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비용보다 업무 효율 높이고 개인 성과 높이는 데 초점
AI 얼굴 인식 기술로 출입·좌석 예약·PC 접속 등으로 근무 환경 세팅
독립 공간·다인용 회의 실 등 다양하게 구성…메타버스 회의도 가능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아침 출근 길, 서울 신도림역 근방에 있는 대규모 복합쇼핑몰로 향했다. 이 곳에 거점오피스가 있어서다. 회사는 을지로입구에 있지만 거점오피스로 가면 출근 시간이 절반가까이 줄어든다. 출입은 별도 카드가 필요 없다. 내 얼굴이 출입카드다. 한 손에 스마트폰, 다른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있어도 상관 없다. 심지어 마스크까지 썼지만 인공지능(AI) 기반 얼굴 인식 솔루션이 0.2초 만에 출입문을 열었다.
일할 자리는 앱으로 예약해둔 창가 쪽으로 잡았다. 창 밖으로 탁 트인 풍경이 보이니 출근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다. 업무는 PC가 없어도 가능하다. 자리에 비치된 태블릿에 얼굴을 인식하면 가상 데스크톱 환경(VDI)이 회사PC 환경과 동일하게 연동해줘 평소 사용하던 업무를 연이어 처리할 수 있다.
12일 SK텔레콤이 신도림역 근처에 마련한 거점오피스 스피어(sphere)에 방문했다. SK텔레콤은 지난 7일부터 신도림 디큐브시티 2개 층에 170개 좌석 규모로 거점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피어는 구(球)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기존의 사무실이 갖는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공간과 공간,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경계 없이 일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을 지향한다.
건물 21층과 22층에 위치한 신도림 스피어는 안면인식 출입 시스템을 통과하면 넓은 휴게 공간이 가장 먼저 나온다. '스피어홀'로 불리는 이 곳에는 커피머신과 간단한 다과가 준비돼 있다. 벽면에는 대형 스크린이 있어 본사 강연이나 다른 거점오피스 상황을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스피어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쾌적한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해 곳곳에 AI IoT(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센서를 구축했다. 센서는 온도, 습도, 미세먼지, 유해물질, CO₂, 조도, 소음 등 업무 환경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기술이 최적의 업무 환경을 유지해 준다.
개인 근무 좌석은 '아일랜드'라고 부른다.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일한다는 의미로 주변 시선을 차단할 수 있는 가림막이 있다. 오랜 기간 앉아서 근무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책상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자리도 있다.
업무 공간은 1인용 회의 공간인 스피어팟(Spherepod)과 다인용 회의실 등으로 다양하다. 스피어팟에는 영상과 음성 장비가 완비돼 있어 별도의 장비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독립된 공간이라 주변 동료에게 방해줄 염려 없이 편하게 회의에 집중할 수 있다.
동료들과 함께 다른 공간에 있는 팀과의 회의가 있는 경우에는 다인용 회의실을 사용하면 된다. 이 곳의 카메라는 회의실에 입장한 사람의 수를 인식해 사람이 많은 경우 광각으로 촬영한다. 여러 사람을 동시에 화면에 보여주고 말하는 사람을 인식해 집중해서 화면에 띄워주기도 한다.
HMD(Head Mounted Dis-play) 기기를 이용해 메타버스 환경에서 회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는 페이스북의 메타를 사용하고 있는데 하반기에는 SK텔레콤의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이용할 계획이다.
거점오피스가 아닌 집이나 외부에서 일하는 경우에도 회사 PC가 없어도 된다. 클라우드 PC 시스템 마이데스크(my desk)가 있어 평소 사용하던 PC로도 거뜬하다. 외부망을 이용할 때에는 생체 인식 기반 본인 확인 기술 FIDO(Fast Identity Online)을 활용, 데이터 외부 유출 우려를 차단한다. 업무용 PC를 회사 밖으로 반출하지 않아도 돼 보안에 용이하다.
윤태하 SK텔레콤 거점오피스 기획운영팀리더는 "공간을 구성하면서 가장 고려한 점은 '조직'이 아닌 '개인'의 근무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거점오피스 유지 비용이 상당하지만 이보다 구성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회사 차원에선 더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직원 중 거점오피스를 이용하는 비중은 약 30% 수준이다. 이는 거점오피스 운영에 앞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와 비슷하다. SK텔레콤이 직원 대상으로 본사, 재택, 거점오피스에 대한 선호도를 진행한 결과 5:2:3로 나타났다.
윤 리더는 "거점오피스를 이용하는 구성원은 주 2~3회 정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아직 오픈한지 얼마 안 됐지만 초반 분위기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스피어를 마련한 이유는 직원들이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는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했던 2020년부터 실시한 'WFA(Work From Anywhere)' 제도가 뒷받침한다. 거점오피스, 본사, 자택 등 거주지와 수행하는 업무 성격에 따라 최고의 효율을 내는 공간을 선택해 근무하면 된다.
근무 장소 보고는 직접 하지 않는다. SK텔레콤은 근무 시간을 직접 설정하는 ‘DYWT(Deisgn your work&time)' 제도를 운영하면서 별도 앱을 구축, 출퇴근 시간과 장소를 여기에 입력하도록 했다. 동료들은 이를 통해 확인한다. SK텔레콤 직원들은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2주를 기준으로 80시간의 근무 시간을 채우면 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SK텔레콤 한 직원은 스피어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집이 사당역 근처인 그는 평소라면 재택하거나 본사인 을지로까지 출근해야 하지만 이날은 스피어로 오면서 출근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자료 인포그래픽 업무를 담당하는 이 직원은 “집보다 거점오피스가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라 업무 효율이 더 높다”며 “이용해본 이들의 만족감이 높아 직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피어는 신도림뿐 아니라 경기도 일산 동구와 분당구에도 있다. 일산은 주택단지 내 단독 건물을 개조해 만든 직주근접 가치를 극대화한 오피스다. 분당은 기존 SK텔레콤 사옥에 ICT 인프라를 적용한 게 특징이다.
SK텔레콤은 거점오피스를 점차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7월 중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에 ‘워케이션(Work+Vacation·일과 휴가의 합성어)’ 콘셉트로 준비 중이다. 나아가 SK텔레콤의 거점오피스 노하우를 SK ICT 패밀리에도 전파, 그룹사도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이처럼 거점오피스를 확대하면 본사의 유휴 공간이 늘어나게 된다. SK텔레콤은 이와 관련해서는 차차 활용 방안을 고민한다는 방침이다.
주예슬 SK텔레콤 거점오피스 기획운영TF 매니저는 "거점오피스는 개인에 초점을 맞췄다면 본사는 조직을 중심으로 디자인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은 모든 구성원들의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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