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겠다" "성폭행하겠다"…푸틴, 공포정치로 전쟁반대에 재갈

기사등록 2022/04/07 16:31:33

WSJ, 러시아내 반전 활동가들 탄압·망명 사례 집중 보도

경찰이 머리 때리고 권총 겨누며 동료 활동가 이름 요구

경찰 "지금 당장 죽이겠다" 위협…조지아로 망명 선택해

女시위자에 다른 수감자가 성폭행하게 방치한다 협박도

[모스크바=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경찰이 모스크바에서 한 여성을 연행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며 시위를 촉구했다. 러시아 54개 도시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일어나 약 1800명이 체포됐고 그중 약 1천 명은 모스크바에서 체포됐다. 2022.02.26.
[모스크바=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경찰이 모스크바에서 한 여성을 연행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며 시위를 촉구했다. 러시아 54개 도시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일어나 약 1800명이 체포됐고 그중 약 1천 명은 모스크바에서 체포됐다. 2022.02.26.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알렉산더 테플리야코프(23)는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목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공개 시위에 참여하면 체포되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기와 "전쟁 반대" 문구가 포함된 반전 스티커를 디자인해 모스크바 전역에 수천장을 게시하고 배포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이 일로 어려움에 처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가 6일(현지시간) 입수한 경찰기록 사본에 따르면 테플리야코프는 지난 3월 1일 모스크바 프레스넨스키 구역 경찰서로 끌려 갔다. 그는 그곳에서 한 경찰관에게 반복적으로 머리를 맞았다고 진술했으며, 다른 경찰은 그의 다리에 권총을 겨누면서 다른 동료 활동가들의 이름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테플리야코프는 WSJ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나에게 글을 쓰기 시작하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해당 경찰이 "지금 당장 너를 죽이겠다"고 위협한 사실을 공개했다.

법원 판결 사본에 따르면 그는 경찰에 불복종한 혐의로 10일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석방된 다음 날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로 떠났고,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의 탄압을 피해 도망친 수만명의 러시아인들과 합류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 같은 탄압 방식을 통해 전쟁에 반대하는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망명을 선택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크렘린궁은 대놓고 "반역자"라고 비난하면서 반전 활동가들의 망명을 반기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3월 중순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에서 우리가 반역자라고 부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 삶에서 스스로 사라진다. 어떤 사람은 직장을 그만두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전문적인 삶에서 물러나고, 어떤 사람들은 러시아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간다. 그것은 러시아가 정화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반전 시위 중 체포된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 버스 안에서 '전쟁 반대'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러시아 전역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만 1천여 명이 체포됐다. 2022.02.25.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반전 시위 중 체포된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 버스 안에서 '전쟁 반대'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러시아 전역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만 1천여 명이 체포됐다. 2022.02.25.
크렘린궁의 이 같은 반응이 가능한 이유는 여론 때문이다.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가 조사한 푸틴 지지율은 3월말 83%까지 상승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며칠 전에는 71%였다. 

수천 명의 활동가들이 시위에 참여하거나 반전 문건을 나눠주는 것과 같은 강력한 반전 운동은 러시아에서는 이제 사라졌다. 마지막 주요 반전 시위는 3월 13일에 있었고, 그 이후로 거리에서 반전 시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독립 인권 단체인 OVD-Info에 따르면, 키이우 교외 부차에서 민간인 집단학살 소식이 전해진 지난 3일 소규모 시위가 있었고, 약 200명의 시위대가 여러 도시에서 구금됐다.

OVD-Info는 우크라 침공 이후 러시아에선 1만5000명 이상의 반전 시위대가 체포됐다고 밝혔다. 그 중 900명이 평균 10일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마리아 쿠즈네츠소바 OVD-Info 대변인은 "그들(푸틴 정권)은 사람들에게 강한 두려움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비영리 단체인 넷 프리덤 프로젝트(Net Freedoms Project) 측도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전쟁'과 '침공'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새 법을 제정함에 따라 현재 8건의 형사사건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기소된 사람들 중에는 언론인, 공무원, 스타일 블로거, 시베리아 톰스크 외곽에 거주하는 63세 연금 수령자와 그의 텔레그램 채널 팔로워 170명이 포함된다.

이 단체는 또 이전 법에 따라 러시아군을 불신한 혐의로 기소된 200건 이상의 러시아인 사례도 추적하고 있다. 해당 법 위반이 확정되면 거의 1만2000달러(약 1462만원)에 해당하는 최대 100만 루블의 벌금을 내야 한다. 특히 상습범이라고 판단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경찰이 반전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 전역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만 1천여 명이 체포됐다. 2022.02.25.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경찰이 반전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 전역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만 1천여 명이 체포됐다. 2022.02.25.
25세 러시아 여성은 반전 시위에 참가한 후 모스크바 경찰서에 구금됐을 때 경찰관이 자신을 구치소에 가두고 다른 수감자들이 자신을 성폭행 하도록 내버려두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WSJ는 이 여성의 체포 기록 사본을 검토했다고 한다.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말할 권한이 없다"고 했으며, 경찰을 감독하는 러시아 내무부 역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해당 여성은 "그는(경찰관은) 우리가 이 나라에서 살 자격이 없고, 우리가 여기서 나갈 때"라며 "러시아에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고, 푸틴은 항상 집권할 것이며, 우리에게 반역자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 여성은 3월 6일 러시아 전역에서 열린 시위로 체포된 3400명 중 한 명이다.

러시아 극동지역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살고 있는 아나스타샤 코틀리야르는 시위법 위반과 경찰 조사 협조 거부 혐의로 4월 중순 법원 재판이 예정돼 있다. 그와 그의 남자친구는 가능한 한 서둘러 러시아를 떠날 계획이라고 한다.

WSJ가 확보한 경찰 기록 사본에 따르면 코틀리야르는 3월 13일 경찰에 체포됐다. 심문 중 그의 머리를 경찰관이 탁자에 박아 뇌진탕 증상이 나타났고, 블라디보스토크 제2 임상병원에서 6일 동안 보냈다.

경찰 기록 사본에는 코틀리야르가 "구금 중 부상을 입었다"고 되어 있으며, WSJ는 전화를 통해 그가 해당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경찰과 러시아 내무부는 이번에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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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겠다" "성폭행하겠다"…푸틴, 공포정치로 전쟁반대에 재갈

기사등록 2022/04/07 16:31:33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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