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정치적 결단으로 행사…'통치행위' 인식돼 왔지만
수형기간·범죄 유형 따라 대상자 제한하자는 주장 나와
정치인·재벌 총수일가 특사 때마다 법개정 발의·무산 반복

[서울=뉴시스] 위용성 기자 =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동시사면론이 불거지면서 대통령의 특별사면의 정당성을 놓고 다시 한 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하는 특별사면권 행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법원이 내린 형의 효력을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삼권분립 원칙과 국민 법감정 등을 고려해 절제돼 행사돼야 한다는 지적은 수년간 되풀이 되고 있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대 국회에서 사면법 일부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전체가 폐지됐다. 21대 국회에 들어선 사면심사위원회 회의 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요약본 형태의 회의록 외에 속기록까지 공개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진전은 없다.
헌법 제79조는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특히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따른 통치행위로 받아들여져 왔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심사 대상자들을 놓고 적격성을 심사하지만 이는 자문 성격에 그치고, 결국 대통령 결단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만 거쳐 이뤄질 수 있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달자는 주장은 줄곧 제기돼 왔다. 일정 형기가 지나지 않았거나 부패범죄 등 특정 중대 범죄를 저지른 자는 사면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 대표적이다.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대상에 제한이 없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하지 않겠다고 공약했지만, 지난해 말 신년 특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서 이 원칙을 스스로 깼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중대 부패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형기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별사면 대상이 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지적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DAS) 실소유 의혹과 관련해 비자금 횡령 및 삼성의 소송비 대납 등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재판에 넘겨져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등이 확정, 안양교도소에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
실제로 현 정부는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과는) 그 사안의 내용이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수형기간이나 국민 정서 등을 고려했다는 취지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김 전 지사의 경우는 명분이 더 부족하다. 특정 정당의 집권을 위해 불법을 저지른 사람을 사면하는 것은 국민 통합이라는 특별사면의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사면을 하게 된다면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편 최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사면심사위원회 위원을 대통령·국회·헌법재판소에서 각 3인씩 지명 ▲사면 대상자 조건으로 형기의 일정 경과 규정 ▲사면신청제도 도입 ▲심사 과정에서 범죄피해자 및 재판부의 입장 청취 반영 등의 법개정안 공동발의를 요청했지만, 원내 다수당의 참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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