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위 일부, HDC현산 주주제안 시도 '불발'
네덜란드 연기금 APG 주주제안에 의결권 '화답'할 듯
HDC현산 지분 5% 줄인 국민연금…'물밑 작업' 가능성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국민연금이 산업 재해로 주가 하락을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에 주주제안에 나서지 못하게 되며 HDC현산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네덜란드 연기금 APG가 이번 정기 주주총회 주주제안에 나서며 국민연금도 의결권 행사로 '화답'할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일부 위원들은 국민연금이 '예상하지 못한 우려 사안'으로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주주제안 안건을 오는 25일 기금위 회의에서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시일상 어렵다고 판단, 추후로 미뤘다.
기금위 위원 발의 안건은 기금위 제적 인원의 3분의 1 이상 찬성하면 상정될 수 있다. 기금위 총원은 20명으로 7명 이상 동의해야 해 여러 위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기금위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관련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위에서 의결한 사안을 이행해야 한다.
위원 발의를 추진한 기금위원은 "이번 기금위 때 안건을 올려보려 했으나 주총 6주 전까지 주주제안을 해야 해 일단 다음으로 미룰 예정"이라며 "임시주총을 열어서라도 경영진에 책임을 묻고 재발을 방지하는 방식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직접적으로 HDC현산에 주주제안을 하진 못했으나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될 기관투자자의 주주제안에 찬성할 가능성은 큰 상황이다. 네덜란드 연기금인 APG는 지난 8일 경제개혁연대에 위임해 안전경영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정관변경 주주제안에 나선 바 있다.
APG는 HDC현산 지분을 1%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상 상장사의 경우 6개월간 지분 0.5% 이상을 보유하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어 주총 안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APG는 ▲지속가능경영, 안전경영, 건설 관련 법령 준수 등에 관한 회사의 의무를 명문화하는 전문(Preamble) 신설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지속가능경영 공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정관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주총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국민연금과 APG가 지분 8% 이상 보유했지만 최대주주인 HDC 지분율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40%에 달해 HDC 동의 없이 통과될 수 없다.
![[서울=뉴시스] 국민연금 글로벌 기금관 전경 (제공=국민연금)](https://img1.newsis.com/2021/04/07/NISI20210407_0000722409_web.jpg?rnd=20210407175646)
[서울=뉴시스] 국민연금 글로벌 기금관 전경 (제공=국민연금)
기금위 아랫단인 국민연금에서 HDC현산에 주주제안을 위한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산하 주주권 행사 관련 전문위원회인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예상하지 못한 우려' 사안으로 비공개대화 대상 기업 선정, 주주제안 등 적극적 주주활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붕괴 사고 이후 HDC현산 지분을 기존 12.51%에서 7.50%로 무려 5.01%포인트를 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연금이 보름여 기간 동안 전체 지분의 5%를 매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민연금은 기업들의 ESG 요소를 투자에 연계하는 '스크리닝'을 실시하고 있다. 물밑에서 ESG 책임투자 관련 주주활동이 진행됐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이후 40% 넘는 하락세를 보였다. 평판 리스크 저하와 ESG 리스크로 재무적인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HDC현산은 이번 붕괴 사고의 시공사다. 아울러 지난해 6월9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철거 건물 붕괴사고의 현장 시공사이기도 해 부실 관리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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