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공동점포 열리나③]해외에선 이미 시작.…라이벌 은행과 교대근무

기사등록 2022/02/28 07:00:00

최종수정 2022/02/28 07:12:44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가 잇따르는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한 은행점포에 통합 이전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1.12.13.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가 잇따르는 가운데 13일 오후 서울 한 은행점포에 통합 이전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1.12.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업권 내 전통적인 '라이벌'로 손 꼽히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공동 점포' 운영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면서 국내에서도 급속도로 진행되는 은행 점포 폐쇄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중 경북 영주 등에 공동점포를 설치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당초 영주에서만 시범 운영하기로 논의됐지만 사업 범위를 넓혀 2~3곳을 추가로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물에서 두 은행의 직원들이 함께 업무를 보는 '한 지붕 두 은행'인 셈이다. 앞서 지난해 8월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이 업무협약을 맺고 영업점과 ATM을 공유한 사례는 있지만, 이렇게 은행들끼리 아예 공동점포를 구축하는 것은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 확산으로 은행권 점포 폐쇄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의 극심한 불편이 초래될 것이란 우려가 큰 만큼, 은행권에서 추진 중인 공동점포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폐쇄된 국내 은행 점포는 총 1507곳에 달한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 304곳, KB국민은행 225곳, 우리은행 165곳, 신한은행 136곳 등 4대 시중은행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은행들의 점포 폐쇄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지난해 '은행 공동점포 시범 운영 검토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점포 축소에 관한 대안으로 공동지점의 설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공동점포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민은행 측이 신한은행에 공동점포 운영 방안을 전달했고, 신한은행이 공동점포를 확대 운영하는 방안을 역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은행권 공동점포는 앞서 금융당국이 제시한 우체국과의 제휴 점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지 더욱 주목된다.

금융위는 고령층 등 금융 소외계층 보호를 위해 2020년 8월 '고령 친화 금융환경 조성 방안'을 마련했다. 이 방안에는 이동·무인점포를 활성화하고, 지점수가 많은 우체국 등과의 창구업무 제휴를 강화하겠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국 우체국 지점은 2655개로 시중은행 전체 점포수 6711개 대비 40% 수준으로 많을 뿐 아니라, 수도권에 집중된 은행점포와 달리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은행 지점이 사라지더라도 전국 곳곳에 포진한 우체국을 제휴 창구로 활용하면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의 불편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복안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계획을 밝힌지 2년 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라는 점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업무보고에서도 '우체국에 은행 창구 업무 위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우체국과 제휴한 점포는 2020년 6월말 기준 4개 은행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연합회 또한 지난해 3월 시행한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통해 점포폐쇄 3개월 전 고객에게 미리 관련 내용을 알리도록 하고 외부인 참여 하에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 점포 폐쇄의 절차적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은행연합회 차원의 권고안 수준에 불과할 뿐,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각 금융사들은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여전히 점포를 폐쇄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새롭게 시도되는 은행권의 공동점포 구축 움직임이 이러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해외도 점포 폐쇄 골머리…'공동점포' 운영 중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들의 현금입출금 기기 모습. 2021.12.13.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들의 현금입출금 기기 모습. 2021.12.13. [email protected]
은행 점포 폐쇄는 비단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주요국의 은행점포 폐쇄절차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오프라인 점포 수가 점진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점포폐쇄가 지역경제와 가계 및 소상공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내 상업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저축은행, 저축대부조합의 점포수는 2008년 10만2630개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말에는 8만8926개의 점포만 영업하고 있다. 연평균 1300개 점포가 감소한 것이다. 이 중 은행과 저축은행의 경우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부터 감소폭이 확대돼 2019년 1391개였던 점포의 순감 규모가 2020년에는 2284개로 확대됐다. 캐나다도 2016년 6190개였던 은행점포가 2020년에는 5783개로 줄어들었다.

영국의 경우 2015년에는 1만745개였던 은행점포가 2021년에는 6965개로 감소했다. 주택금융 분야에서 은행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는 주택금융조합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5년 1930개였던 주택금융조합 점포는 2021년 1840개로 줄어들었다. 호주 역시 2017년 6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지역 은행점포가 2471개에서 1896개로 감소했고, 전체 은행점포는 5816개에서 4491개로 줄어들었다.

이에 영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공동점포를 하나의 대안으로 운영하며 점포 폐쇄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은행 점포 폐쇄 대안으로 등장한 공동점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2019년 중소기업, 소호(SOHO) 대상의 공동점포 '비즈니스 뱅킹 허브(HUB)'에 이어, 지난해 4월부턴 일반고객 대상의 '뱅크 허브'를 2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각 허브의 5개 은행은 1주일 중 하루씩 순서대로 대면서비스를 제공하며, 입금 및 지급 등 간편업무는 허브가 위치한 우체국에서도 처리토록 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지방은행인 치바은행이 다이시 은행, 무사시노은행 등과 협약을 통해 영업점을 공등 운영하며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지역사회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또 독일에서도 프랑크푸르트 폴크스방크와 타우느스 슈파르카세(Sparkasse) 등 2개 은행 직원이 1주일에 2일씩 공동점포에 교대근무를 하고, 벨기에에서는 은행권 공동 ATM 네트워크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이처럼 공동점포는 개별 금융사가 아닌 전 은행권이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고, 백오피스 업무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임차료를 절감하는 등 저비용으로 금융 소외계층의 급융접근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점포관리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고객 정보 유출 등의 사고발생시 적절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고, 하나의 공간에서 둘 이상의 은행들이 영업함에 따라 과열 경쟁과 영업전략 유출 등의 우려도 상존한다.

금융연구원은 "향후 국내은행들도 점포 효율화 흐름 속에 비용 절감과 금융소비자 편의를 함께 실현하는 공동점포 운영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의 공동점포가 확대되면 은행 점포 폐쇄에 따른 금융 소외계층 접근성 하락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 역시 우체국과 제휴할 수 있는 은행들이 추가적으로 있는지 협의를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며,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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