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높였지만 일각에선 '건보료 상승' '재정 악화' 비판
尹 "문재인 케어는 지속 불가능한 포퓰리즘"…개편 시사
재난적 의료비 등 지원 확대…'과잉 소비' 줄도록 개편할 듯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현 정부의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과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 현 정부의 대표 보건의료정책인 '문재인 케어'도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케어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된 정책이다. 미용·성형·라식같이 생명과 크게 상관없는 의료행위 외에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부담이 큰 이른바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선택진료비 폐지 ▲병원급 이상의 2·3인실에 건강보험 적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2배 이상 확대 등을 추진했다. 또 초음파와 MRI 검사 등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그 결과 문재인 케어 도입 이후 4년 동안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2.7%에서 66%로 3.3%포인트 상승했다. 보장성 대책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약 3700만 명의 국민이 9조2000억 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를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건강보험 보장률이 목표치(70%)에 미달했음에도 국민들의 건보료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또 의료 과잉소비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수지도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건강보험재정수지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3조5552억원의 적자를 냈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은 2018년 6.24%에서 2022년 6.99%로 올랐다.
윤 당선인은 이번 대선 기간 중 문재인 케어 개편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년 1월엔 모든 국민의 건보료가 1.89% 정기 인상된다"며 "지속 불가능한 보건 포퓰리즘 '문재인 케어'가 결국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에서는 국민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영역에 대한 건보 지원은 확대하면서 의료 과잉 소비를 유발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보장을 줄이는 방향으로 건보 체계가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이번 대선 공약집에서 "문재인케어는 비급여의 무차별적인 급여화로 건강보험 재정만 악화시키고 요양-간병에 대한 국가지원체계 공백 등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가장 절실한 문제는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또 "의료비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 중 재난적 의료비가 가장 큰 부담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케어에서는 정책의 후순위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는 연간 가계소득 대비 의료비 비중이 40%를 넘는 '재난적 의료비'에 대한 건보 지원을 강화하고 지원 대상도 '6대 중증 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환자 특성별 맞춤형 간병 지원을 하고 가족돌봄자의 소득 손실 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80%)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을 거꾸로 돌리는 것은 국민 건강권의 후퇴를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또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문재인 케어 개편 외에도 이번 대선 과정에서 공공보다는 민간 의료의 역할을 강조하는 입장을 취해온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새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 정책을 백지화하고 영리병원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등 사실상 '의료 민영화'의 방향으로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우려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윤 후보(당선인)는 공공병원 확충에 대한 아무 약속이 없는 유일한 후보이다. 민간병원 병상을 더 늘리고 민간병원에 더 많은 보상을 줘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시민 모두가 확인했듯 민간병원으로는 재난대응을 할 수 없다. 또 지역의료 불균형도, 필수의료 제공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영리병원에 사실상 찬성하고 원격 의료 시범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네거티브 규제 완화를 약속하는 등 의료 영리화 추진이 크게 우려된다. 윤 후보 선대위 정책본부장이 바로 영리병원을 허용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라는 점이 후보의 지향을 그 무엇보다 잘 드려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의료 민영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을 맡았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당선 이후 가짜뉴스가 더욱 판치고 퍼뜨려지고 있다"며 "대선 투표 0.7%포인트 차이는 이런 홍보 공세에 쉽게 무너진다. 팩트로 대응해 날려버려야 한다"고 했다.
원 전 지사는 "윤 당선인은 의료민영화를 1도 이야기한 바 없다"며 "오히려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건강보험 혜택을 중증 질환과 공공 의료부터 적용하자는 건강보험 공공정책 수가 도입이 윤 당선인의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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