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조카 학대 살해…2심, 살인 무죄
아동학대치사 인정…징역 25→20년
정인이 학대한 양모에겐 '살인' 인정
"범행 당시 정황이 판결 갈라" 분석
검찰은 판결 불복해 상고장 제출

[서울=뉴시스] 류인선 위용성 기자 = 6살 조카를 학대한 끝에 죽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외삼촌 부부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최근 '정인이' 사건에서 양모의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고법 형사7부(당시 부장판사 성수제)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아내 B씨는 1심의 징역 25년에서 대폭 감형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A씨 부부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A씨의 경우 조카 C(6)양을 직접 폭행·학대한 끝에 사망하게 한 혐의가 인정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A씨 범행의 공범으로 유죄 판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1심이 미필적 고의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봤다. A씨 부부에게 C양을 살해할 미필적인 고의가 없어 살인 혐의가 유죄로 판단될 수 없었음에도 1심이 살인 혐의를 유죄 선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뜻이다.
살인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인에게 피해자 살해의 마음을 먹고 있었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살인의 고의를 두고 '자기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예견할 수 있으면 된다'는 판례를 냈다. 일명 '미필적 고의'다.
재판부는 A씨 부부에게 'C양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C양이 사망한 당일까지도 A씨 부부가 C양을 양육할 준비를 계속해왔던 모습들을 종합해 내린 판단이다.
구체적으로 C양 사망 당일 C양과 B씨가 사용할 2층 침대를 설치할 가구점 기사가 방문할 예정이었다. A씨 부부가 C양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외부인 방문이 예정된 날 범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또 A씨 부부는 C양을 자신들의 주소지로 전입시켜 유치원에 보낼 준비를 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C양을 양육하기로 한 기간이 1년으로 제한돼 있던 상황 등을 감안할 때 A씨에게 C양을 살해할 내심의 의사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살인 혐의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A씨 부부의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기 때문에 직권으로 살인 혐의 대신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 부부는 훈육할 목적이었다고 변명하지만 방법이나 정도가 정상적인 훈육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C양은 건강한 상태로 A씨 부부를 만났지만 갈비뼈 16개가 부러지는 등 학대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C양 사건은 최근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정인이 사건과 살인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결론이 달라 아동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생기고 있다. 같은 재판부는 정인이 양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인이 양모 장모씨가 정인이에게 2회 이상의 둔력을 행사한 이상 정인이의 사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A씨에게 살인의 미필적인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장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1심보다 형량이 줄었지만,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은 상고이유 등 법리검토를 개시했다. 구속기한을 고려할 때 이르면 오는 5월 전 장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설명을 종합하면 미필적 고의는 일반적인 법리로, 법리를 개별 사건에 적용하면 사안마다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장씨의 경우 전문가들이 장씨에게 미필적인 고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분석·증언을 제시한 만큼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장씨는 정인이를 살리기 위해 CPR(심폐소생술)을 하느라 정인이가 다쳤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이 주장은 전문가 주장 등을 거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A씨 부부는 C양이 쓰러진 이후 의식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한 것을 인정받았다.
또 정인이는 사망한 당일 눈에 띄게 건강 상태가 나빠졌지만, C양은 사망하기 전 약 10시간 일상생활을 영위했다고 한다. A씨 부부가 C양 사망을 충분히 예견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다.
결국 이같은 정황을 종합해 봤을 때 재판부는 A씨 부부가 C양을 살해할 미필적인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망을 예견하고 이를 용인했다는 것이 충분하게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검찰은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7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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