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장기화, 원재료 수급 불안 상승·2차 쇼크 가능성도

기사등록 2022/03/23 00:42:00

최종수정 2022/03/23 06:44:43

물류·공급망 위기 심화, 재고 확보 원자재도 비상

사태 장기화에 2차 쇼크로 연결될 가능성 상승

[노퍽(미 버지니아주)=AP/뉴시스]지난해 12월1일 미 버지니아주 노퍽의 노퍽 국제선터미널에 한국 컨테이너선 현대 호프호가 정박해 있다. 2022.2.8
[노퍽(미 버지니아주)=AP/뉴시스]지난해 12월1일 미 버지니아주 노퍽의 노퍽 국제선터미널에 한국 컨테이너선 현대 호프호가 정박해 있다. 2022.2.8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가 공급하는 원자재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산업계의 우려가 나왔다. 공급망 붕괴로 국제 교역이 위축되면 원자재 수급 불안은 물론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인력·기술 시장에 대한 교란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물류·공급망 위기로 재고 확보한 원료도 '빨간불'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실제 기업 애로사항도 단순 대금결제 문제를 호소에서 물류·공급망 위기 관련 문의로 다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초반인 지난달 28일까지 무협 긴급대책반을 통해 접수된 애로사항 가운데 물류·공급망 관련 애로사항은 43건(31.2%)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182건(34.0%)으로 급증했다.

산업계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원자재값 급등은 물론 수급난, 물류비 증가 등으로 경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산업계 대부분은 원재료 조달 악재 또한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사태가 장기화하자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이 커져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특수가스 원료인 네온, 아르곤, 제논 가스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도는 약 50%(양국 합산) 수준이다. 사태 초반, 업계는 필수 원자재 재고분이 확보된 상태며 우회 공급망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예상과 달리 사태가 장기화하고 네온을 포함한 제논과 크립톤 등 반도체 필수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약 3개월치 재고 정도만 비축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및 주요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파급 영향에 기인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국내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극단적인 가정을 할 경우 비메모리,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IT 전방산업의 생산 계획이 낮아져 반도체 외 IT 부품 수요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 사태 관련 민감도 낮은 원자재에도 영향…2차 쇼크로 연결될 가능성↑

업계에서는 당장 원자재 교역 차질 없더라도 글로벌 소비 심리를 자극해 2차 쇼크로 연결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발 리스크에 민감한 원자재 천연가스, 석탄, 소맥, 팔라듐 등 주요 원료 평균 주간 상승률은 지난 4일 기준 39% 급등했다. 2014년 돈바스 전쟁이나 2018년 미국의 대러 제재 당시 구리, 아연, 백금 등은 가격 변동이 크게 없던 원자재지만 이번 침공 이후에는 동반 상승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태 장기화로 유가도 고공행진 중인 점도 위험 요소로 꼽혔다. 2018년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당시 유가는 미국의 제재 유예 조치 나온 이후 하락 반영됐다. 당시 유가 안정화까지 6개월이 소요됐다. 이번에도 장기화될수록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최대 6개월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경유 가격이 오르면서 휘발유 가격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 가격표에 휘발유 2654원 경유 2642원이 표시돼 있다. 2022.03.2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경유 가격이 오르면서 휘발유 가격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 가격표에 휘발유 2654원 경유 2642원이 표시돼 있다. 2022.03.22. [email protected]

이에 전문가들은 천연가스·석탄·석유 가격 상승이 당장 산업계에 영향은 미치지 않지만 글로벌 전력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유럽 내 공장 감산 장기화와 물류비용 상승으로 연결되면 결국 국내 산업계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석환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산업연구원(KIET) 우크라이나 사태 전망과 영향 토론회에서 "이번 전쟁은 지정학 전쟁과 경제 전쟁 두 가지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전쟁의 파장은 여러 형태로 나타날 것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복합 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가 글로벌 교역에서 차지하는 규모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며, 전략적 의미를 갖는 상품 및 핵심 금속 자원, 인력 등이 심각한 교란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러시아가 공급하는 이들 전략적 상품들은 4차 산업혁명(디지털 전환)과 연관된 인력, 기술 등의 시장에 대한 교란을 동시에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에는 물가상승(인플레), 금융 혼란(환율 등), 교역의 축소, 공급망 교란, 지정학적 위기의 고조 등이 닥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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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장기화, 원재료 수급 불안 상승·2차 쇼크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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