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날 세운 李…민주·정의 "혐오 정치" 맹폭 이어져
인수위 "장애인 이동권 요구, 당연한 권리…정책에 녹일 것"
전장연 "우린 국민 아닌가"…무릎 꿇은 김예지 "정말 죄송"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놓고 "서울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이라며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 대표가 '혐오 정치'를 한다며 맹폭에 나섰다. 시민사회에서도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차기 정부를 이끌어야 할 인수위도 이 대표의 '혐오' 논란에 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국민 통합'의 메시지가 나와야 할 시점에 약자를 혐오하는 정치 세력으로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인수위는 당장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 현장에 직접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인수위 "장애인 이동권 요구, 당연한 권리…정책에 녹일 것"
임 간사는 전날(28일) 브리핑을 통해 "내일 지하철역에서 찾아뵙고 진솔하게 말씀드릴 것"이라며 "(장애인권리)예산을 어떻게 수반해서, 어떻게 장애인 여러분의 권리를 찾아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그는 "(장애인의 이동권 요구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고,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서 경청하고 거기(전장연)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잘 정리해서 정책에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의 그간 발언은 인수위가 이처럼 빠른 대응에 나선 이유가 됐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 등을 적극 투입해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의 수백만 승객이 특정 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공권력을 통해 대응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시위를 권력으로 진압하겠다는 대표의 발언이 새 정부의 기조로 읽히지 않도록 (인수위가)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장연 "우린 국민 아닌가"…김예지 의원, 무릎 꿇고 "정말 죄송하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 대표가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한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 "지하철 내 이동권 문제는 2000년대 초반 지하철에서 장애인이 숨진 뒤 이명박 당시 시장이 약속한 것"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역대 서울시장이) 이명박, 오세훈, 박원순에서 다시 오세훈으로 오기까지 계속 지켜지지 않은 문제인데 왜 오세훈 시장에 따지냐는 건 매우 정파적인 얘기다. 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건데 국민의힘이 어디있고, 민주당이 어디있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 대표는 "당 대표는 갈등 해결의 주체다. 그런데 비장애인의 시각으로만 이렇게 말을 한다"며 "장애인이 이렇게 시위할 수밖에 없는 사연도 아셨으면 한다"고 뉴시스에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통합을 하겠더니 우리는 국민이 아닌가. 우리는 표가 안 되는 모양이다"고 덧붙였다.
당 내 장애인 의원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아침 경복궁역에서 진행된 전장연 시위에 직접 참석했다.
그는 "저는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여러분과 어려움을 함께하는 시각장애인"이라며 "다른 분들께 혐오의 눈초리와 화를 감수하면서 장애계를 대변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을 시사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는 "적절한 단어사용이나 소통을 통해서 여러분과 마음을 나누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정치권을 대신해서 제가 대표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밝혔다.
지체장애인인 이종성 의원도 이날 이 대표를 직접 만나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그는 "(이 대표의 발언으로) 장애인 시위가 정파적인 구도,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대립적인 구도로 고착되는 것이 우려가 된다고 이 대표에 말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다만 "이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자체를 등한시하는 게 아니다"며 "이와 별개로 불법적인 시위로 시민들에 불편을 주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게 이 대표의 입장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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