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고전 최대 원인은 취약한 보급

기사등록 2022/03/31 12:34:25

최종수정 2022/03/31 12:42:41

빠른 승리 과신 식량·물·탄약·연료 준비 부족

미군 전투병력:지원병력 1:10인데 러군은 5:1

보급트럭 호송·의료·장비 수리도 태부족

분산되고 보안 안되는 지휘통신 체계도 문제

수십년 동안 작전·보급 실패사례 거론될 것

[이반키프/AP=뉴시스] 미국 민간 인공위성 기업 막서 테크놀로지가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서부 이반키프 상공에서 포착한 러시아군 수송 행렬의 모습. 수도 키예프로 향하는 러시아군의 수송 행렬이 이날 오후 현재 64㎞가 넘었다. 2022.03.01.
[이반키프/AP=뉴시스] 미국 민간 인공위성 기업 막서 테크놀로지가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서부 이반키프 상공에서 포착한 러시아군 수송 행렬의 모습. 수도 키예프로 향하는 러시아군의 수송 행렬이 이날 오후 현재 64㎞가 넘었다. 2022.03.0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2-3일 내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정부를 축출할 것으로 예상된 러시아군이 한 달이 넘도록 고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이처럼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보급이 취약한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보급문제를 조목조목 따져보는 기사를 실었다.

호송대는 기습을 당하고 탱크는 망가졌다. 장군들이 최전선에서 저격당하고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야전식량이 공급되고 있다. 동상까지 발생했다.

▲장거리 수송의 문제
러시아군은 장기 지상전에 필요한 보급 능력이 취약하다. 남동부 우크라이나 지역을 제외하면 도시들에 수없이 폭격을 가하면서도 러시아군은 뚜렷한 전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가열찬 반격을 본 싱크탱크 CNA의 러시아연구 책임자 마이클 코프먼은 "러시아군이 플랜B 성공에 필요한 보급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듯하다. 유럽대륙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큰 우크라이나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데 적합한 수준의 보급 계획을 갖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이 감당하기엔 너무 넓은 것이다.

러시아는 군대와 보급을 철도를 이용해 투입하길 선호한다. 실제로 남부 헤르손과 멜리토폴 및 두 도시를 잇는 드네프르강 철교를 확보했다.

그러나 북쪽의 체르니히우와 같은 철도중심지를 점령하지 못했다. 또 땅이 젖고 진흙탕이어서 러시아 장비는 도로를 고수 해야 한다.

코프먼은 "트럭 수송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거리 문제가 큰 난제다. 좁은 도로를 따라 엄청난 규모의 부대를 보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좁은 도로를 따라 보급 트럭과 기타 지원 차량들이 쉼없이 왕복운행해야 한다.

▲러시아군 단위 부대 편성의 문제
장기 지상전을 벌이는 부대는 기술자, 의료진, 엔지니어, 트럭 운전수, 요리사 등등 각종 지원인력을 갖춰야 한다. 평균적인 러시아 군인은 하루 200kg의 보급품을 필요로 한다. 식량, 연료, 탄약, 의료품 등등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파병한 군인은 15만명이다. 러시아군 편성은 특히 지원병력 편성이 크게 부족하다. 700명~900명으로 편성된 한 부대에 평균 150명 정도만이 지원병력이다. 이에 비해 미군은 전투병력 1인당 보급 병력이 10명이라고 알렉스 버쉬닌 예비역 대령이 밝혔다.

▲작전 문제
버쉬닌 대령은 러시아가 장기전을 준비했더라도 재빨리 제공권을 장악하고 40~50km 간격으로 소규모 기지를 설치해야 했다고 버쉬닌 대령이 지적했다.  각 기지에 수리용 부품, 야전병원 및 탄약과 식량 등을 비축함으로서 보급선이 길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군은 장거리를 신속하게 진격하는 작전에 따라 보급선이 훨씬 길어졌다. 크름반도에서 헤르손을 공격한 보급선이 190km, 벨라루스에서 키이우까지가 140km다. 철로를 통해 보급선을 운영할 수 있는 최대 거리는 150~200km 정도다.

버쉬닌은 러시아군 행렬이 60km 이상 길게 늘어선 것은 "정체" 때문이 아니라 보급선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멈춘 것으로 본다고 했다. 키이우 점령 시도에 대비해 우크라이나 포병 사거리 밖에 보급기지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보급을 가볍게 유지하는 전술은 신속한 군사작전에나 적합하지 장기전에는 맞지 않는데 전쟁이 장기화된 것이다.

▲보급차량 호송 미비
보급선을 따라 운행하는 트럭은 방어가 필요하다. 특히 좁은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경우 더욱 그렇다.

코프먼은 러시아군이 초기에 보급선 호송원칙을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갑차와 군대가 함께 다니면서 트럭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시민들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장갑이 없는 연료트럭을 공격하도록 촉구한 뒤에도 그랬다고 한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러시아군이 "자체 보급선 방어에 상당한 병력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코프먼은 "보급선을 길게 만들면 기습공격에 취약하다. 우크라이나군은 보급이 취약한 러시아군의 아킬레스건을 재빨리 파악했다"고 말했다.

▲분산된 지휘체계와 취약한 통신
민간 군사정보 기관 제인스의 지상전 플랫폼 및 무기 부문 책임자 앤드류 게일러는 러시아 지휘구조가 "정말 엉망"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전역에서 차출돼 4개의 지휘구조로 돼 있다는 것이다. "단일화된 지휘계통이 운영하기 훨씬 편하지만 러시아군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게일러는 러시아 장군 7명을 포함해 지휘관 15명이 저격된 것이 지휘체계 부실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고위 지휘관은 보통 최전선에 나서지 않지만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직접 나서서 하위 작전 부대에 직접 명령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남부 지역에 투입된 러시아군은 상당수가 크름반도에서 차출된 직업군인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북부에 투입된 러시아군은 동기부여가 낮고 훈련도 덜 된 징집병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나아가 침공 명령이 작전 개시 직전에야 내려졌다. 코프먼은 "군대에 우크라이나 침공 사실을 마지막 단계에서야 통보했다. 훈련받는 줄 아는 부대와 실전에 투입된다고 생각하는 부대는 보급 준비가 천양지차"라고 꼬집었다.

통신은 더 큰 혼란을 일으켰다. 하르키우를 폭격하면서 러시아군은 자신들의 보안 통신에 활용해야 했던 무선전화 중계탑을 파괴했다. 이 때문에 무선전화 신호로 위치가 드러난 러시아 장군이 공습을 당해 숨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식량, 물, 연료 부족
영국 정보당국은 지난 17일 보급 문제로 "러시아군이 선봉부대에 식량과 연료 등 기본 보급품을 공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군 고위당국자는 동계 군장이 없어서 동상에 걸린 군인들도 있다고 했다.

NYT는 러시아군이 유통기한이 2002년인 식량을 가진 러시아군인들도 있으며 키이우 외곽의 러시아군 사이에 식량과 물, 연료가 필요하다는 무선통신을 도청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러시아가 중국에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약탈하는 동영상도 많다. 코프먼은 약탈은 러시아군에서 흔한 일이라고 했다.

▲의료 지원 취약
군사작전에서 최선의 치료와 부상자 수송은 핵심 요소다. 전략국제연구소(CSIS) 방위산업주도그룹 책임자인 군 보급 전문가 신시아 쿡은 부상자 발생 1시간 이내에 수송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의료 지원이 취약하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러시아가 군인들을 치료할 준비를 제대로 안했다는 점은 정말 잘못"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한 당국자는 러시아군 사망자를 7000명~1만5000명으로, 부상자는 그 이상으로  추정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가 부족한 병력을 타 지역에서 차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용병조직 와그너 그룹 군인들도 고용했다고 밝혔다.

▲정밀 유도 미사일 부족
버쉬닌 대령은 "도시를 점령하려면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도시는 방어하는 쪽이 지리를 잘 알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숨을 곳이 많아서 기습하기도 좋다. 이에 따라 공격군은 엄청난 탄약을 쏟아부어야 하기 마련이다.

러시아 정부 인사 외에 얼마나 많은 수량의 미사일, 로켓, 포탄을 준비했는지, 또 이미 얼마나 쏟아 부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 당국자가 러시아가 유도 미사일 등 정밀무기가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미사일 오폭률이 6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중동과 아시아 각국에 많은 무기를 수출하는 러시아가 납기에 맞게 공급하는 지를 유심히 보고 있다. 지연되면 러시아 방위업체들이 수요를 맞추지 못한다는 표시가 된다.

▲지나치게 잦은 장비 고장
지난달 24일 침공 이래 러시아는 2000대 이상의 장비를 잃었다. 탱크가 300대 이상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일부를 파괴했고 일부는 버려졌다.

T-72 등 일부 탱크는 몇세대 전 소련 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50년도 전에 생산이 시작됐다.

군작전은 가혹한 장비 운영을 필요로 한다. 버쉬닌은 "전투 차량은 비포장 도로, 자갈길을 달려야 해 지속적으로 진동하면서 나사처럼 작은 부품들이 느슨해져 떨어져 나간다. 장갑차량은 물론 바퀴가 달린 트럭조차 고장이 잘 날 수밖에 없다. 러시아 장비가 버려진 장면이 많이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이동중에 고장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러시아 군장비 고장률은 특히 높은 편이다. 쿡은 "러시아군이 정기적으로 정비를 했는지 의심스럽다. 부품공급도 제대로 안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게일러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2개월 전부터 훈련하면서 정비불량이 누적돼 "훈련하다가 곧바로 전투에 투입됐고 이 때문에 필수 장비의 정비를 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 모든 부대 편성에서 "수리 차량"은 정비병이 운전하는 2대에 불과하다. 그중 1대만이 탱크를 견인할 수 있다. 왕복 운행을 해야하는 변수를 감안하면 수리할 지 아니면 버릴 지를 전술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러시아군이 보급문제를 겪으면서 개선방안을 찾으려 하겠지만 아직은 성공적이지 않다.

쿡은 현재까지 진행된 침공 작전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작전 계획과 보급 계획 담당자들이 보고 배울 점이 많은" 실패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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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고전 최대 원인은 취약한 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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