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기]자전거 탄 숙녀에게 경의를…벨로 드무아젤

기사등록 2022/02/18 03:00:00

佛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태어난 유기농 와인

여성이 만든 와인과 포도밭 운영 역사 '눈길'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프랑스어로 '자전거를 탄 숙녀'라는 의미를 와인 이름에 사용한 벨로 드무아젤은 제품명을 잘 기억할 수 있도록 자전거를 탄 여성의 그림이 라벨에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와인은 친환경과 유기농 양조방식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기농이 잘 알려지지 않은 1910년대부터 유기농 와인 생산을 고집하며 이른바 '자연주의'를 표방했던 와인이기 때문이다.

벨로 드무아젤은 주요 와인소비국을 비롯한 50여개국의 와인 전문가들에게 신뢰도가 높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와인 가이드 길버트 앤 갤리어드의 와인 품평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더욱 주목받게 된다.

벨로 드무아젤은 유럽국가들이 연합해 만든 유기농 농산물 로고인 유로리프와 1985년 프랑스 농림부에 의해 시행된 유기농 인증제도인 AB 유기농 인증마크를 모두 획득한 유기농 와인 중의 유기농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와인이 자랄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

벨로 드무아젤은 지중해 연안에서 프로방스에 이르는 프랑스 남부 랑그독 루시옹 지역에서 생산된다. 바다를 앞에 두고 피레네 산맥을 끼고 있어 지중해성 기후를 띠고 있어 온화한 기후 덕분에 포도재배에 좋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바람이 많고 일조량이 많아 습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유기농 와인 생산이 많이 이뤄진다. 카베르네, 메를로, 무르베드르, 그르나슈, 시라로 대표되는 다양한 포도 품종이 생산돼 이 지역의 와인 양조가들은 단일품종 생산보다는 다양한 와인을 혼합하는 양조 기술이 뛰어나다.

그르나슈, 무베데르, 시라를 혼합하여 만든 벨로 드무아젤은 짙은 붉은색을 띠고 있다. 코를 대어 향을 맡으면 풍부한 베리류의 향 그리고 시라 품종 특유의 미세한 스파이시 향이 뒤이어 느껴진다.

3가지 포도품종을 섞었기 때문에 가능한 복합적인 와인의 향이다. 루시옹 지역의 와인이 가진 강한 과실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오픈한 뒤 지속적으로 과실향이 강해진다.

맛을 보면 '부드럽다'는 느낌을 바로 알 수 있으며 신선한 과일의 긴 여운이 느껴진다. 부드럽지만 와인이 진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탄탄한 바디감을 맛볼 수 있다. 구운 바비큐는 물론 양념이 잘된 고기 스튜와도 잘 어울린다.


최상의 자연환경 그 이면에 숨은 전쟁의 상처가 만든 양조장

벨로 드무아젤을 만드는 '셀러 드 드무아'는 1차 세계 대전 직전에 설립된 프랑스의 와인양조 조합으로 1914년에 만들어졌다. 설립 당시 남자와 여성의 비율을 비슷했지만 전쟁이 터지며 여성들만이 남게됐다.

이때 남은 여성들은 그들이 생산하던 와인과 양조장과 포도밭을 보존하기 위해 와인의 양조, 포도밭의 관리, 수확 등 모든 일을 감당했다. 양조장의 이름은 당시 이곳을 지켜준 젊은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름 붙여졌다.  

랑그독 루시옹의 지형은 풍부한 일조량을 가지고 있으며 북쪽 포도원 너머의 춥고 건조한 바람이 지중해 방향으로 불고 있어 포도를 곰팡이로부터 보호해준다. 포도를 키우기에 최상의 환경으로 양조되는 와인의 품질이 매우 높다.

유기농 양조 노하우를 공유하며 환경을 보호하는 등 현대에 이르러 셀러 드 드무아젤은 주변 환경과 날씨를 존중하는 것이 기술보다 더 중요하다는 그들의 양조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양조 조합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늘날에도 이들은 태양열 패널을 사용하고 단열재를 개선하고 폐기물을 줄이며 최신 빈티지용 코르크를 재활용해 에너지를 절약·보존하는 방법을 찾는 등 유기농 양조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여성이 중심이 된 와인 양조와 포도밭 운영의 역사

여성들이 직접 양조장과 보도밭을 보호한 역사는 셀러 드 드무아가 처음이 아니다. 중세로 거슬러 올라가면 양조와 포도밭관리, 수확 등을 담당하던 남성들이 전장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남은 여성들은 성 안의 모든 살림을 운영하고 포도나무를 돌봤다. 이런 역사를 통해 이 지역의 여성들은 남자가 없는 상황에서 포도밭의 유지와 보존하는 방법을 미리 학습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지금은 여성이 중심이 된 와이너리가 특별하다고 볼 수 없지만 남성 중심의 시대에 여성들이 주도해 설립된 당시 와인 양조조합은 민주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는다. 계층 구조가 없고 누구나 운영을 위한 의견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합원을 위한 도덕적, 경제적인 지원을 법제화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포도주 양조업자 중 한 명의 다리가 부러져 모두가 그의 추수를 도왔다'라는 기록은 와인 양조조합이 조합원 복지를 위해 노력한 것을 한 눈에 알게 해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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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2/02/18 03: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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