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관심 많은 이들만 노려 SNS 통해 무작위 홍보
'휴가비 벌었다' '수익률 높다'…'바람잡이'까지 동원
피해자 12명에게서 9억 가로채…7명 구속·4명 입건
'투자전문가' 사칭 30대 등 7명 구속, 4명 입건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당신이 할 수 있는 쉬운 재테크" "수익률 엄청 납니다. 휴가비 제대로 준비됐네요"
40대 현직 교사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초대를 받았다.
'투자 전문가'로 소개한 대화방 초대자는 사진과 실명을 공개하며 '먼저 이렇게 연락 드린 점 양해를 구합니다. 절대 금전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고 정중히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면서 '재테크 투자를 모르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쉬운 재테크. 많은 분들께서 꾸준히 수익을 올리고 계시고 좋은 기회라고 자부합니다'고 했다.
'저와 상담이라도 받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며 투자 자문을 해주겠다고 나섰다. 또 유명 IT글로벌 기업 창업자가 남긴 격언도 인용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권유했다.
평소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A씨는 그가 보낸 URL 주소 링크를 통해 한 익명 단체 대화방에 참여했다.
대화에 참여한 9~10명 중 일부는 '투자 전문가'가 말한 대로 투자했더니 큰 돈을 벌었다고 했다. 또 '휴가비 제대로 준비됐네요. 아침부터 콧노래가 나오더라구요~'라며 자랑했다.
'어제, 오늘 수익 1000 났습니다 ㅎㅎㅎ 요새 수익률 엄청납니다'며 이른바 '투자 전문가'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또 다른 투자자도 '저도 남편이랑 아이들이랑 해외여행 가려고 합니다^^' 라며 맞장구를 쳤다.
고수익 투자에 솔깃한 A씨는 '투자 전문가' 조언에 따라 한 도박사이트에 접속, 1만 원 내기를 걸어 8만~10만 원을 벌었다. 이후 '투자 전문가'는 또 다른 투자를 권유했다.
'보다 더 큰 돈을 투자하면 수익이 훨씬 커진다'며 제안했고, 환전 규정 등을 들어 투자금 추가 납입도 요구했다.
A씨는 수중에 있던 돈을 끌어모아 다시 투자했으나, 며칠 사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뒤늦게 속았다고 생각한 A씨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결과 자신을 '투자 전문가'라고 소개한 이는 사기 총책 30대 남성 B씨였다.
우선 B씨 일당은 통신 내역 추적이 어려운 SNS 메신저를 통해 재테크에 관심이 있을 법한 이들의 명단을 구입했다.
B씨 일당은 지난 2019년 10월부터 1년여 간 유명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며 고수익 투자 설계 명목의 광고 메시지를 대량 발송했다.
이 같은 미끼 메시지에 속은 피해자들은 A씨처럼 익명 단체 대화에 참여했다. 보통 10명 규모의 단체 대화에는 B씨를 비롯한 전문가와 이른바 '바람잡이' 2~3명이 함께 참여했다. '바람잡이'는 다른 투자자로 가장해 실제 수익이 난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였다.
피해자들은 B씨의 권유대로 한 투자(사기 온라인 도박)로 돈을 번 데다가, 다른 투자자들은 더 큰 수익이 난다고 착각했다.
결국 꾐에 넘어간 피해자 12명은 거액의 투자금을 송금했고, B씨 일당은 돌연 잠적했다.
광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투자 자문 전문가를 사칭해 거액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B씨 등 7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B씨 일당은 광주 도심에 오피스텔 2곳을 빌려 컴퓨터 10여 대를 설치하는 등 조직적인 사기 행각을 벌여 총 9억여 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1년동안 끈질긴 추적 끝에 B씨 일당 전원을 차례로 검거했으며, 여죄가 더 있는지 수사 중이다.
광주경찰 관계자는"투자 심리를 악용해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이버 사기 범죄에 엄정 대처할 방침이다"며 "최근 증권·가상화폐 등 재테크 붐에 편승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