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3건서 지난 6년 간 매년 40~50건 씩 신고 접수
"맹견 중심 규제 한계, 보완 필요" "견주 인식 개선 절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도심에서 목줄·입마개 없는 중형 반려견이 떼지어 소형견을 습격해 죽이고 견주도 다친 가운데 개 물림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맹견 5종 중심의 '입마개 착용 의무화' 법령을 보다 구체화하고,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광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7년(2015~2021년) 간 광주에서 발생한 개 물림 사고는 319건으로 집계됐다.
2015년 한 해 33건이었던 개 물림 사고는 2016년 47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후 2017년 47건, 2018년 46건, 2019년 51건, 2020년 54건, 2021년 41건 등 매년 40~50건 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개 물림 사고 14건이 119상황실에 신고돼 구조대원이 출동했다. 사고가 경미해 상호 합의 또는 보험 처리 등으로 신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실제 개 물림은 더 잦을 것으로 추산된다.
개 물림 사고 증가세와 함께 실제 시민들이 다치는 사고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반려견 관리를 소홀히 해 다른 반려견을 죽게 하고 견주까지 다치게 한 혐의(과실치상·재물손괴)로 A(53)씨를 입건했다.
A씨는 지난 3일 오후 4시 10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공원 인근에서 자신의 중형견 5마리의 관리를 소홀히 해 다른 소형견을 물어 죽이게 하고, 이를 만류하던 40대 여성 견주를 다치게 한 혐의다.
조사 결과 A씨가 중형견(하운드 추정) 5마리와 산책하기 앞서 목줄을 채우다 손에서 놓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확보한 당시 영상에는 입마개·목줄을 하지 않은 개 3마리 이상이 다른 소형견을 향해 달려들며 공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지 과정에서 소형 견주도 손목 등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앞서 2019년 5월에도 산책 도중 자신의 진돗개를 맨 목줄을 놓쳐 행인을 다치게 한 견주 B(55)씨가 형사 처벌을 받았다.
B씨는 광주 서구 쌍촌동 한 공원에서 자신의 반려견인 진돗개의 관리를 소홀히 해 행인의 오른쪽 종아리·허벅지 등을 3차례 물어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개 물림 사고 예방을 위해 일부 견종을 맹견으로 규정, 입마개 착용 의무화와 일부 시설 출입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맹견으로 분류되는 5개 종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 와일러 등이다.
그러나 맹견으로 지정되지 않은 중·대형견에 의한 개 물림 사고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제도를 강화하고 의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순석 대한수의사회 동물의료복지특별위원장은 "현행 맹견 5종 중심의 입마개 의무 착용화·처벌 규정 등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개 물림 사고는 맹견 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반려견에 의한 경우도 많다"며 "중·소형견도 경계심이 많거나 기질이 호전적이면서 사회성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면 노약자를 공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격적 성향이 있는 반려견에 대한 규제가 촘촘히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개 물림 사고 이력이 있는 반려견에 대한 훈련, 해당 견주에 대한 교육 체계화도 필요하다"며 "유사 사고가 되풀이될 경우에는 견주 책임을 보다 엄히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동물보호협회 '위드' 임용관 대표는 "체중 10㎏ 이상의 반려견은 돌발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중형견을 충분히 핸들링 하려면 목줄을 짧게 메고 1마리씩 산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른 반려견과 물리적 충돌을 빚지 않도록 안전 거리 유지도 중요하다. 서로를 배려하는 성숙한 반려견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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