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이었던 사직동 주택, 철거 후 사라질 뻔
SH공사, 주택 가치 재조명 후 활용방안 검토
서울시 우수건축자산 등록 신청, 제12호 등록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한국 현대건축의 거목인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사직동 주택이 서울시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됐다.
서울시는 종로구 사직동 262-15번지 '김중업 건축가 설계 사직동 주택'이 서울시 우수건축자산 제12호로 등록됐다고 6일 밝혔다.
사직동 주택은 김중업 건축가의 설계로 1983년 치과의사 박시우 주택으로 건축됐다. 소유주가 여러번 바뀐 끝에 지난 2019년부터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됐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난해 2월 '빈집사업'으로 이 주택을 매입했다.
당초 SH공사는 주택을 철거한 뒤 신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철거 전 집수리 지원사업 '걱정 말아요 집수리 지원 전시 프로젝트'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주택의 가치가 재조명되자, 건축물을 허물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게 됐다.
이후 SH공사는 서울시에 해당 주택을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 신청했고, 지난달 30일 열린 제4차 건축자산전문위원회에서 조건부 의결을 받았다. 우수건축자산은 역사적, 예술적, 경관적, 사회문화적 가치가 있는 건축자산에 대해 소유자가 신청하면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된다. 현재 서울시 우수건축자산으로는 12개소가 등록돼있다.
사직동 주택은 다각형을 활용한 평면, 원형 창과 아치, 나선형 계단, 온실 공간 등 주택에 자연을 끌어들이는 김중업 건축가의 설계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80년대 고급주택의 외관과 특성을 보여주는 역사적 가치, 저층 경관과의 조화를 이룬 '경관적 가치', 저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예술적 가치' 등을 지니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중업 건축가는 현대건축의 거장 르 꼬르뷔지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다. 20세기 건축사조의 층위를 축적한 건축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설계한 대표적인 건축물은 주한프랑스대사관, 명보극장, 서산부인과, 삼일로 빌딩, 성공회회관, 건국대학교 도서관 등이 있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집에 대한 건축가의 철학과 집주인의 생각이 담긴 40년 된 주택의 가치가 재조명돼 건축자산으로 신청·등록된 점은 의미가 크다"며 "사직동 주택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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