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당신이 도착한 이곳은 빛이 없는 세계입니다. 빛을 인지하는 누군가는 이곳을 어둠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에겐 이미 어둠이 아닐 수도 있겠죠."
두 개의 노란문을 지나 캄캄한 우주의 세계로 들어간다. 공연장 밖에서 시작되는 첫 번째 관문은 자기소개다. "'삐빠!'를 외치고 별칭과 우주에서 들렸으면 하는 소리를 말해주세요." 안내원은 시범도 보여준다. "나는 뽕삥이야, 쇼잉뿌잉!"
다음 부스에선 잠시 대기한다.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손을 앞으로 내밀면 나의 번호가 손등에 붙여진다. 안대를 쓰고 안내원들을 따라 조그만 턱을 오르고, 앞으로 걸어간다. 준비는 하나 더 필요하다. 신발을 벗고 건네주는 구멍 난 양말을 신어야 한다. 커튼이 열리고 공연장에 내려가면 암흑 속 이곳만의 우주가 펼쳐진다.
이것은 '보는' 공연은 아닌 '하는' 공연이다. 관객은 어둠 속에서 청각, 촉각에 몰두하고, 이 장소 그리고 오늘의 낯선 이들을 직접 느낀다.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 중인 '커뮤니티 대소동'은 2015년부터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작업해온 이진엽 연출이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와 함께한 공동창작 작업이다. '장애와 예술'을 주제로 한 국립극단의 작품개발사업 '창작공감'을 통해 1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쳤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끼는 건 바닥의 질감이다. 구멍 난 양말 사이로 부드러움, 딱딱함, 까칠함, 폭신함 각각의 바닥에 감각을 세운다. 공연에 출연하는 9명의 배우 중 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며,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하나의 질감을 기억해둔다. 자리 옆 튀어나온 나의 번호엔 점자도 적혀있다.
두 개의 노란문을 지나 캄캄한 우주의 세계로 들어간다. 공연장 밖에서 시작되는 첫 번째 관문은 자기소개다. "'삐빠!'를 외치고 별칭과 우주에서 들렸으면 하는 소리를 말해주세요." 안내원은 시범도 보여준다. "나는 뽕삥이야, 쇼잉뿌잉!"
다음 부스에선 잠시 대기한다.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손을 앞으로 내밀면 나의 번호가 손등에 붙여진다. 안대를 쓰고 안내원들을 따라 조그만 턱을 오르고, 앞으로 걸어간다. 준비는 하나 더 필요하다. 신발을 벗고 건네주는 구멍 난 양말을 신어야 한다. 커튼이 열리고 공연장에 내려가면 암흑 속 이곳만의 우주가 펼쳐진다.
이것은 '보는' 공연은 아닌 '하는' 공연이다. 관객은 어둠 속에서 청각, 촉각에 몰두하고, 이 장소 그리고 오늘의 낯선 이들을 직접 느낀다.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 중인 '커뮤니티 대소동'은 2015년부터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작업해온 이진엽 연출이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와 함께한 공동창작 작업이다. '장애와 예술'을 주제로 한 국립극단의 작품개발사업 '창작공감'을 통해 1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쳤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끼는 건 바닥의 질감이다. 구멍 난 양말 사이로 부드러움, 딱딱함, 까칠함, 폭신함 각각의 바닥에 감각을 세운다. 공연에 출연하는 9명의 배우 중 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며,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하나의 질감을 기억해둔다. 자리 옆 튀어나온 나의 번호엔 점자도 적혀있다.
트윙, 엄지, 푸렴, 조재, 모리, 베썬, 카이, 리리, 원뜰은 밝은 목소리로 이 세계를 소개한다. 시각장애인 배우 6명, 비시각장애인 배우 3명이다. 안대를 벗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놓인 관객들은 이들의 목소리에 따라 발을 떼고, 다시 자리에 돌아간다. 처음엔 몇 발짝, 나중엔 발로 원을 그리며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다른 이들과도 만난다. 발과 손에 의존해 앞에 서 있을 누군가를 찾아 나서고 때로는 부딪치며 조심스레 손을 맞잡는다. 작고 큰 손 그리고 차갑고 따뜻한 손, 서로의 얼굴은 모르지만 손의 온기를 마주한다. 만나고 헤어지고, 함께 몸을 흔들고 연결되며 어느새 뒤섞인 이 공간엔 '커뮤니티 대소동'이 벌어진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각자의 '소리상자'에 나지막이 말한다. "신기하다", "두렵다", "새롭다" 찰나의 순간, 감정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누군가를 의식하며 말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누구도 나를 볼 수 없다. "뭘 말하든 괜찮아. 멋지게 말하지 않아도 돼." 이 말은 용기가 되고, 위로가 된다. 입장할 때 녹음했던 자기소개도 공연 도중 흘러나와 재미를 준다.
그렇게 다른 이들과도 만난다. 발과 손에 의존해 앞에 서 있을 누군가를 찾아 나서고 때로는 부딪치며 조심스레 손을 맞잡는다. 작고 큰 손 그리고 차갑고 따뜻한 손, 서로의 얼굴은 모르지만 손의 온기를 마주한다. 만나고 헤어지고, 함께 몸을 흔들고 연결되며 어느새 뒤섞인 이 공간엔 '커뮤니티 대소동'이 벌어진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각자의 '소리상자'에 나지막이 말한다. "신기하다", "두렵다", "새롭다" 찰나의 순간, 감정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누군가를 의식하며 말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누구도 나를 볼 수 없다. "뭘 말하든 괜찮아. 멋지게 말하지 않아도 돼." 이 말은 용기가 되고, 위로가 된다. 입장할 때 녹음했던 자기소개도 공연 도중 흘러나와 재미를 준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다 보면 다시 안대를 쓰고, 이 세계를 떠날 시간이 온다. 안대 너머 어렴풋이 빛이 들어오고, 녹음된 여러 목소리가 들려온다. 차례를 기다리며 귀 기울이면, 헤어짐에 대한 단상을 풀어놓는 이들이 시각장애인임을 눈치챌 수 있다. "전엔 형태는 보였어요. 제게 헤어짐은 매일매일이죠.", "제게 헤어짐은 새로운 시작이에요."
공연은 시각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진 않는다. 장애, 비장애를 떠나 우주에 덩그러니 놓였다는 상황으로 상상을 펼치게 한다. 경계 없이 낯선 이들과 이어지고 시각 아닌 다른 감각을 열어 체험하며 나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게 한다.
시각 중심의 언어가 아닌 경계를 넘어 소통할 수 있는 또다른 언어로 '몸의 언어'를 찾았다는 이진엽 연출은 "서로 모르던 이들이, 기쁨과 혼란 속에서 새로운 우주를 알아가 보고 싶은 끌림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고 했다. 다른 이와의 접촉이 있는 공연으로, 중간에 계속 손 소독이 이뤄진다. 공연은 10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공연은 시각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진 않는다. 장애, 비장애를 떠나 우주에 덩그러니 놓였다는 상황으로 상상을 펼치게 한다. 경계 없이 낯선 이들과 이어지고 시각 아닌 다른 감각을 열어 체험하며 나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게 한다.
시각 중심의 언어가 아닌 경계를 넘어 소통할 수 있는 또다른 언어로 '몸의 언어'를 찾았다는 이진엽 연출은 "서로 모르던 이들이, 기쁨과 혼란 속에서 새로운 우주를 알아가 보고 싶은 끌림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고 했다. 다른 이와의 접촉이 있는 공연으로, 중간에 계속 손 소독이 이뤄진다. 공연은 10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