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크름~돈바스 연결해 친러 정권 수립 목표
돈바스 해방 선언한 후 군사 목표 변화 뚜렷
"키이우 병력 일부 벨라루스로 철수" 포착 주장도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루한스크·도네츠크)의 '완전한 해방'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이를 위해 앞으로 1~2주 안에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집중 공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장악해 크름(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연결 짓고, 해당 지역에 친러 괴뢰 정권을 세우는 것을 새 군사 목표로 세웠다는 설명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러시아군의 작전 변경에 따라 조만간 마리우폴 주변에서 교전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 1단계 '특수 군사작전'을 마무리하고, 2단계 '돈바스 해방' 작전을 시작할 것이란 얘기다.
그는 "앞으로 1~2주 안에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와 하르키우에서 군을 철수시켜 돈바스로 보낼 것"이라면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대도시를 점령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내다봤다.
이어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을 점령하는 데 군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마리우폴 주변의 잠재적 또는 급격한 악화를 의미한다"면서 "이는 키이우(키예프), 체르니히우, 수미, 하르키우(하리코프) 지역에서 적을 몰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 역시 "키이우를 신속하게 장악하거나 젤렌스키 정권을 전복하지 못함에 따라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완전 점령하겠다는 계획을 재검토하게 됐다"면서 "(러시아의 새로운 전략은) 우크라이나를 한반도처럼 분단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한반도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푸틴은 주요 작전을 남쪽과 동쪽으로 향해 바꾸고 있다. 즉 그는 우크라이나의 점령되지 않은 지역과 점령된 지역 사이 분계선을 세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점령 지역에는 이미 괴뢰 정부를 만들고, 흐리우냐(우크라이나의 국가 화폐)를 대체하려는 시도도 포착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러시아군은 지난 25일 "돈바스 지역(루한스크·도네츠크)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작전의 1단계 목표가 주로 달성됐다"며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이 상당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친러 반군 분리주의 세력이 8년여 동안 싸워 온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측은 1단계 군사 작전을 완수했다고 표현했지만 서방은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와 마리우폴 등 여러 도시에서 전선이 정체되자 돈바스 지역으로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돈바스 지역은 친러시아 반군 세력이 일부 통제하던 지역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 지역의 '분리·독립'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러시아가 움직이자 돈바스 지역인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은 조만간 주민투표를 실시해 자체적으로 러시아 편입을 결정하겠다고 별렀다.
레오니드 파세치니크 LPR 지도자는 "조만간 주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라면서 "이 기간 국민들은 러시아 연방에 소속될지에 대한 의견을 표명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황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징후는 이미 포착되고 있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북부와 키이우 인근에서 수 주째 공격에도 점령에 실패하자 병력 일부가 체르노빌을 통과해 벨라루스로 철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 제35 제병합동군 소속 일부 부대가 전투에서 큰 손실을 본 뒤 체르노빌 금지구역을 거쳐 약 16㎞ 떨어진 벨라루스로 철수해 재정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서방 정보기관들이 전하는 키이우 북서부 전선의 전황과 대체로 일치한다는 평가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27일자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키이우 포위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근시일 안에 본격적인 공격 작전을 재개하기 위해 필요한 전투력을 결집하지는 못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측은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으로 시야를 제한할 것이란 "증거는 아직 없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줄리앤 스미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CNN 시사프로그램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State of the Union)에 출연해 "우리가 아직까지 (그 같은) 증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그 증거를 찾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증거는 러시아인들이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당신이 잘 알고 있듯이 단 며칠 만에 키이우를 점령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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