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할수록 손해"…우크라 사태 장기화에 건설업계 '비상'

기사등록 2022/03/29 06:30:00

최종수정 2022/03/29 06:33:43

철강 원자재 가격 '폭등'…철근 t당 100만원 넘어

"언제까지 오르나"…골재 가격 1㎥당 1만5000원

자재가격 상승·수급 불안…"관세 일부 완화해야"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서울 신길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서울 신길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날이 풀려 공사가 한꺼번에 몰리면 건설자재 조달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지난 28일 중견 건설사 자재 구매 담당자인 강모(46)씨는 뉴시스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철근부터 레미콘까지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말 그대로 초비상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씨는 "미리 확보한 자재로 버티고 있으나, 공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라며 "건설자재 비용이 증가하고, 수급 불안정이 계속되면 4월에는 일부 현장의 착공이 지연되거나 아예 취소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비상이다. 건설업계는 미리 확보한 자재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거나, 수급처를 다양화하는 등 건설자재 수급 불안에 따른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철근과 레미콘, 골재 등 주요 건설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현장에선 별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고민이다.

건설공사에 쓰이는 핵심 자재인 철근과 시멘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 값이 최근 들어 t당 100만원을 웃돌고 있다. 골조공사에 쓰이는 고장력철근(SD400)은 지난 1월 t당 105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급등했다. 지난해 세계 각국이 인프라 사업 확대로 건설자재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최대 철근 생산국이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서 철근값이 꾸준히 오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급등했다.

골재가격도 급등했다. 이달 골재 가격은 1㎥당 1만5000원으로, 3개월 만에 7~10% 급등했다.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7월 t당 7만8800원에서 올해 1월 9만3000원대로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치솟고, 코로나19로 인한 인력난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으로 들어오는 유연탄의 70%를 차지하는 러시아산의 공급이 경제재제로 어려워지면서 시멘트 재고량은 건설 성수기(4∼5월) 대비 50% 수준(60만t)으로 파악된다. 하루 수요·공급량을 고려하면 4월 중 레미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건설자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축·토목 공사비가 각각 1.5%, 3.0%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건설산업에 미칠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급등한 유가와 유연탄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건축물은 지난해 대비 1.5%, 일반 토목시설은 3% 가량 생산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이달 1~11일 평균 가격과 지난해 평균 가격 간 증감률 차이를 계산한 결과 유가는 64.1% 상승했고, 유연탄은 89.4% 상승했다.

특히 토목 공사 중 도로시설과 도시토목의 경우 원유 가격 상승의 영향이 다른 공종에 비해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주원료인 아스콘 및 아스팔트 제품의 사용이 많기 때문이다. 또 철도시설과 상하수도 시설, 환경정화시설, 산업플랜트의 경우 유가 상승보다 유연탄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시멘트 제품의 사용이 많고, 동시에 철강제 제품의 사용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건산연은 주요 건설 자재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한 결과 레미콘이 비용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레미콘은 원유와 유연탄 상승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크고, 비용상 건설산업에 투입되는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공사가 본격화되는 봄철이면 수급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원자재 난이 심화하면서 국내 건설자재 값이 폭등하고, 수급마저 불안한 상황"이라며 "앞서 구매한 자재들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더 장기화된다면 일부 현장에서 공기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중견 건설사들은 건물을 지을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공사현장의 규모가 크고, 건설자재 구매량이 많아 납품업체와 연간 계약을 통해 원자재를 급등 전 가격으로 대량 구매가 가능한 반면, 중견 건설사들은 이미 급등한 현재 가격을 자재를 구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자재 값이 폭등해 공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가 커진다"며 "공사 단가를 도저히 맞출 수 없어 일부 현장에서는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해 수입원을 다각화하고, 관세를 일부 완화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 자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에 집중할 필요가 있고, 수입원을 다각화함과 동시에 관세를 완화해 주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수입 단가가 높고 운반비가 더 소요될 수밖에 없는 다른 지역의 유연탄을 들여올 수밖에 없는데 최대한 수입원을 다각화하고, 정부는 한시적으로라도 수입 관세를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민간 부문에서 자재 수급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분양가상한제의 단가 산정 체계를 개선 또는 폐지해야 한다"며 "건자재 수요가 특정 시점에 쏠리지 않도록 분양가상한제 책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형건축비 발표 주기를 짧게 할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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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할수록 손해"…우크라 사태 장기화에 건설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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