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따라 '비건' 된 아이들…"강요된 채식은 학대" vs "육식 주는 것도 강요"

기사등록 2022/03/25 07:00:00

최종수정 2022/03/25 10:40:40

한국채식연합 조사기준 채식인구 250만

'채식 존중하나 비건 육아는 학대' 비판도

"절에서도 동자승 키울 때는 육류 먹여"

"성장기 아이에겐 영양학적 측면 부적합"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제5회 베지노믹스페어 비건페스타를 찾은 시민들이 비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2022.02.20.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제5회 베지노믹스페어 비건페스타를 찾은 시민들이 비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2022.02.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소현 기자 = #어린이집 교사 A씨는 아이들을 채식(비건) 식단으로 키우는 학부모들이 때때로 버겁게 느껴진다. 다 같은 급식과 간식을 먹는데 챙겨온 도시락을 먹는 비건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데다 비건이 아닌 아이들도 친구만 왜 다른 음식을 먹냐고 묻기 때문이다. A씨는 "설명하기도 어렵고, 어쩌다 비건 아이들이 일반식을 한입이라도 먹어서 학부모들이 알게 되면 교사들이 곤란해진다"고 토로했다. 신념은 존중하지만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25일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지난해 250만명으로 급증했다. 사회 흐름에 따라 채식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존중받아 마땅한 철학적 신념으로 여겨지는 반면, '비건 육아'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채식은 선택의 영역이기에 자아가 확립되기 전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건 육아는 신념 강요라는 주장과 집에 동물성 식품이 없어서 안 줄 뿐 강요가 아니라는 입장이 맞선다.

두 명의 비건 지인을 둔 B씨는 "두 가정 모두 자녀는 제한 없이 먹였다. 본인에게는 힘든 일인데 직접 고기도 굽고 해서 놀랐다"며 "아이가 스스로 신념으로 선택할 때까지는 강요하지 않고 다 먹을 수 있게 하겠다고, 그것을 누리는 것도 아이의 권리라고 하더라. 이게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부모는 선택해서 비건이 됐는데, 자녀에게는 선택권을 주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 '자녀는 소유물이 아니다', '학대로 보여진다' 등 의견이 나왔다.

반면, 비건맘 김모씨는 "부모가 먹는 것을 아이들은 먹게 돼 있다"면서 "육식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도 자신이 먹는 것을 주게 돼 있는데, 그건 육식 강요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채식의 종류와 유형이 다양한 가운데 가장 높은 단계인 비건은 육류뿐 아니라 생선, 달걀은 물론 유제품도 섭취하지 않는다.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에겐 비건식이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C씨는 "비건 아동은 개인 반찬을 배식해주는데, 주로 두부로 된 음식이나 템페(콩으로 만든 발효 식품)"라며 "반찬 종류가 너무 한정적이어서 아동기에 적합한 식단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김씨는 "첫째 아이의 경우 생후 13개월부터 채식을 했지만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 모태 비건으로 태어난 둘째는 분유 한 방울 없이 모유만 먹였고 생후 6개월부터는 현미 채식 이유식을 하고 있다"며 "영유아 검진을 통해 정상적으로 잘 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영양학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절에서도 동자승 키울 때는 육류를 먹인다"며 "심한 채식으로 단백질 섭취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따라서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콩이라는 식물성 단백질원이 있지만 콩은 흡수율 자체가 떨어지기 때문에 가공도를 높여야 된다"며 "단순 조리를 통한 섭취는 아이들의 균형적인 발육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윤열 숭의여대 식품영양과 교수도 "건강보조식품을 동반할 수 있겠지만 완전채식에 대해선 바람직하다고 보여지지 않는다"면서 "성장기 필수영양소인 비타민B6는 채식에서 섭취할 수 없다"고 했다.

채식을 포함한 식습관 교육의 필요도 언급됐다.

연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기관 및 단체를 통한 식습관 교육이 부족하다"며 "채식에 대해서도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적어도 초등학교 저학년 연령대가 되면 교육을 받고 스스로 채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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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따라 '비건' 된 아이들…"강요된 채식은 학대" vs "육식 주는 것도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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