"이라는 자막을 사용해 뭇매를 맞았다.

4회까지 방송한 시점, 이른 판단일 수 있지만 '그린마더스클럽'이 'SKY캐슬'이 될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꼭 'SKY캐슬'이 돼야 하는가? 목표가 흥행뿐이라면 응당 맞는 말이지만 작품성 면에서 'SKY캐슬'이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혜나가 죽고 나머지 인물들이 회개하는 결말은 호불호가 갈렸다. 한 편의 블랙 코미디로 본다면 나쁘지 않지만 혜나의 꿋꿋한 삶을 응원하던 시청자들에게는 큰 실망을 안겼다. '용두사미' 드라마로 불릴 만큼 불호 반응이 컸다.

'그린마더스클럽'의 강점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SKY캐슬'이 재밌지만 어쩐지 거리감 느껴지는 '그사세' 드라마였다면 '그린마더스클럽'은 보다 친근한 이야기로 접근한다. 경비 삼엄한 전원주택 단지에서 드레스 입고 즐기는 화려한 파티보다는 키즈 카페에서 모임하는 엄마들이 더 익숙하니까. 조직적 입시 비리는 감이 안 와도 자막 없이 영어 애니메이션 보는 아들 친구가 부러운 엄마는 공감 된다.

실제 방송 직후 'SKY캐슬'이 그들만의 리그였다면 '그린마더스클럽'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로 받아들였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전작 '서른, 아홉'이 4.4%로 시작해 8.1%로 종영했고, 'SKY캐슬'은 시청률이 무려 14배나 상승했다. '그린마더스클럽'에도 반등 기회가 남았다. 서진하가 이은표에게 집착하는 이유, 상위 0.01% 영재로 밝혀진 이은표의 아들,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변춘희 등 흥미를 끌 요소는 충분하다. 결말까지 서사를 잘 쌓는다면 웰메이드라는 평도 들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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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마더스클럽'은 'SKY캐슬'이 될 수 없다

기사등록 2022/04/15 05: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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