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선인측 "윤석열, 인선안 직접 발표 의지"
尹, 기자회견 전 명단 유출에 불편한 심기 감지
핵심 실세들 가운데 한 사람이 유출 등 추측도
尹측, 명단 유출에 우려 목소리…비밀 인선 강조
[서울=뉴시스] 이지율 권지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8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안을 발표하기 전 명단이 유출되면서 '비밀 인선' 원칙이 깨졌다는 내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런 원칙을 깨고 인선안을 누설한 인사로 핵심 실세들 가운데 한 사람이 거론되는 등 추측이 난무했다.
윤 당선인은 직접 명단을 발표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만큼 인선안 유출에 따른 불쾌함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2시 통의동 기자회견장에 굳은 표정으로 등장했다. 지난 3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발표할 당시 밝은 얼굴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8개 내각 인선 발표를 위해 단상에 선 윤 당선인은 준비된 발표문을 들여보더니 기자회견장 한 켠에 대기하고 있던 참모진을 불러세웠다.
윤 당선인은 참모에게 "여기 잠깐. 이거 앞에가 어디갔어. 왜 여기서부터"라며 종이를 가르키고는 "이용 의원 잠깐 와보시라고 하라"고 말했다. 이용 의원은 윤 당선인의 수행실장을 맡고 있다.
조용한 장내 분위기 속에서 윤 당선인의 언짢은 심기는 기자회견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단상 옆으로 다가온 이용 의원에게 "이거 왜 앞에가 없어. 여기서부터. 아이 이거 앞에부터 다시 해야지. 빨리"라고 요구했다. 해당 발언은 마이크가 켜진 상태로 전달됐다.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이 모두 자리한 상황에서도 기자회견이 시작되지 않자 윤 당선인은 "아니 지금 지명 사유 인쇄가 좀 잘못된 거 같아서"라며 지연 이유를 설명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이제 윤 당선인이 직접 내각 인선을 발표하겠다"고 안내한 이후에도 윤 당선인은 "아니 아직 자료가 출력이 제대로 안 됐다"고 다시 말했다.
무거운 분위기 속 단상 앞에서 대기를 이어간 윤 당선인은 회견장에 입장하고 2분이 지난 후에서야 내각 인선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견이 이같이 가라앉은 분위기로 시작된 배경엔 당선인이 고수한 '비밀 인선' 원칙이 깨진 데 대한 불편한 심기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배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의 인선안 엠바고(embargo) 요청에 "문의했는데 당선인이 안 좋아하셨다"며 "직접 발표하실 거라 안 된다고 한다. 현장에서 발표하시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엠바고는 '보도 시점 제한'을 뜻한다. 기자들이 미리 자료를 받고 기사를 작성한 뒤 특정 시점부터 보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엠바고 없이 이날 2시 발표를 예고했던 장관 인선안은 오전 11시 50분경부터 속보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발표된 8개 인선 명단은 윤 당선인 발표보다 1시간 앞서 모두 공개됐다.
내부에서는 이날 인선안 유출 관련해서 "이렇게 언론에 먼저 흘릴 거면 차라리 엠바고를 걸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당선인 발표에 앞서 이렇게 먼저 보도될 바에는 엠바고를 거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내부적으로 비밀 인선 방침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인수위와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번 인선안을 누설한 핵심 실세가 거론됐다. 이 실세는 당내 영향력이 큰 것은 물론 외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관측은 확인되지 못한 채 추측만 난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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